기사입력시간 18.09.27 06:07최종 업데이트 18.09.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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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심사, 행위량 통제해 과소진료·진료 획일화…의협은 경향심사 반대 투쟁하라"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문재인 케어 시행과 지불제도 개편 목적일 뿐"

"의협, 경향심사 대처 타이밍 놓쳐…문제점과 논의과정 까발려 투쟁 동력 얻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향심사 도입은 행위량을 통제해 과소 진료를 유도하고 진료를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 경향심사는 문재인 케어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이자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초석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경향심사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병의협은 경향심사에 대한 심각한 위험성을 알고 의협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건별심사는 의료계의 불만이 늘어나고 심사 분야의 다양화와 청구 건수가 급증한 문제가 있었다. 심평원 스스로 심사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고 이번 경향심사가 나오게 됐다. 경향심사는 기관별, 질환별, 항목별, 환자별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눠 각각의 모니터링 지표를 설정한 다음 지표의 경향에서 벗어나면 삭감과 실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19일 심평원은 1차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를 개최하고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현재의 건별심사에서 주제별 경향심사로 전환하고 경향심사 결과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의료기관에 대한 동료의사평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의협은 확정된 개편안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심사체계 협의체에서 퇴장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다음날인 20일 경향심사 도입을 반대하면서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관별 경향심사 모형안 

"경향심사, 행위량 통제로 과소진료와 획일화 우려"  

병의협은 “경향심사는 과소 진료와 진료의 획일화를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정부와 심평원은 경향심사에 대해 의학적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장점을 강조해 의료계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경향심사로의 심사 방식을 전환하는 주 목적은 행위량 조절을 통한 의료비 통제”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올해 3월 심평원의 ‘기준 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진료비 심사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머리말에서부터 경향심사가 비용 통제의 수단이라고 했다. 보고서의 머리말에서 “이 연구의 목적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기준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의료제공(혹은 과다이용)의 비용 관리 기전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병의협에 따르면 심평원은 보고서를 통해 급여화 대상인 비급여 중 단일 항목 진료비와 환자수가 많은 MRI검사와 추간판탈출증을 중심으로 초기 적용 모형을 개발했다. 심평원은 경향심사 시 모니터링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기관별 '고가도 지표'(Costliness index, 이하 CI)와 '이용도 지표'(Utilization index, 이하 UI)를 제시했다. 

심평원은 MRI검사에서 표준편차의 2배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기관은 102개 기관(5.2%)으로 MRI 촬영 진료비의 8.3%(221억원), 촬영횟수의 8.6%(10만회)가 전문심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또한 표준편차의 3배를 기준점으로 할 경우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기관은 46개 기관(2.3%)으로 선정됐다. MRI 촬영 진료비의 2%(53억원), 촬영횟수의 2.2%(2만6000회)가 의무기록에 기반한 전문심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예측했다. 

병의협은 “심평원이 경향심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걸러져야 할 일부 의료기관 이외에도 선량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기준점 설정에 따라 전문심사 대상 기관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은 기준점을 벗어나지 않은 의료기관을 3~5개 그룹으로 구분해 의무기록 기반 전문심사인 표본심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이는 현재 건별 심사방식보다도 더욱 악랄하게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를 심사하고자 하는 속내”라고 했다.  

경향심사, 문재인 케어 시행 목적과 지불제도 개편 의혹 

병의협은 “경향심사는 문재인 케어 시행 목적과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사전준비작업”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25일  심평원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심사 및 평가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병의협은 “결국 정부와 심평원은 문재인 케어를 설계하고 발표할 당시부터 경향심사의 필요성을 알고 관련 연구들을 진행해왔다. 연구 결과가 나오고 근거가 마련된 시점에 의료계와 심사개편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 협의체는 정부와 심평원의 입장에서는 경향심사 및 관련 사항들을 안정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의 구성 자체가 정부와 심평원에 경향심사 시행의 명분만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경향심사의 확대는 지표 달성 성과가 우수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부진하면 삭감과 같은 디스인센티브를 주는 성과보상지불제(Payment for Performance, P4P)를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는 곧 가치기반 지불제(Value Based Payment, VBP)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지표 모니터링을 통한 경향심사의 도입과 VBP로의 지불제도 전환은 의료의 왜곡 현상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실제로 경향심사와 VBP를 도입하는 미국도 과소진료로 인한 의료왜곡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가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이 이렇다면 저수가 체계인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경향심사는 과소진료와 획일화는 물론 많은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이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다. 국민들의 의료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이로 인해 진료 현장에서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고, 의사-환자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의사들을 더욱 자괴감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의협, 경향심사 대처 타이밍 놓쳐…이제라도 투쟁 전략 세워야"

병의협은 의협에 대해서도 문재인 케어와 경향심사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투쟁 전략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향심사제도(안) 개요와 문제점’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의협 집행부는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부터 경향심사는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었고, 정부와 심평원은 2019년 경향심사 전면 도입을 위해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라는 큰 이슈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은 문 케어의 타임 테이블에 정해진 개별적 사안들(상복부초음파 급여화, 상급병실 급여화, 뇌·뇌혈관 MRI 급여화 등)에 대응하기에만 급급했다. 의협은 큰 그림을 보거나 그리지 못하고 정부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고 했다.  

병의협은 “경향심사 연구용역을 맡은 고대 윤석준 교수는 4월 대한병원협회 주최 포럼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중간보고했다. 기관별 경향심사로의 전환, 상급종합병원 자율심사제, 동료의사평가제 등 최근 심평원의 발표와 거의 유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7월에는 의협 심사체계 개선 TF를 대상으로 의협에서 다시 한 번 강의했지만 의협은 정작 대처 타이밍을 놓쳤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심평원은 뇌·뇌혈관 MRI 협상 과정에서도 지난 7월과 8월 말 2019년부터 상복부초음파와 MRI에 대해 경향심사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두 차례나 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경향심사 강행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은 최근 발표한 대회원 안내문에서도 ‘경향심사는 그 동안 명확하게 드러난 실체가 없이 막연한 방향성과 용어만이 거론됐다’고 설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설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경향심사는 문재인 케어에 의한 행위량 증가를 의사들의 부도덕성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며, 정작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다. 경향심사는 정부 스스로 문재인 케어가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는 경향심사 반대투쟁을 통해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낱낱이 까발리고, 궁극적으로 문재인 케어가 실행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정부가 뇌·뇌혈관 MRI에 대한 경향심사 방침을 수 차례 밝힌 이상 경향심사를 전제로 한 협상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해야 한다. 의협은 해당 협상에 대해 즉각적인 파기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경향심사에 대한 논의 과정과 내용을 회원들에게 명백하게 밝히기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야만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어 경향심사 저지의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의사들의 문재인 케어 저지 투쟁은 의료계와 국민건강의 명운이 달려 있다. 따라서 이 투쟁을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이끌어가는 것은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 단체의 소명”이라며 “작은 협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핵심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며, 회원들을 독려해 투쟁을 강력하게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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