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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의료계 파업만 원천봉쇄하는 정부…유신 잔재 긴급조치와 업무개시 명령

    올바른 의료 환경 쟁취를 위한 의사의 정당한 파업권과 단체 행동, 보장받은 국민 권리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07.24 06:31 | 최종 업데이트 19.07.24 06: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를 비롯한 다양한 보건의료 직종에서 파업 등 격한 단체행동들이 점차 많은 나라에서 다 빈도로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직업 환경과 근로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음이 반증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파업의 수위 역시 갈수록 ‘극한투쟁’으로 불이 붙고 있다. 특히, 20세기를 거쳐 21세기 문턱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 의사들의 파업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확한 기록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의사 파업의 효시는 아마 무급 수련의제도에서 유급 전공의제도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난 ‘전공의 파업’이 아닌지 추측된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에게는 전공의 과정이 애초에 무급으로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를 잘 알지 못할 것이며, 설사 안다 치더라도 요즘 분위기에서는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의사 집단행동 시 세무조사 등 각종 법적용 전과자로 낙인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는 위기감이 고조돼 ‘의사면허 반납투쟁’으로 맞섰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진료 도입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들은 전국 규모의 집단 휴진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의료계 지도급 인사가 세무조사는 물론 공정거래법, 의료법, 형법으로 처벌받아 이미 전과자가 됐거나 아직도 일부는 법적 공방이 진행 중에 있다.

    의사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 집행 기준으로 보면,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는 의사파업을 가늠해볼 때 아마도 형무소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어림 계산이 나온다. 하루아침에 멀쩡한 의사들을 범법자로 전락하게 하는 현 정부는 촛불 혁명을 기반으로 ‘민주 정권’을 창출해 낸 수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짜 민주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 의료계만큼은 이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공정한 법제도의 틀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항상 들고 나오는 것이 툭하면 초법적인 조항을 만들어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깔아뭉개거나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강한 탄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의업(醫業)이라 함은 본질적으로 의사 자신이 ‘근로 행위’를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직접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 이른바 ‘인건비’을 받는 직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의사들 건보공단 영향력에 종속된 급여 수령 근로자 속성 지녀 

    피고용 의사가 아닌 단독 개원의사라고 해도 국가가 지정해 만든 독점 형태의 단일 건강보험의 주체인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결정된 급여’를 받는 구조라면 설령 개원의사라고 해도 그 본질은 개별 자치 능력이 있는 경영자가 아닌, 건보공단의 영향력에 명확하게 종속돼 있는 근로자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부기구가 고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영리법인을 법으로 금하는 이유는 자본의 힘으로 의사를 고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즉 의사는 일반 공장 노무자와는 달리 별도의 잉여자본을 생산할 것을 주문받지 않아야 하는 직업적 전문성과 자율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의료기관이 보여주는 경영방식을 들여다보면 영리기관과 비슷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노골적인 이윤추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사용자는 피고용인들에 비해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균형 있게 발달된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피고용 의사는 의료기관장의 사전 승인 없이 단체 행동에 참여할 경우 형법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이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의료 현실인 것이다.

    이와는 달리 독일 병원 의사의 권익을 위해 결성된 ‘마르부르크 의사조합(Marburger Bund)’의 경우 소속 의사조합원들에게 어떤 경우든지 간에 파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을 경우 상사에게 별도의 파업참여에 대한 통보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전혀 책임이 없다고 친절히 안내해 주고 있다. 조합에 가입한 의사의 자유의지에 따라 파업에 동참하면 되는 것이고, 조합이 사용자에게 파업을 통보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파업은 우리 정부를 놀라게 했다. 이후 정부는 여러 가지 법적 제도를 만들어 의사단체의 쟁의 활동을 원천 봉쇄했다. 이러한 봉인 조치로 덕을 본 것은 의료기관 사용자들로 의료기관의 영리추구에 제동을 걸 만 한 기구나 제도가 형성되지 못했다.

    응급의료나 생명유지에 필요한 의료를 제외하고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파업을 했어도 역으로 필수 유지 업무방해 금지조항으로 힘없는 의사 개인들이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파업참여를 유도하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법적 책임이 있는 지도부 임원은 물론 사단법인체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어떠한 ‘반기의 싹’ 조차도 움트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의료계만 유독 ‘불공정거래보호법’으로 의사 개개인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우리나라는 의사의 정당한 파업 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마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정립하는 것인 양 ‘공정거래법에 의한 의료 패권국’이 된 듯하다. 선진국에서는 의사의 파업을 제한하는 것이 되레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사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거래를 공정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역으로 ‘불공정거래보호법’을 만들어 정권의 사냥개처럼 악용하는 셈이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 과거 유신독재 시절에 ‘긴급조치’라는 이름으로 국민 전체를 손쉬운 탄압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뼈아픈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반정부 언사만 신고해도 앞뒤 확인 절차 없이 즉각적인 인신구속과 함께 가혹한 형사적 처벌이 가능했던 끔찍한 세상이었다.

    아마도 현재의 민주화를 치적으로 삼고 있는 현 정부도 의사파업에 관한 한 긴급조치와 같은 업무개시명령을 폐기 보다는 영구 보존을 택할 것으로 감히 예측된다. 아마도 이것이 진솔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필자 스스로 자괴적인 입장으로 위로해 본다.

    우리 사회를 냉정한 시각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우수한 집단에게 보여주는 각종 다양한 불합리한 규제조치들은 아마도 의사집단에 대해 태초부터 반정부 집단이거나 반민주 집단 정도로 낙인찍어 간주하는 느낌이다. 민주주의 나라임을 자처하는 이 시대에 국제적으로 유일한 차별적 대우가 바로 의사집단에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다른 나라의 의사들이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알게 된다면 과연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 국가로 인정할지, 세계 최악의 의료국가로 낙인을 찍을지 그게 자못 궁금하다.

    이런 사회적 배경의 일면에는 의사 사회의 의사전문직에 대한 발달과정 미숙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독일에서 병원의사조합인 마르부르크 분트(Marburger Bund)의 12주 파업을 통해 주장했던 독일의사의 험악한 근무환경의 개선요구에 정부는 전문직 스스로 과도한 시간의 근무를 만들어 내고 이를 규범으로 삼은 것이 문제이지, 정부는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무급으로 초과근무 한 것에 대한 보상은 묵묵부답이었다. 독일 의사사회도 우리처럼 수직적 관계를 통한 위계질서가 매우 강한 편이다.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무시되거나 고위 리더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되면 실제로 의료는 왜곡되기 시작한다. 현재 문재인 케어 이후 새벽에도 고가의 장비를 돌려야 겨우 환자 수요를 충족시키는 우리나라 병원 문화는 이를 적절히 조절할 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그러한 현상은 점차 악화일로에 놓이게 된다.

    의료인 스스로가 만들어낸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라면, 환자의 안정성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정된 근로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는 전문직 내부에서 적절히 통제하고 막아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의사의 집단적 행동에 대한 무차별적인 차단정책은 오히려 병원 경영자의 무지막지한 이윤추구도 가능케 하고 있다. 

    응급이 아닌 상황에서 새벽에 고가 장비를 돌리는 의료문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진정한 환자중심 의료인가? 장비와 검사중심 의료인가?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정부 스스로 병원걱정 없는 나라라는 정치적 치적을 내세우는 것을 보기 힘들다.  

    유럽 선진국 의사 근로자적 권리 바탕 기본권 보장 대원칙

    우리나라는 이제 효과적인 의사파업의 봉쇄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의 참모습인지 아니면, 긴급조치를 대물림 받은 흑 역사의 후예들인지를 냉철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의사파업은 이미 1907년 독일에서 시작됐고 이후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일어난 것인지 일일이 세계사적인 입장에서 정리도 쉽지 않다. 올해도 시위와 파업을 한 독일이나 2년 전 매우 심각한 전공의 파업이 일어났던 영국 모두 의사의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은 의사를 특권층으로 간주하는 것도 아니고 의사만을 위한 특별 조치도 아니다. 의사의 직무 속성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감성노동과 위험도가 높은 고 부담, 고 위험의 복합적인 고난이도의 근로자적 속성을 존중하고 다른 모든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 파업이 많았던 나라들은 대부분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은 유럽연합(EU)의 정부인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통제를 받는다. 통제란 의사파업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의 근로자적 속성을 인정하고 근로자적 권리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기본권 준수에 대한 대원칙이다.

    유럽연합은 2003년 유럽연합소속 국가를 위한 근무시간지침(Working Hour Directive)을 만들고, 회원국들에 전파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의사도 주 48시간 근무로 다른 근로자와 다름없는 원칙을 적용 받는다. 유럽연합은 근로자로서 건강과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 근무시간을 48시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근무시간 지침은 각 회원국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한 예로 몇 년 전까지 프랑스의 인턴은 주 60시간 근무했는데 유럽연합의 인권위원회는 이를 시정하도록 해서 주 48시간으로 변경시켰다. 전문직이건 일반직이건 근로의 속성은 모두가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기본권 제한 시 전문 직능 분야도 순식간에 취약한 근로조건으로 내몰려

    유럽의 ​​인권 협약을 살펴보면, 노동조합 가입 문제를 비롯해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면서도, 국가의 안보나 공공의 안전 등 아주 특별한 상황에 한해 이러한 기본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치안과 국방을 책임지는 경찰과 군인에게 파업을 허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본권과 직렬구조로 연결돼 있는 ‘파업권’을 제한할 경우 어떠한 직종이든 간에, 그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윤리적 책임이 따른다. 의사들처럼 사회 필수 영역에 종사하는 경우 다른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부당한 처우 등에 대해서 단체행동을 못하도록 파업권에 제한을 받는다면 피고용자 신분에서 근로 조건에 대한 협상과 급여 문제 등에 대해 매우 취약한 위치로 내몰릴 수 있다. 다른 근로자들과 같은 파업의 선택권 결정권이 없다면 자신의 고용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고, 이런 사태는 이미 심각한 의료 왜곡 현상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는 고용주(정부)가 근로 조건에 대해 근로자와 합의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음을 의미하듯, 우리나라 의료문제 만큼은 의사의 근로 조건에 대해서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의 급여와 직결되는 보험수가를 정부 마음대로 통제 또는 조절하거나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적 절차에 의한 합의로 포장된 불합리한 ‘구조적 폭력’도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국가에서는 일체 법적으로 허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 부당 핍박 지속 시 국민의 기본권 ‘단체 힘’으로 맞서야 바뀔 수 있어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의사는 경찰관과 군인의 파업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응급 의료와 일부 필수 의료 영역에 대해서는 그 현장을 절대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모든 의사파업은 응급의료에 대한 정상 가동이 흔들림 없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료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착돼 있고 월급을 받는 피고용 의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1차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개원의들도 대부분 건강보험의 제도권 안에서 급여를 수령하는 우리나라의 의료구조에서 정부가 주도해서 수가를 조절하고 통제한다면 이는 명백히 의사의 급여를 건보재정에 맞춰 착취하는 행태이다.

    따라서 의사도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대명제를 생각한다면, 그 어떤 부당한 처우에 맞서 행동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로써 헌법에 명시된 당연한 권리인 동시에 정당성을 갖춘 행위인 것이다. 의사에 대한, 나아가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핍박이 지속된다면 필수 의료 영역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정상 가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의료 영역은 정상 가동을 멈추게 해서라도 의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의사가 안정을 찾아 올바른 국민건강의 돌봄으로 이어진다면 그 길이 바로 정의로운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맞닿아 있는 올바른 의료 환경 쟁취를 위한 의사의 정당한 파업권과 단체 행동으로 결집해 행동할 수 있는 권리는 선택도 아니고 국가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찾아야 하는 기본 권리인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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