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06 05:00최종 업데이트 18.02.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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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원가계산? 의대 공부·병원 설립 보상부터 하라

[칼럼]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

"건보공단 직영병원 추가 설립해 원가계산은 부당"

사진=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1월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업무보고에서 김용익 이사장에게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성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적정수가 대안을 질의했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은 의료계 적정수가 보상을 위해 건보공단 직영 병원을 추가로 설립해 정확한 원가계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김 이사장에게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원가 계산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정부는 언제부턴가 의료원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원가는 1989년 의료보험이 전국민에게 적용되면서부터 의료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 원가나 가격을 알아야 보험료를 책정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의 모태는 의료보험이자 사회보장으로 시행된 사회보험이다. 의료보험은 저부담, 저비용, 저보장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의료보험 출범 당시 관행수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 비용이 매겨졌다.

국가가 모든 의료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영국 방식의 의료제도라면 의료 원가라는 개념은 필요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사회보험 제도를 이용하면서도 민간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적정한 의료수가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원가부터 공개하라고 한다.

필자는 1월 27일 여러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1차 의료기관, 즉 의원을 국가가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질의했다. 복지부나 건보공단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 원가를 알고 싶어해서다. 정부가 현재 운영되는 의원을 적정 비용으로 인수해 운영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비용에 대해 많이 파악할 수 있다.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지급, 신용카드 수수료 등에 휘청거리는 의원 경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의료기관 경영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이는 적자를 내도 세금으로 메울 수 있는 건보공단 의원 설립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998년 기사를 보면 당시 국민회의 이성신 의원은 "일산병원 건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2125억원이고 병원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연간 72억∼118억원에 불과하다“라며 ”공단의 올해 적자가 3240억원, 내년 3500억원이 예상되는데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뭐냐"고 따졌다고 한다.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2000년에 개원했다. 최근 건보공단이 국회 복지위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일산병원 경영수지 현황’에 따르면, 일산병원은 2013년 19억원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한 뒤 2014년 1억원, 2015년 25억6000만원, 2016년 106억7300만원 등 당기수지 흑자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6년 경영분석을 해보면 의료수익으로는 19억 흑자에 불과하고 의료외수익(장례식장 56억, 임대수익 25억)이 80억원 정도로 분석된다. 의료수익 보다 부대사업으로 인한 의료외수익이 4배 이상 많았다.  

또한 일산병원은 설립 이후 13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어느 민간 기업이 2000억원을 투자해 10여년간 지속적인 적자를 견뎌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원가를 알기 위해 설립한 병원, 그러나 설립 비용을 감당하고 감가상각을 적용해서 제 자리에 정착할 때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원가 분석을 위해 새로운 병원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와 건보공단은 대한의사협회나 민간 의료기관에 지속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사회보장 제도에 묶여있지만 병원과 의원 대다수는 민간 의료기관이다. 정확한 원가를 계산하려면 의사가 자신의 비용으로 의대 공부를 하고 자신의 비용으로 병원을 세운데 대해 적정한 보상부터 필요하다. 건보공단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원가를 계산하는 관행부터 뜯어 고친 다음에 원가를 요구하라. 이런 전제조건이 따른다면 얼마든지 원가 정보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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