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 치매치료제 '레켐비주(성분명 레카네맙)'를 허가했고, 시판 후 중대이상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치매치료제 허가·사후관리 전 단계에서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며 "국민 생명 앞에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오유경 처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아두헬름은 국내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제출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5837병이 '환자의 요청에 따른 자가치료용'으로 공급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국회에서의 중대한 허위보고 또는 위증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켐비 역시 국내 정식 판매 전 448병이 자가치료용으로 공급됐는데, 식약처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레켐비가 허가시판 전 단계에서도 안전성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식약처는 지난해 '시판 후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시판 후 조사는 제약회사의 보고서에 의존하고 있으며, 허가과정에서 제약회사가 제출한 시판 후 조사관리 계획에 대해 정량적으로 얼마나 달성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레켐비의 경우 6년 동안 3000명을 추적보고(한국에자이 계획)하는 것으로 시판 후 조사가 계획돼 있다. 이는 시판 후 조사가 부작용관리 및 위해성 검증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환자 안전을 제약사에 맡긴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정기 약물 감시 과정에서 투여 초기 사망 6건(중복 제외 4건)을 확인하고 MRI 추적검사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리는 안전조치를 취했지만, 식약처는 아직까지 별도의 후속 조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허가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135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중대이상사례는 12건(9%)에 달했다. 주요 이상사례는 ▲뇌 부종 ▲미세출혈 ▲헤모시데린 침착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었다.
전 의원은 "뇌 부종 및 미세출혈은 일시적인 부작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환자의 뇌 조직 손상과 뇌 위축을 유발한다. 치매를 치료하려다 오히려 뇌 기능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레켐비 처방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환자의 안전성도 빠르게 위협받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다. 뇌를 대상으로 하는 고위험 약물은 허가나 사용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제대로 철저하게 점검돼고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전의 신약, 고위험 생물의약품, 조건부 승인 약물은 반드시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치도록 법제화하고, 환자 요청에 따른 자가치료용 약물의 시판 후 조사 의무 부재를 해소해 안전성 추적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자가치료용 공급 약물 부작용에 대한 정기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전 의원은 "치매치료제는 국민에게 희망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희망은 절망이 된다"며 "식약처가 '허가기관'이 아니라 '안전관리기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