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7.24 09:15최종 업데이트 17.07.2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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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진료가 가능하려면

경영 할 수 있게 수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칼럼] 정명관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환자와 의사가 서로 보호 받고 존중받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진료시간은 몇 분일까?

평균적인 진료 프로세스를 한번 생각해 보자.

초진일 경우, 환자를 호출하여 진료실에 들어오고 의사와 간단한 인사라도 하며 숨돌리는 시간 (1분), 환자가 병원에 온 이유를 묻고 주증상에 대하여 문진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 (3분), 문진으로 어느 정도 파악한 사실을 신체 진찰을 통하여 확인하고 다른 증상은 더 없는지 살피는데 필요한 시간 (3분), 진찰 결과와 추후 필요한 추가 검사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 (3분), 챠트 기록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 (3분) - 13분이다. 환자가 두툼한 종합검진 기록을 가지고 왔거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 받은 기록과 약물들을 가지고 왔다면 그것들을 검토하는 시간도 추가로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이 모든 것을 2-3분 안에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사는 컴퓨터 속의 정보를 보거나 기록하면서 동시에 문진 행위를 이어가게 되고 정작 환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9일에 올해 9월부터 11개과의 초진환자에 대해서 그동안 관행이었던 3분 진료의 틀을 깨고 15분 진료를 1년간 시범사업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듯 하면서도 놀라운 시도다.

여기서 당연하다고 한 것은 3분으로는 진료가 그것도 3차병원을 방문해야할 정도의 중증 환자의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고, 놀랍다고 한 것은 과연 지금도 저수가인 의료수가가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동네 의원이나 대학병원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환자들은 3분진료에 익숙해져 있다. 대학병원의 진료예약 명단을 보면 15분 단위로 5-6명씩 적혀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3분 동안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가 없다. 3분이라고는 하지만 환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 의사가 기록을 검토하고 챠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한데 1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안 아프시죠?" "검사결과는 괜찮네요." "약, 그대로 드세요." "다음 환자!' 이런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환자를 꼼꼼하게 진찰한다거나 환자의 궁금증에 대하여 알아들을 수 있게 답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사와 환자의 랍보가 좋아지기는 커녕 랍보를 형성할 기본적인 시간조차 없다. 언제나 환자는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와서,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또 1시간씩 쓰고 겨우 3분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받아들고 다음 예약일을 정하고 허둥 지둥 나가게 된다.
 
그런데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 질 수 없는 3분 진료로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버텨올 수 있었을까?

진료횟수를 늘리는 것과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기에 검사에 의존하는 것과 여차하면 입원시켜서 보는 것으로 해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 의원급에서 진료해야 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경질환자를 많이 봐 왔다는 것도 상당 부분 기여한다.

우리나라 국민1인당 연간 의사 방문 횟수는 14.9회로 OECD국가 평균(6.8회)의 두배가 넘고 입원 일수도 16.5일로 OECD국가 평균(8.1일)의 두 배가 된다. 둘 다 OECD 최고 수준이다. CT/MRI 등 검사 횟수가 많은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 영국은 의사의 평균 진료시간 10분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므로 15분으로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예약 건수를 1일 23건, 주당 115건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대학병원도 아닌 1차의료기관에서 말이다. 만약 단순질환자가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 중증질환자만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면 대학병원 환자의 진료시간은 그보다 더 길어져야 함에 틀림없다.

대학병원에서 반나절에 10명 이상 본다는 것은 제대로 된 진료를 하려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반나절에만 80명, 100명씩 진료하는 교수들로 넘쳐난다.
 
한 환자당 진료시간을 3분에서 15분으로 늘리면 단순 계산으로 환자가 1/5 수준으로 줄어든다. 외래환자가 줄어들면 입원이나 수술환자도 덩달아 줄어든다.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받는 것도 아닌 대학병원이 그러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진료비를 5배 인상하면 15분 진료가 가능해지는걸까?
 
서울대병원에서 3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15분 진료 실험을 하고 있는 임재준 교수에 따르면 15분 진료 환자의 평균 진료비는 15만6272만원(검사비 7만8919원 포함)이었고, 반면 진료시간이 짧은 환자들의 평균 진료비는 20만4005원(검사비 16만1866원) 이었다고 한다. 3분 진료 환자가 15분 진료 환자보다 검사비를 두 배 이상을 썼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짧은 진료 시간을 검사로 커버했음을 알 수 있다. 15분 동안 3분 진료를 5명 하면 진료비(검사비 포함)가 100만원이 넘는다.

단순히 진료비를 시간 비례로 5배 인상한다고 하여도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데 현재 심층진료비라고 하여 공단에서 생각하는 진료비는 고작 3-4배 수준인 듯 하다. 이래 가지고는 시범 사업만 하고 끝날 지도 모르겠다.
 
공단이나 심평원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재정 중립성을 이런 곳에다 써 먹었으면 좋겠다. 대학병원이 3분 진료를 15분 진료로 바꾸어도 전체 진료비(검사비+입원비+수술비 포함)가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되도록 과감한 배팅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길게 보면 남는 것이다. 같은 비용이 들더라도 환자도 더 만족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3분 진료비에 비하여 15분 진료비는 10배 이상이 되어야 할 듯 싶다.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하여 의뢰되어 온 환자에 대하여 총 진료비 증가에 비하여 환자부담분은 그렇지 많이 증가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또한 3차병원이 15분 진료를 하려면 3차병원 외래진료환자를 줄여야만 한다. 지금처럼 하루 외래진료환자 만명 이상씩 보고 그 가운데 경증질환자도 많은 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1차 의료기관에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가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환자의 안전을 위하고 환자가 제대로 진료 받을 권리를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3차병원 외래로 가던 경증질환자들이 1차의료기관으로 돌아오려면 1차의료기관의 신뢰성도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감기환자나 물리치료 환자를 1~2분 만에 진료하면서 박리다매 구조로 가는 진료 패턴도 바꾸어야 한다. 병의원에 꼭 와야할 환자만을 제대로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1인당 진료시간은 늘리고 하루 진료 인원 수는 50명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의료기관의 경영 상태가 현재 수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개편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난 15년간 OECD 최고의 의료비 증가율을 보여 왔고, 앞으로 15년간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의료비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은 OECD 평균을 추종하면서 1인당 진료시간이나 한사람당 연간 의료비,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횟수, 1인당 병상수, 1인당 입원 일수는 OECD 평균과 동떨어져 있어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15분 진료의 열쇠는 수가 체계 개편과 차등 수가제 강화에 있다.



 

#정명관 #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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