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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수가 진찰료→대형병원 선호 심화 →불필요한 검사와 의료소비 유발

    "뒤틀어지고 변질된 대한민국 임상의학, 진찰의 진정한 의미 살리고 진찰료 정상화부터 해결돼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10.08 06:17 | 최종 업데이트 19.10.08 06:2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권이 바뀌어도 늘 찾아오는 정권의 선심성 정책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의대 설립 및 의사 수 증원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주장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의사수와 OECD국가에 대한 단순비교도 연구과제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무엇이, 어떤 연유로,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비교적 적은 수의 의사로 선진국을 월등하게 추월하는 의료접근성을 갖고 있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 수가의 진찰료와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 진찰의 제대로 된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데 있다고 본다. 

    미국 등 선진 의료시스템 주치의 환자 등록에만 상당 시간 소요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주해 한 가족의 주치의를 정하기 위해 가정의학 전문의에게 환자가족으로 등록하려면 보통 몇 주간의 시일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한 가족 4인의 주치의 등록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면 아마도 난리가 벌어질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긴 대기 기간이 필요한지 이해하기도 힘들 것이다.

    우선 한 가족 4인에 대한 의사의 최초 면담과 등록에는 담당 의사가 주치의로서 향후 진료에 필요한 모든 상세한 기본 정보를 가능한 빠짐없이 가족들로부터 이야기를 유도하고 청취해 기록으로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과거력부터 특이사항과 현재의 병력까지 모두 묻고 답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4인 가족이면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2시간 이상이 족히 걸린다. 단순히 2시간의 시간이지만 빡빡한 의사의 일정표 상의 공간은 통상 한 달에 1~2회 정도 어렵게 스케줄을 조정해야 가능한 것도 시간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설령 주치의로 등록이 된 후에도 가벼운 질환으로 병원에 내원해 주치의를 만나려 해도 통상 1~2주 소요되는 일은 너무나 허다하다. 모든 병이 급성과 만성으로 2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 이런 의료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교민 일부는 응급실로 가야되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응급이 아닌 경우 응급실 방문은 기약 없이 몇 시간을 대기해야 진료가 가능하다. 

    이런 기대와 다른 선진국의 모습에 선진국 의료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에 우리가 한 가족의 등록을 위해 일차 진료를 방문한다면 아마도 당일 몇 시간 내로 의사와 면담이 가능할 것이고, 가족 당 몇 분이나 소요될지 궁금하다. 아마 한 가족 전부해도 20~30분이면 충분히 소화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문케어 개선책 내놨지만 공급 가입자 모두 납득 못해 면피성 실패작에 불과  

    정부는 의료계로부터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최근에 발표했다. 항상 그렇듯 복지부내 몇몇 부서의 공무원들의 작품이고 규정, 시행령 개선 등의 조항이 덧붙여진다. 그러나 이런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를 뒤바꾸기에는 거의 효과가 없어 보이는 정책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손을 대지 못하는지 해결을 미루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에 접근하기는커녕 한마디로 매번 되풀이되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진찰료다. 우리나라의 초, 재진 진찰료 정책은 도대체 어디서, 그리고 무엇부터 시작이 잘못됐는지 그야말로 직원들 인건비 충당도 어려운 살인적 초저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저가 진찰료 정책으로 인해 병원의 문턱을 지나치게 낮춰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환자 입장에서 의사에 대한 접근성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추종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그리고 진료시간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듯 여기에 맞게 초스피드로 짧게 해서 다른 나라 의사가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솔직히 이런 현상은 후진국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현상이다.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주 5일 근무 환경에  역행하면서 주말과 공휴일 진료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의 휴가기간에 갈수록 연장되는 긴 근무시간은 짧아진 진료시간과 더불어 정부의 주장대로 OECD 평균이하 수준의 의사 수로 의료접근성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의료의 출발점은 환자의 격을 무시하는 싸구려 진찰료에서 시작  

    우리나라 의료의 두드러진 특성으로 대별되는 것은 ‘빨리빨리’ 휘몰아치는 신속 진료와 함께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현상을 보이면 수많은 검사와 고가장비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의료문화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환자나 가족들의 강력한 필요성으로부터 제기되는 것인지, 병원 차원의 경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과잉진료 문화의 영역에서 흘러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그 경계를 구분하는 것도 이미 오래전에 의미가 퇴색한 듯하다.  

    캐나다에서 가정 의학 의사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하신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의 일 중 상당시간은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 의료 전문가인 의사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검사나 고가장비를 이용한 불필요한 검사를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설명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서는 ‘빨리빨리’는 통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어떤 의료 환경의 기전이 의사들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불필요한 검사나 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환자들을 설득하는 일에 애를 쓰는지 곰곰이 되짚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개입할 이유도 없다. 정확히 연구된 결과는 없으나 통상 약제나 검사를 통한 처방보다는 이런 것들을 하지 않고 환자를 설득해 기다려 보기를 권유할 때 약 3배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초저가 진찰료 수준의 의료 환경에서는 이러한 여유 있는 진료는 의사의 생계를 불가능하게 할 뿐 만 아니라, 기다림에 지친 수많은 대기 환자들로부터 강한 불평불만을 쏟아내게 해서 결국 병원 경영이 불가능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최저 수가’ 진찰료는 박리다매로 이어져 결국 의료 양극화 유발 의료체계 망가뜨려

    미국에서 비교적 저수가 구조인 ‘메디케어(Medicare)’에서도 초진 환자의 경우 우리 돈으로 약 15만 원 이상의 진찰료를 지급하고 있다. 환자와의 첫 대면을 통해서 보다 상세한 병력 채취와 특이사항 등을 통찰해내는 것이야말로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진찰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가 되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검증된 과학적 방법과 근거 중심의 의료 원칙에 입각한 진찰은 임상 의학에서는 기본 구성 요건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 세계 보험 운영 국가 중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싸구려 진찰료 수준은 이러한 중요한 병력 채취 과정을 별 의미 없이 쉽게 간과하도록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가 정상 범위에서 왜곡되도록 하는 뒤틀림의 가장 큰 중심축이자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의사로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최저 수가’ 수준의 진찰료는 마치 박리다매를 위한 미끼 상품처럼 작용해 결국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의학에 의한 의료소비만을 유도하고 부추길 뿐이다. 실제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성과나 치료 결과를 증대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빨리빨리 싸구려 한국형 의료체계 기본 진찰에 집중 못하는 악성 구조

    이른바 ‘빨리 빨리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의료는 환자와의 상세한 면담, 그리고 각종 검사의 처방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의사가 제시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만들어 내지 못하며 오히려 퇴화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의과대학생에게 외국에서 선택실습 경험한 사례를 물어보면, 우리나라의 임상적 문화에서 당연히 CT나 MRI 등 고가 검사를 처방하면 담당 지도전문의는 환자에게 왜 이런 고가 장비의 검사가 필요한지 설명해 보라고 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진료현장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보편화된 고비용 검사처방에 별다른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T나 MRI로 인한 환자의 방사능 피폭량에 대한 우려와 고려도 해보았느냐는 지도전문의의 질문에는 “한국은 항상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어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며 괜찮다”는 웃지 못할 농담 섞인 답변도 있었다고 한다.

    의사의 직무는 통상적인 단순 업무도 있으나 대개 고등사고능력에 의한 판단을 요하고 이 판단에 걸 맞는 논리적 구조적 분석적 사고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끌어내야 한다. 임상의학은 증상과 진찰과 검사소견에 의한 종합적 판단을 이끌어 내는 매우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쳐내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다. 고가의 검사를 거의 기계적으로 처방하는 이유는 의사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기계가 창출하는 잉여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제 오랜 기간의 초저가 진찰료 정책으로 이런 의사의 고등사고능력 조차 퇴화시키고 있다. 대신에 직관이나 감성적 판단을 매우 능하게 한다. 

    최근 발표한 정부 상급 쏠림현상 개선책 역시 늘 반복돼 온 임시방편 재탕

    정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개선책을 보면, 정책 실효성의 성공에 상당한 의문과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과거부터 매스컴을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온 급조된 임기응변식 ‘정책 메들리’로 들린다.

    임상의학의 기본원칙이 무너진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이름을 바꾸고 몇 가지 제한적 조치를 취한다 해서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영국, 캐나다, 태국 등과 같이 공공이 설립한 중증병원의 이용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니 결국 잘못하면 오히려 중증병원의 부흥책으로 왜곡된 의료정책이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역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빨리빨리 의료와 대학병원 이용에 길들어진 국민이 본인의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대학병원을 계속 선호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병원과 일반병원의 수가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면 몰라도 현재와 같은 수가제도 하에서는 거대한 물줄기와 같은 대학병원 쏠림 현상은 막아내기 힘들어 보인다. 

    억지로 낮춘 의료 수가로 보장성 확대를 지속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 될지는 말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일부 국민은 망해가는 사회주의 국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초저가 진찰료의 역습이야말로 결국 검사의학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의료소비의 촉진과 뒤틀어지고 일그러진 임상의학의 발전을 더욱 가속할 뿐인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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