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10 06:20최종 업데이트 19.01.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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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노조준비위 "정신과 의료현장 비극 재발 방지" 촉구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하는 것이 고인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연대본부 전국의사노조준비위원회(이하 의사노조준비위)는 9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과 의료현장의 비극 재발 방지 및 환자와 의료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 임세원 교수는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며 "환자는 양극성장애로 입원치료 등을 받았으며 사건 당시까지 상당 기간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사노조준비위원회는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비극적인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사노조준비위는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첫 번째는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방지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라고 설명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의료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지만 지금도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원무과 직원 등 병원노동자는 모두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환자를 진료하는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환자·보호자가 가하는 폭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대책은 다양한 수준에서 마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의 위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는 것, 그리고 폭력의 위험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보안요원 배치를 의무화하고 경찰 파견근무를 지원하는 등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또한 이번 사건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먼저 전국의사노조준비위원회는 모든 정신질환이 그 자체로 폭력 혹은 범죄를 유발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회적 인식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는 것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접근권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사건의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적절히 치료받지 않았다는 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및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에 접근하는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정신장애의 평생유병률은 14.4%(2011년 기준, 니코틴·알코올 사용장애 제외)에 이르고 추정 환자 수는 368만 명을 넘는다. 입원 중인 환자 수도 엄청난데, 일례로 건강보험이 아닌 의료급여 대상자에 한정해도 2016년 한 해 약 3만8,000명이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성 장애'로 입원했다"며 "조현병 진료에 쓰는 건강보험 진료비만 한 해 3,000억 원에 가깝지만, 그나마 환자 수(50만 명)의 20% 정도만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질환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노조준비위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환자에게 가해지는 유무형의 차별적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질환을 제때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질환에 대한 의학적 접근을 넘어서서 질환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정신질환 혹은 그로 인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생산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행해지는 비자의적인 입원에 대해서는 사법입원제도 도입 또한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의적인 입원 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당한 강제입원을 통제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는 불충분하면서 환자에 대한 적정치료를 담보하지도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2017년 비자의적인 입원 절차를 더 어렵게 만들어서 환자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지만 치료·재활·복귀를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부족, 국가·공공부문의 책임 강화, 의사의 역할을 벗어난 권한과 이에 따른 과도한 책임, 치료와 인신구속 사이의 모호한 경계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치료와 인신구속의 성격이 혼재돼 있는 비자의적인 입원의 경우 입원 단계에서부터 입원의 지속, 사후 관리까지 국가기구가 관장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행 비자의 입원제도는 사법입원제도로 대체돼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 OECD국가 모두는 사법입원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노조준비위는 "2019년을 앞둔 마지막 날 발생한 사건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커다란 일면을 보여주는 비극이었다"며 "의료인·병원노동자가 극단적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의료환경,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 보장과 접근권 향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해소,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재활·복귀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국가 책임 강화,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통한 모순적인 비자의 입원 제도 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논의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고인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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