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03 13:25최종 업데이트 21.01.0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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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돋보기] 불법과 합법 사이, 의료인력 대안으로 제시된 PA 쟁점과 해결책은

권한 밖 업무 수행, 무면허 의료행위, 전공의 교육 악영향...의료계 "경영문제나 인력 공백으로만 접근해선 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부족한 의료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양성을 내세우면서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불법과 합법 사이에 놓인 공공연한 PA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법안돋보기]에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병원 PA 제도의 현황과 함께 의료법적 문제점,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PA의 확산, 전공의 확보 부진한 과들부터 시작…늘어나는 추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PA는 소위 의사보조인력 또는 진료지원인력으로 불리며 현행 의료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의료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많은 병원들에서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병원 운영진 입장에서 의료인력 운용에 수월하기 때문에 이번 40대 대한병원협회 회장 후보들 모두 PA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특히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소위 기피과 등을 중심으로 행정업무부터 수술과 시술 보조, 약물처방 등 실질적으로 의사 역할을 대체하는 PA 간호사들이 등장하게 됐다. 병원간호사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근무하는 PA는 2017년 3768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의료인력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 교육까지 시키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PA가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교육이나 지원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라며 “전공의 지원이 부족한 외과 분야나 지방병원의 전공의 미충원 진료과를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PA 근무 현황. 사진=이탄희 의원실 제공

실제로 PA 인력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PA인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10개 국립대병원에서 활동하는 PA만 총 1003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서울대병원이 175명, 경상대병원 162명, 부산대병원 159명, 충남대병원 132명 순이었다. 이 중 외과 분야 PA가 672명으로 67%였고 내과 분야가 258명으로 25.7%를 기록했다.
 
PA간호사들의 수술참여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2016년 PA 수술참여 건수가 5108건 중 단 62건에 불과했으나 2019년엔 5080건 중 1381건으로 늘어나 전체 수술의 27.2%에 PA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도 5년 전인 2016년 이미 수술 참여도가 90.5%에 달했고 2019년에는 8044건의 수술 중 7582건(94.3%)에 PA가 참여했다. 
 
권한 넘는 업무 수행으로 법적 문제 노출…타 직종과 관계 분쟁도
 
PA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PA 합법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해당 문제가 다양한 부작용과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PA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될 경우 진료보조 기능은 대폭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간호사 직역의 업무 확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의료행위에 대한 무자격 의료행위가 성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한의학회가 2011년 실시한 'PA 실태조사 연구'에서도 자칫 권한을 넘게되는 업무 수행에 있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의학회는 "무자격 의료행위에 대한 느슨한 준법 분위기를 감안할 때 PA 제도가 도입에 의한 혼란과 무질서가 심히 우려된다"며 "자칫 진료 보조 인력이 법령과 능력을 넘어서는 업무를 수행할 경우 불법적 요소 뿐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PA 양성화로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A 인력이 제도적으로 양성될 경우 대형병원의 진료 능력이 급속도로 증가되고 이에 따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의학회는 "PA를 제도화하더라도 대형병원을 포함해 의료기관에서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자 적정한 의사 인력 투입 대신 PA를 토입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타 직종과의 관계와 전공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현재 의료계 단체들과 가장 충돌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PA합법화는 의료법 제27조에 따른 의료인이 면허를 넘어선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같은 이유로 PA를 반대하며 대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PA인력이 점차 증가하면서 직종 간의 갈등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전공의들과 업무범위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PA와 전공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쟁점 중 하나다. PA가 제도적으로 양성되고 숙련도가 증가될수록 매년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되는 전공의보다 숙련된 PA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비교기과학교실 허정식 교수는 2019년 'PA의 현황과 의료법적 문제점' 연구에서 "PA가 양성화될 경우 새로운 의사가 된 의료인보다 이들이 더 경험이 많아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역할을 할 수 있다. 전공의의 교육적 목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전공의의 교육 받을 권리마저 위태롭게 될 경우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의대생들의 병원실습과 유사하게 아직 법적으로 PA 의료행위의 범위도 정해지지 않았다. 지도의사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 의료행위를 할 경우 윤리적 갈등과 법적 문제에 늘 노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사례: 미국‧영국 등 PA 교육 과정 수료 후 국시 합격해야
 
국외 PA 제도 비교. 사진=대한의학회, PA 실태 조사 및 외국사례 연구

의학회가 조사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PA를 공식적으로 진료 허용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사례가 있지만 이는 모두 체계화된 교육과 자격시험 통과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업무 범위상 갈등을 우려해 서류 업무 보조에만 그치도록 한 나라도 눈에 띈다.
 
미국은 PA에 대해 의사의 감독을 전제로 진료를 허용하는 자격을 인정한 사례로 1965년 듀크(Duke) 대학의료원에서 교육이 시작돼 현재 8만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PA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113개 석사학위 프로그램, 21개 학사학위 프로그램, 3개 전문학회 프로그램, 5개의 수료프로그램이 있으며 이 과정을 수료한 이후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또한 2년마다 100시간의 보수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매 6년마다 자격 갱신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되는 만큼 진료 업무도 보장된다. 미국에서 PA는 병력청취, 신체진찰, 검사 처방내기, 질병진단, 환자 상담, 수술 보조, 약물 처방 등 임상 업무를 시행할 수 있다.
 
영국에서 PA는 정해진 의사의 지위 감독 하에 환자에 통합적인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아닌 새로운 보건의료 전문가로 지위를 갖는다.
 
2005년 공식협회가 설립되고 3개 대학에서 선발과정을 거쳐 2년과정의 학사학위를 요하며 매년 46주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 중 1600시간의 임상수련이 포함돼 있으며 국가자격시험을 치르고 1년간의 인턴과정을 거친 후 활동할 수 있다. 이 후에도 5년마다 자격 재인증을 위한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임상 진료가 가능하지만 약 처방은 불가하다.
 
독일은 1900년도에 PA제도가 시작돼 약 30만명의 인력들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의사보조인력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은 모두 학사과정으로 4개 교육과정이 있고 이 인력은 모두 간호사로 충원,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어야 의료행위를 실시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공식적으로 PA제도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의사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의료담당비서(medical secretary)를 도입한 상태다. 이들은 의사의 감독하에 서류 작업만을 보조하며 아직 많은 병원에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논의할 PA 정착 방안 방향이 진료보조사 제도?
 
우리나라에선 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직접 PA 양성화를 위한 테스크포스(TF) 구성과 시행규칙 개정을 약속한 상황에서 향후 PA제도화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견이 많지만 우리나라에 정착할 PA제도화는 의학회가 내놓은 '(가칭)진료보조사' 제도와 비슷한 형식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의학회는 복지부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관련 연구에서 미국과 유럽 같이 단축된 의학교육을 통해 '준의사'를 배출하는 PA 제도 보단 기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제도를 바탕으로 진료보조사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의학회는 "PA 인력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국내 의료 현실과 환자안전을 감안했을 때 미국과 유럽의 PA제도는 우리의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의의학교육의 효율성, 기존의 직종과의 관계, 다소 느슨한 무자격 의료행위에 대한 준법 분위기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학회가 제안한 진료보조사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중 일부 인력에 대해 법령에 의해 일정한 교육과 업무능력 확인 절차를 밟은 후 기존 업무 범위보다 약간 확정된 업무, 권한과 책임 등을 정해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의사의 지시와 감독에 의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독으로 수행하는 업무 중 의사의 지시대로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법적 문제도 본인에게 책임이 있도록 했다.
 
또한 특정 업무의 능력 보유가 확인된 전문간호사의 경우 교육의 범위를 축소할 수 있고 응급구조사의 경우 현재 인정된 업무 범위 내에서 응급실 진료보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격과 관련해서도 진료보조사는 5년 이상 의료현장 실무 경험이 있어야 자격이 인정되고 의사단체가 관장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역량평가와 확인 절차를 거쳐 실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의학회는 "병원협회 일부 임원들이 진료보조사들의 자격을 더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진료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간호협회는 전문간호사 분류에 수술전문간호사와 같은 별도의 간호사 직종을 신설해 이들이 진료보조사가 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진료보조사는 그 업무 영역이 기존 간호사나 전문간호사보다 확장된 형채로 이 같은 제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학회는 "현재 중소병원과 의원급에선 간호조무사가 난이도가 낮은 수술보조 업무를 하기도 한다"며 "이런 현실과 중소병원과 의원급에서 간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진료보조사 제도가 무리 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 기간 설정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제도 양성화 여부부터 의사 진료 권한 등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학회 이우용 정책이사는 "진료보조사 제도는 의학회 공식 의견이라기 보단 연구 차원에서 나온 의견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며 "현재 국내에서 PA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학회 공식 의견은 PA제도의 반대다. PA라고 하면 미국처럼 정식 교육을 받고 라이센스를 받은 상태에서 진료를 보조해야 하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정책이사는 "당장 눈 앞에 경영상의 문제나 인력 공백을 이유로 법에서 정한 권한 밖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보면 의사보단 간호사, 간호사보단 간호조무사 등 싼 값에 인력을 쓰게 된다. 단순히 결정해 버리기엔 의료제도에 미칠 파장이 크다"며 "PA문제는 의사의 진료 권한을 나눠주는 의료 정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 경영진이나 정부 차원에서 정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반드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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