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1.13 07:17최종 업데이트 23.01.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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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어린이병원이 안되는 이유, 모병원 운영구조 때문?…“자원투입 여력 없다”

행위별수가제도 적자 주요 원인, 사후보상 통해 독립병원 준할 정도 규모 재정 투입해야

서울대병원 부속 어린이병원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소아청소년과 진료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병원에 대한 파격적 지원안이 나왔다. 의료손실액을 우선 선보상하고 실제 예산 집행 내역을 계산해 예산과 차액은 사후 보상하는 방안이 그 대안이다.
 
서울대병원 김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뢰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방식 지불제도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인프라는 대위기인 상황이다.
 
경제 수준의 향상에 따라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진료 수준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으나 어린이병원은 수십 년 전의 인력 구조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수년 사이 소청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수가 급격히 감소해 대학병원 소청과 입원 진료를 유지하고 있던 주요 인력 인프라의 붕괴된 상태다.
 
국내 어린이병원 전부 모병원 소속 형태…자체 발전 어려워
 
어린이병원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모병원에 소속된 형태의 운영 구조가 꼽힌다.
 
실제로 해외의 어린이병원은 대부분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의 협력 관계가 명확하게 작동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기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운영 효율화 전략을 세우고 운영비에 대한 기부금도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어린이병원은 모두 모병원에 소속돼 있는 형태로 자체적으로 발전 전략을 세울 권한이 없은 실정이다.
 
김민선 교수는 "국내 어린이병원은 회계 및 법인이 독립돼 있지 않고 모병원에 소속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행 행위별 수가에서 지속적인 운영 적자를 발생하는 어린이병원은 신규 사업 실행 및 인력 배치 등 발전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모병원의 입장에선 어린이병원의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형태가 아닌 경우에는 여전히 인력 및 서비스 투입 시 일정 부분의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린이병원에 자원을 투입할 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로 인한 만성 적자도 어린이병원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연구팀이 어린이병원 적자 요인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전체 수는 감소하고 중증도는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현행 행위별 수가의 인상을 통해선 전체 어린이병원 인프라 유지 비용을 보전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서울 외 권역의 어린이병원의 경우 권역 내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과 응급 진료를 책임지기 위해 인력·시설·장비의 필수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나, 환자의 진료 건당 비용이 가산되는 현 제도에선 서울 권역의 어린이병원의 수익만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2017년 4월부터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입원관리료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나 입원한 환자를 기준으로 1일당 가산 수가를 주는 형태는 환자 수가 적은 권역 어린이병원의 인프라 유지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적합하지 못했다"며 "특히 중증도가 높은 서울 내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수가 수준이 너무 낮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의료손실액 선보상 혹은 사후보상제도 도입 필요…모니터링 통한 인센티브 제공안 모색
 
이에 고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민선 교수는 "보상과 실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예산 비용에 근거해 의료손실을 계산해 이를 선보상하고 실제 집행 내역을 검증 후 예산과의 차액을 사후 보상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후보상제도는 어린이병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건강보험에서 모두 보전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운영 효율화를 촉진하는 기전을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권역별로 독립 어린이병원이 존재하는 것에 준할 정도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권역 어린이병원에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기본적 입원, 수술, 중환자실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선 의사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후 전공의 수급 현황을 확인하며 적절한 모형이 만들어지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후보상 지불제도는 국내 보험 체계에서 시도한 적이 없는 형태이며 해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는 적용한 사례가 없다.
 
다만 미국 어린이병원에서 메디케이드 환자 진료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연방과 주정부 예산 지원으로 유지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저출생 시기 어린이병원 인프라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체계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계산하고 이를 보조금 등의 예산으로 보상해 공공 영역의 어린이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 지원과 관련해서도 해외 어린이병원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지역별로 소아청소년암센터를 지정하고 암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별도로 병원에 제공하고 있다.
 
주기적인 모니터링 방안도 모색됐다. 김 교수는 "지원에 따른 주요 의료서비스 관련 실제 보강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매년 평가해 초기에는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수년 후 어린이병원이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는 디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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