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6.07 06:06최종 업데이트 16.06.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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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뉴스가 국민을 오도하는 방식

의약품 보고와 '오남용' 구분 못한 SBS

인용된 자료도 전혀 맞지 않아




공중파 뉴스가 잘못된 통계 해석을 내리고 전혀 엉뚱한 근거를 제시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SBS가 6월 6일 '8 뉴스'에서 보도한 '의약품 부작용, 세계 2위 국가는 한국'이란 기사는 매해 급증하는 국내 의약품 부작용 신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송국은 WHO(세계보건기구)의 2015년 통계까지 제시해 "인구 1백만 명당 (약물 부작용) 발생 건수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국내에서 특히 오용과 남용이 심각하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보고'의 의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독한 것이다.

 
'백만명 당 부작용 신고 비율'인데 나라별 절대값이 없다. 게다가 통계 형식도 비교를 위한 막대 그래프가 아니고, 점유율 비교에 많이 쓰이는 원그래프다.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 미국은 의약품 오남용의 천국?(그래프는 '백만명당 부작용 신고 비율'이 아니고, '최근 5개년 동안의 국가별 신고 점유율' 그래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 부작용 신고의 의미
 
의약품은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동시에 지녀,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부작용 보고자료를 '시판 후 의약품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의약품부작용모니터링센터(WHO-UMC)는 이런 세계 각국의 자료를 취합해 매년 보고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1992년부터 동참했다.
 
보고되는 부작용 빈도는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데, 국가마다 보고시스템의 완성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보고 빈도에서 몇 년째 2위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남용이 실제 많아서라기보단 잘 갖춰진 보고 시스템 덕분이다.(백만명당 의약품 부작용 신고 비율 1위는 SBS의 주장처럼 미국이 아니고 싱가포르다)
 
 
WHO-UMC에서 2015년 발표한 '최근 5개년 국가별 약물 부작용 보고 빈도' 순위, 싱가포르가 압도적 1위고 한국, 미국 순이다.

  
보고 빈도 상위권을 이루는 주요 국가를 봐도 대부분이 의료 선진국이며, 우리나라는 보고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건수가 몇 년 사이 급증해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에선 유이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심평원 역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2위에 오른 2014년 "이런 성과의 원인은 ▲제도적 측면 ▲인프라 측면 ▲교육․홍보 측면 덕분이다"고 자평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의심해보지 않고 인용되는 자료들
 
SBS는 국내 약물 오·남용 심각성에 관해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노인의 83%가 하루 6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주장을 폈는데, 이 수치 또한 의문투성이다.
 
국내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단순 만성질환을 한 가지만 가진 노인 환자가 부지기수인데, 그들이 복용하는 약물이 6가지를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서덕성 외 5명이 발표한 '종합병원 입원 노인 환자들의 입원 직전 다약제 복용 실태와 시사점'이란 논문을 보면, 이런 의문이 더욱 확실해진다.
 
이 논문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1.3%에서 한 개 이상의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만성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노인 환자의 77.7%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경구투여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노인 환자가 80%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약물을 6가지 이상 복용하는 노인이 그보다 더 많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논문을 읽다 보면, "약물-약물 상호 작용의 위험은 복용하는 약물 수에 따라 증가하는데 (중략) 6가지 이상 복용 시에는 8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라는 대목이 나와, '6가지'와 '83%'의 수치가 어디에서 왔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종합병원 입원 노인 환자들의 입원 직전 다약제 복용 실태와 시사점'이란 논문의 한 구절

 
이 보도에서 인터뷰로 인용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또한 발병 주요 요인이 약물이나 감염을 통한 면역 저하로, 질환자만을 놓고 따졌을 때 약물이 질환 원인으로 흔한 게 당연하다.
 
약물의 오·남용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와 유병률을 비교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sbs #오남용 #부작용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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