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28 16:24최종 업데이트 19.01.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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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지도구조 개편에 대한 제언…리더십 검증 어려운데 당선되면 회장에 권력 집중

회장 권력 집중화·회장 임기와 불신임 논란·감사권 오남용·대의원회 역할·선거제도 등 개편해야

[특별기고]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 


※이번 특별기고는 1월 26일~27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를 걱정하는 대의원 모임인 의협 의정포럼에 제출된 발표자료를 재구성했습니다. 

의협 출범 110년, 시대적 요구 반영과 회원 권익 보호에 미흡 

대한민국 의사들을 대표하는 공식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출범한지 어언 110년이 지났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말로 의협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양대 전문가단체라고 한다.

그러나 의협의 위상은 나날이 추락해서 공익단체로서 물론이고 이익단체로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은 협회의 지도구조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다.

의협의 뼈대를 이루는 정관과 제 규정은 협회가 학술단체이자 친목결사의 성격이 강했던 수십 년 전에 만들고 다듬어진 것으로, 나날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뒤따르지 못한 점이 많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회장 직선제 도입 등 큰 변화를 이뤄왔으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적극 보호하기엔 아직도 미흡하다.

이에 현재 의협의 지도구조의 문제점과 그 개편방안을 간략하게나마 제안해보고자 한다.


회장 권한 집중화, 임기를 줄이거나 불신임안 상정 요건 강화하거나 

1) 정관 및 제 규정의 미비

의협 정관 및 제 규정의 미흡함으로 인해 대의원총회 때마다 각종 논란을 야기해왔으며, 이를 둘러싼 소송마저 드물지 않았다. 이에 대의원회는 수차례 정개특위(정관규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보완하려 했으나, 아직도 미비한 점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2014년 노환규 전 회장 불신임 이후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다. 일부 성과가 없지 않았으나 역시 미비한 점들을 충분히 보완하지 못했다.

따라서 의협은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을 반영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적극 보호하기 위해 그때 그때의 일부 개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정관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법리에 충실하고 다툼의 소지가 적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2) 회장 권력 집중화

의협의 회무 수행은 회장, 부회장,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정기이사회는 연2회에 불과해 조속한 회무 집행을 위해 상임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상임이사회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임이사들은 회장에 의해 임면되며, 정관 상 상임이사회의에서 회무의 대부분이 집행된다. 이에 따라 의협 회무 및 그 권한은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이사회의 경우 이사 다수가 각 지역의사회(지부) 및 직역의사회(협의회) 대표로 돼 있어 다양한 의견과 찬반이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회장이 임명한 상임이사들로 주로 구성된 상임이사회는 결국 회장의 의중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민의로 선출된 회장이 협회를 대표하고 상응하는 권한을 갖고 회무를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임명직 임원이 대다수인 상임이사회의에서 회무가 결정되는 것은 자칫 편향된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거나 비판할 장치가 없다.

그래서 정관 상 선출하게 되어 있으나 사실상 회장이 임명해오던 부회장을 2015년 제67차 정기대의원총회부터 선출하기 시작했다. 또 연2회에 불과한 이사회를 4회 정도 늘려서 분기별로 개최하여 각 지부나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 회장 임기와 불신임 논란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나 대한한의사협회 등 유사 이익단체의 회장 임기와 같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의 임기는 2년이며, 대한간호사협회 회장의 임기도 2년이다. 요컨대 회장 임기는 각 단체의 사정에 따라 다르며 도중에 변경된 경우도 많다.

과거 의협이 학술 및 친목단체의 성격이 강할 때는 임기를 어떻게 하든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이후 의료계 사정이 급변하면서 회장 임기가 너무 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는 2000년 이후 19년 동안 제30대 고(故)유성희 회장부터 지금 제40대 최대집 회장까지 무려 11명의 회장이 나왔고 평균 재임 연수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기간 중 회장 권한대행도 4명).

또 이 기간 중 2000년 1월 8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285명중 157명 찬성으로 유성희 전 회장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2014년 4월 19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찬성 136명, 반대 40명, 기권 2명으로 노환규전회장의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2017년 9월 16일과 2018년 2월 10일 두 차례나 추무진 전 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됐으나 가결 및 표결정족수 미달로 통과되지 못한 전례가 있었다.

이렇듯 지난 19년간 네 차례나 의협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되고 임시 총회가 소집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의료계 환경 변화에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의협의 지도구조의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따라서 이럴 바엔 회장 임기를 2년으로 줄여 회무의 공과에 따라 빨리 교체하거나 재신임하자는 주장도 있다. 임기가 짧으면 회무에 큰 불만이 생길 때 불신임을 요구하는 대신 차기 선거를 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회장 임기를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회무 운영을 위해 불신임안 상정 요건을 강화하자는 반론도 있다.

4) 감사권의 오남용

협회 정관에 따르면 감사는 회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대의원총회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또 감사업무규정에 따르면 회계연도 내 반기에 1회 이상 실시하는 정기감사 외에 일정한 요건이 구비됐을 때 수시감사를 시행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정기감사나 수시감사 외에도 상시로 감사가 회무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평함으로써 의협의 회무에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 본연의 역할은 자신을 선출한 대의원회를 대리하여 회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판단은 대의원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수년 간 감사에 대한 논란과 각종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감사 불신임 사태와 잇따른 소송까지 벌어졌다. 이에 2018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불신임의 대상을 이전의 회장과 임명직임원에서 선출직임원(부회장, 감사)까지 확대했다.

한편으론 의협의 규모에 비해 감사수가 많다는 얘기도 있다. 여타 이익단체들과 비교해보면 대한변호사협회가 감사 3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3인, 대한한의사협회 3인, 대한간호사협회 2인 등이며, 대한약사회는 감사가 4인이나 약사회는 부회장이 10인을 넘어가는 조직이라 부회장 7인으로 구성된 의협에 비해 임원수가 많다. 또 감사가 3인이어야 감사단 내에서 2인과 1인으로 의견이 나뉘어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정해서 대의원들이 감사 결과를 이해하기 편하다는 점도 있다.

5) 대의원회의 역할과 위상

대의원회는 명실상부한 의협의 최고의결기구이다. 국가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조직인데, 의협 대의원회는 과연 그런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정관 및 제규정 개정의 건이다. 의협 정관 제20조 1항의2에 따르면 대의원총회의 심의 의결 사항으로 ‘정관개정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다. 각 지부, 의학회, 협의회는 물론 대의원 운영위원회를 통해 총회에 부의된 안건의 형태로 정관 외의 제규정의 제·개정을 논의하고 의결할 수 있다. 다만 정관 제37조 7항에 따라 제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은 상임이사회의 임무로 돼 있다(단, 대의원회운영규정, 감사업무규정, 중앙윤리위원회규정, 선거관리규정은 총회 의결).

결국 회계와 회무의 집행에 필요한 각종 제규정은 1년에 한번 개최되는 정기총회나 간헐적으로 열리는 임시총회보다는 현재 매주 열리는 상임이사회의에서 제·개정이 가능함으로써 대의원회의 역할이 축소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회무 집행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상임이사회에서 신속하게 제규정을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한편으로는 대의원회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각종 규정들을 제·개정함으로써 그만큼 집행부의 권한이 강화됐다.

따라서 의협의 제규정을 선별해 중요도가 높은 것들은 제·개정 시 상임이사회를 거쳐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차선책으로 서면결의라도 통과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 2017년 9월 임시총회에서 구성되됐던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문케어 비대위)에서 의결된 비대위 예산 집행과정에서 협회의 재무규정과 맞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의협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의결이 협회 규정보다 상위 개념이며, 규정에서 미처 정하지 않았거나 적용이 모호한 부분에서 이를 갈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꾸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대의원회 의결의 효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거나 총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상임이사회에서 제규정을 제·개정 또는 폐지하다 보니 발생되는 문제의 하나라고 간주된다.

6) 의협회장 선거제도

현재 회장 중심 제도에서 의협 지도구조의 핵심은 회장 선거제도다. 

2018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신고회원 수 12만1880명 중 선거인수(유권자)가 5만2510명이었고 이는 약 43%였다. 이는 전자투표 선거권자의 개인정보 정정 신청을 통해 4만4012명으로 확정됐는데, 이는 전체 신고회원의 약 36%에 해당한다. 그 중 약 49%인 2만1547명이 투표에 참여하여(유효투표수 2만1538) 6392표(29.67%)를 획득한 최대집후보가 당선됐다.

결국 전체 신고회원수의 17.7%가 투표에 참여해 5.2%의 지지를 얻은 회장이 충분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물론 이는 의협회장 선거 때마다 매번 제기된 것이며, 그나마 지난 제39대 선거보다 참여율이 다소 상승했다).

현재 의협은 선거관리규정 제3조 3항에 의해 선거일이 속한 해의 회계연도를 제외한 최근 2년간 연회비를 완납한 회원에 한해 의협회장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제한을 푼다면 유권자 수가 전체 신고회원으로 확대되지만, 한편으로는 회원의 의무(회비 납부)를 다 하지 않은 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무를 다 한 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닌지 등의 논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과거 우편투표 제도 하에서 30%까지 추락했던 투표율이 전자투표 도입 이후 49%까지 상승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에 차기 선거부터는 우편투표를 없애고 모두 전자투표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2018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된 회장선거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데 용이하게 된다.

한편 2017년 4월 23일 새로이 만들어진 선거관리규정 제3조의2(피선거권) 5항에 의해 ‘회장 선거의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원은 선거일이 속한 해의 회계연도를 제외한 최근 5년간 연회비를 매년마다 빠짐없이 납부한 회원에 한한다’는 규정 때문에 직전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었다. 규정 적용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자격을 인정했다. 

이 규정은 평소 의협에 무관심하고 의협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등 회원의 의무를 다 하지 않고 있다가 상황이 바뀌면 밀린 회비를 한꺼번에 납부하고 출마하는 이른바 체리피커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기 선거 때부터는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고 협회장 뿐만 아니라 임원들에게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기간 인지도 높인 후보 아닌 협회 이끌어나갈 리더십 검증해야  

의협의 지도구조의 모순과 정관 및 제규정의 미비점은 해마다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을 뿐,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내부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고 외부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협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력을 훼손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의협회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현행 선거제도는 단발성 이벤트에 가까워 꾸준히 회무를 수행해온 사람보다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선거 과정에서  협회를 이끌어나갈 리더십을 검증하기 어렵다. 또한 일단 당선이 되면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이를 적절하게 견제할 장치가 없다.

그 대안으로 상임이사회보다 이사회 중심으로 회무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회장 제도를 없애고 각 지역 및 직역 대표들을 망라하고 일부는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약 50~60인 정도의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 구조로 개편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대의원회는 국회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1년에 한번 개최되는 정기총회만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2회 정기총회 개최도 고려해 볼만하고, 아니면 정기총회  수개월 후 약식으로 중요 현안에 대한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의원들이 평소 협회의 회무와 회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SNS 시대를 맞이해 의료계의 리더들이 정보들을 빠르게 접하고 토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사전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한 뒤 오프라인 회의를 열면 효율적이고 결론에 빨리 다가설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의협은 시대적 변화와 회원들의 요구에 맞게 의사소통과정과 지도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를 바란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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