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2.13 06:44최종 업데이트 17.02.16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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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는 9주 더 복무해야 하나

"군의관과 공보의도 국민, 기본권 보장"

[칼럼]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국 정책이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모 정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국방개혁방안에 18개월까지 단축하기로 되어있는 군 복무기간을 현실화하고, 최대 1년까지 기간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언급해 화제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러한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항상 큰 이슈가 되고, 찬반이 나뉘어 왔던 주제다.
 
우리나라 일반사병 복무기간을 살펴보면 1953년 6·25 직후 육해공군 모두 36개월에서 점차적으로 줄여나가 2017년 현재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로 변화해 왔다.
 
이러한 복무기간 단축은 군 현대화를 통해 필요병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학의 입학과 복학, 그리고 연결된 취업시기에 군 장병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며, 젊은 인력을 조기 사회환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군의장교는 어떠한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복무기간 36개월에 기초군사훈련 기간 2개월을 더해 38개월을 복무한다.
 
2월에 입소해 5월에 전역하는 3년 2개월의 군 복무일정 때문에 군의장교들은 의대 학사 일정,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 더 나아가 군복무 후 취업시 암묵적인 불이익을 받아왔다.
 
또 군의관제도는 전문 직업군인제도와 그 성격이 다름에도, 복무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의료인력으로서 사회환원 시기가 늦어졌으며, 공중보건의사들도 비슷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에 대해 그동안 문제 해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03년부터 서명운동을 전개해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는 병의 의무복무기간은 병역자원의 수, 활용기안 및 안보환경 등을 고려하여 군별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며, 군의사관후보생들에게도 현역병 복무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어 평등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와 함께 2008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2개월간의 훈련기간이 군복무기간으로 산입되지 않는 점에 대해 이 법의 근거인 '군인사법 시행령 제6조 1항'은 법치주의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 위법적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개정을 국방부에 권고하였으나 이는 과거와 같은 이유로 묵살당하고 말았다.
 
영천 3사관학교에서의 9주, 인제 12사단 GOP에서의 2년, 1군사령부에서의 1년간의 군 생활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이러한 복무기간 개정 실패의 기저에는 의사들의 불합리함에 대한 인식 및 개선의지 부족과 함께 군의관 부족에 대한 군의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군에서 병력감축을 할 수 있었던 이유와 같이 군의료의 성패는 확보된 군의관의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군의관의 배치와 의무부사관의 양성, 체계적인 군의료전달체계의 구축, 그리고 현대화된 장비의 도입과 같은 '질'적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 또한 절실히 느낀다.
 
"군의관이 싫으면 현역으로 입대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으며, 실제로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군의사관후보생이 늘고 있고, 이는 국가적 의료자원의 손실이다.
 
의사들은 지금 다수의 손실인력이 생길 수 있는 '복무기간의 단축'과 같이 거창한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만 9주간의 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해 국민의 일부인 군의관, 공중보건의사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능케 하는 비교적 손쉬운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주자의 군복무 단축 공약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젊은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현대화를 바탕에 둔 군복무기간의 단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좀 더 보장되고, 젊은 피의 수혈이 우리나라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에서 이러한 정책이 발로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군복무 단축을 주장하는 여러 후보들의 신념이 비록 수는 적으나 국민의 한 사람인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들에게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조들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진 국민의 기본권이 점점 발전하고, 행복이 늘어만 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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