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19 10:09최종 업데이트 20.04.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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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이 의대 정원 증가? 20대 국회, 공공의대법 막아야

의대 설립한다고 의사들 공공의료에 종사하지 않아...필수의료 저수가 근본 문제 해결부터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여당이 40일 정도 남은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과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법안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특히 공공의대 설립법은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논의됐지만 ‘선거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선거가 끝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책으로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했던 야당의원들이 마지막까지 반대를 해주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공공의대, 10년간 공공의료기관 복무 조건으로 학비 지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49명을 정원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법안이다.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복무를 조건으로 학비를 지원해주고,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공의대 교육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중 의료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의대 정원 확대’였다. 민주당은 의료인력 확충으로 공공·지역의료 체계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보 △의대 정원 조정 △의사과학자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 감염병 비상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 필요성 증가로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공공의대 설립에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할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은 피할 수 없는 공약이 됐다.

정부와 여당이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선거공약인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보 공약을 추진한다면 의협의 반대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언론을 통해 의과대학 정원을 500~10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그는 “민간대학에서도 현재 30명, 50명 규모의 의대에서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라며 “교육의 질 담보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정원 확대”라고 했다.

막대한 예산 투입 공공의대 설립 아닌 민간의료기관에 지원해야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대 설립 예산을 위해 의과대학 건축비, 의대교수 인건비, 부속병원 건립비와 운영비에 7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실효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공공의대 설립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미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41개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중 국립대는 9곳으로, 전체 의과대학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의대 출신들도 공공병원에 취업하는 비율보다 민간병원에 취업하거나 의원으로 개업하는 비율이 높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병상수 기준 5.7%밖에 되지 않는다. 

사립의대 병원이 규모를 키우고 시설 투자와 우수의료인력에 대한 충분한 지원으로 민간병원의 의료비중이 더욱 커진 반면, 공공병원을 육성하기 위한 재정지원이 적자 구조를 막기에 급급한 상황이 된다.

게다가 의사는 의대 설립을 한다고 해서 금방 나올 수 없다. 의대 졸업부터 전공의 과정까지 합치면 지금부터 최소 빨라야 13년 후에 졸업생이 생긴다. 의료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빨라 13년 후에 의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시간과 예산 낭비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문제는 공공의대 정원 49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인구 증가율 대비 의사수 증가율 높아...의사수 아닌 필수의료 의료수가의 문제 

복지부는 2017년 OECD 통계를 인용해 우리나라 임상의사수가 인구 1000명당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 3.4명보다 적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의사수가 2030년에는 7600명이 부족하고, 이 중 공공의료 부문 의사인력 2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서 함정은 우리나라 의사수 증가율 OECD국가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인구 증가율은 0.15%인데 의사수 증가율은 2.4%로 향후 의사 부족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복지부, 일부 시민단체는 무조건 의사수를 OECD평균치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의사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3저(저부담,저보장,저수가)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해온 것이 핵심이다. 생명을 살리는데 꼭 필요한 필수의료 종사자 부족에서 유추할 수 있다. 필수의료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저수가로 운영되다 보니,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적자일 수밖에 없고 병원에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사라지게 됐다.

의대 정원의 폭발적 증가는 투자비 상승, 의료의 질 저하와 자칫 엄청난 의료비 증가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의도했던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숲을 보지 못하는 정책으로 한국의료를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농어촌 취약 지역의 의료수가 가산제 등을 통해 적은 환자로도 병원 경영이 가능하고 필수의료 인력수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공공의대가 막대한 국가적 재정 손실을 초래할 시행착오적 정책을 바로잡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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