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1.09 07:30최종 업데이트 20.01.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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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항소심, 싱크대에서 분주하고 손 오염 의심 vs 사후오염 가능성에서 잘못된 역학조사

검찰측 감염내과 전문의, 질본 조사관 등 추가 증인 신청…간호사 분주 행위 시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싱크대에서 분주 행위를 통한 손 오염을 지목했던 감염내과 전문의를 포함해 질병관리본부 연구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등 3명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성인과 소아과, 특히 신생아의 임상 증상은 다르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1심에 이어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기에 관여한 전문가들이라면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항소심에서 간호사 분주 행위를 시연하면서 수액병 주위를 감싼 가드 등에 손이 지속적으로 닿고 있다는 사실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찰은 손 오염에 따른 균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들은 사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는 8일 오후 4시부터 7시 10분까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명에 대한 항소심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한편, 2017년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인 의료진 7명(조수진 교수 등 교수3, 전공의, 수간호사, 간호사 2)은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에 따른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보고서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를 근거로 2018년 4월 4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 중 의료진 3명(교수 2, 수간호사)은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났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 13합의부는 지난해 2월 21일 형사1심에서 의료진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전공의를 제외하고 의료진 6명의 오염 가능성을 높이는 분주행위를 막지 않은 주의의무 소홀은 인정했다. 하지만 스모프리피드 분주행위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에 따른 패혈증 사망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측 패혈증 경과, 질본 연구관, 세균 전문가 등 3명 증인 신청   

검찰은 이날 항소심에서 H대병원 감염내과 이모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교수에게 패혈증 사망 관련 시점, 의무기록 해석, 패혈증의 경과 관련 대체 인과관계 성립 여부 등을 신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질병관리본부 박모연구관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발행후 수사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 명의로 작성된 역학조사결과서 및 지난 기일에 신청한 사실조회 작성에 직접 관여한 연구관이다. 원심에서 지적한 인과관계 부정 요인과 쟁점사항을 신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S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모교수에 대해서도 추가 사실조회와 감정을 신청했다. 검찰은 "비교적 객관적인 의견을 줄 수 있는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로서 이 사건 수사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세균, DNA 전문가다. 이 사건 재판에서 이미 증거들이 많이 나왔지만 전문가 증인들이 의견을 반영해 심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했다.  

검찰은 “임상의사가 아니라 실제로 검체를 검사하고 세균의 DNA를 연구하는 전문가에 대한 사실조회 및 증인신문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패혈증 관련해서 이모 교수가 가장 전문가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전에 했던 두 감정인 외에 감정이 추가로 필요한가”라며 “항소심에서 증인이든, 감정인이든 원심 보다 더 권위적이고 객관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 감정의 필요성은 역학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런 의미에서 질본 역학조사관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검찰은 “이모 교수는 의료감염 자문회의에 계속 참여해왔고 초반부터 이 사건을 파악해왔다.  정모 교수는 이 사건의 아이들의 의무기록에 대해 전혀 본적이 없다.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고 전문적인 의견을 들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문가 증인은 피고인들과 대부분 같은 학계에서 참여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학계가 워낙 좁다 보니 국내에서 증인을 부르는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전문가가 질본에서 자문을 했더라도 객관적인 증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에서는 증인들이 검찰, 질본에 우호적이라고 하지만 피고인들은 다 의사 간호사이고 증인도 다 현직 의사다. 실제로 수소문으로 해봐도 증인으로 나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서로 아는 사이기 때문에 검찰측 증인으로 내세우거나 신청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들, 역학조사 결과 자체에 여전한 의문 


하지만 피고인 변호인들은 검찰측의 증인 신청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며 반대했다. 1심에서 감정인으로 채택된 두 교수는 검찰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손 오염 가능성이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성희 변호사는 “이모 교수가 같은 단톡방에 있었는데 당시 국과수가 사망원인을 발표하기 전에 싱크대가 감염 원인이라고 했다. 의도적으로 검찰 편에서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질본과 관계없는 증인이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 자체가 잘못됐다. 역학조사는 예방을 위한 것이고 사망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학조사는 사망 후에 2년에 걸쳐 나오는 것인데 당시 사건 보름만에 바로 발표되고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모든 오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지만 당시 손씻기를 잘하면 그만이라는 대책이 나왔다”라며 “오염 가능성을 두고 1인실 병실을 따로 두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싱크대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오염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질본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조사한 슬라이드 등의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미생물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감정은 법적 권위와 다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DNA변이를 알아보기 위해 질본에 전장검사 결과를 달라고 했는데 실험용, 연구용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적 사건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어떤 역학조사가 나왔을 때 몇 년 뒤엔 다른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높은 비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80%만 역학조사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검체 채취에서 오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감정을 하는 것은 50%의 가능성도 안된다. 경찰이 처음에 (오염 방지를 위한)우주복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검체를 채취했고 부검도 오염된 상황에서 이뤄져 부적절했다”고 했다. 

유화진 변호사는 “균이 들어가면 SIRS라고 해서 인체 내에서 전신면역반응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당시 쌍둥이 환아 중 생존한 아이에게는 이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균이 들어가면 패혈증은 아니더라도 균혈증까지 일어나는 사실을 질본 증인도 인정했다”라며 “하지만 균 감염에 따른 생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면역체계가 사망환아와 생존환아간 차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조수진 교수는 “같은 분주행위를 거친 상태에서 생존아가 있다는 것은 분주 과정에서 오염을 통한 감염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분주 행위 실제 시연, 손 오염 여부 집중 부각  

이날 간호사 피고인이 분주 과정에서의 시연을 진행했다. 여기서 실제 손을 통해 균 오염 가능성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간호사는 손소독을 하고 주사기를 꺼내 트레이를 알콜솜으로 닦고 다시 손소독을 하고 시린지를 준비했다. 수액병에 수액세트와 쓰리웨이를 연결해서 거치대에 걸었다. 분주를 마치면 담당간호사가 환아의 중심정맥관에 연결해서 투약을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변호인은 “질본에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간호사 분주 행위에 대한 동영상을 촬영했다. 사건 당시 간호사가 일을 쉬고 있을 때였다. 당시 병을 쥐고 분주를 했다고 지적했지만 사건 당시에 행동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화진 변호사는 “1심에서 손 오염에 따른 감염이 입증되려면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장이 손 오염을 제외하는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공소장 변경에 이 내용이 나중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성희 변호사는 “사후 오염 가능성에 훨씬 더 무게가 실린다"라며 "쓰리웨이를 막아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수액줄을 통해 오염될 공간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질본 역학조사관은 1심에서 싱크대 바로 옆에서 분주 작업을 했다. 간호사가 수액병 입구의 플라스틱 가드 부분을 지속적으로 건드리게 되고 이 부분에서 균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동영상 촬영을 보면 손으로 수액병, 가드를 자주 만지고 무균실에서 아닌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수액병을 손으로 든 상태로 수액세트를 연결하고 걸대에 건다. 수액이 싱크대 바로 위에 걸려있다"라며 "쓰리웨이는 막혀 있는 상태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 신청여부를 다음 기일에서 판단하기로 하고 쟁점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쳐 끝을 냈다.  다음 공판은 2월 1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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