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02 07:28최종 업데이트 21.09.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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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사로 주목받았던 '왓슨'은 왜 잊혀졌나

[KCR 2021] 길병원 "기술적 한계 탓 기대에 못 미쳐...NCCN 가이드라인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사진=KCR 2021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13년 출시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WFO)는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혁신적 시도로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2016년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다수의 병원들이 앞다퉈 도입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국내 도입 후 5년여가 지난 현재 WFO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다. 국내 최초로 WFO를 도입했던 가천대길병원도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1일 열린 KCR 2021(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 암 다학제진료와 디지털의료 세션에서 WFO의 한계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환자정보 일일이 수동입력 '불편'...실질적 도움 필요한 결정엔 무용지물
 
WFO를 직접 활용해 봤던 안 교수는 먼저 사용상의 번거로움을 지적했다. 안 교수는 “환자정보를 의사가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며 “EMR과 연결돼 여러 영상, 의무기록 등을 스스로 읽고 종합해주는 것이 이상적일텐데 그렇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 입력에 손이 들어가는 데 반해 정작 의사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결정에 대해 WFO는 아무런 답도 제시해주지 못했다.
 
안 교수는 “폐암 종격동 림프절 전이 여부는 여러명이 모여 고민해야 할 정도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데 WFO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입력해야 하는 데이터 중 하나였다”며 “이 외에도 가령 폐에 보이는 5mm 크기의 결절이 폐전이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치료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데 WFO는 그런 부분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안희경 교수는 W환자 데이터를 일일이 수동입력 해야하는 번거로움에 대해 지적했다. 
논문 통한 지식과 경험 조화시키는 데 한계...의료 AI 논의 본격화 긍정적 측면도

이 같은 문제는 데이터를 모두 입력한 후 나오는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WFO는 입력된 데이터를 근거로 치료옵션을 3가지로 나눠 제시 해준다.
 
첫 번째 옵션은 해당 환자를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에 보냈을 경우 받게되는 치료로 가장 권고되며, 두 번째는 MSKCC의 치료옵션은 아니지만 고려 가능한 치료옵션, 마지막은 추천되지 않는 치료옵션이다.
 
안 교수는 “실제로 어려운 결정은 흔치 않은 병이거나, 합병증이 많은 환자의 경우 어떻게 치료를 해야하느냐 결정하는 것인데 단순히 최적의 치료옵션을 제공한단 점에서 실제 수요와는 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WFO의 주요 기능은 진단명과 질병상태에 적합한 항암화학요법의 최적 치료옵션을 결정해주는 것이었다”며 “종양내과의사 입장에선 NCCN 가이드라인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결국 WFO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자연어로 된 의무기록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고, 의사들이 포착할 수 있는 임상에서 미세한 근거들도 알아채지 못했다”며 “의사들이 논문 읽는 법을 WFO가 완전히 이해하고 모방하는 데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논문에서 습득한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되 여기에 임상에서 경험을 더해 의사로서 능력을 발전시켜 나간다”며 “WFO는 이 두가지를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WFO가 가져다 준 긍정적 측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게 안 교수의 평가다.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시켰고,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의를 시작케 한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가천대길병원의 경우 근사한 다학제실이 생겼고, WFO를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다학제 진료가 더 활성화됐다”며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관련 심사와 허가, 수가 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닥터앤서 사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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