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9 12:18최종 업데이트 24.01.19 12:22

제보

또 불거진 의료진 '음주 진료' 금지, 처벌 여부 논란

'음주 진료' 윤리적으로 문제 있지만…365일 24시간 당직 설 필수의료 의사 부족에 쉽게 풀 문제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늦은 밤 응급실을 찾은 환자.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만 당직 의사가 없다. 다행히 병원 인근에서 가볍게 술자리를 갖던 의사가 긴급히 호출을 받았다.

이제부터는 의사 개인의 문제다. 음주 상태로 진료를 보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혹여나 수술이 잘 못 되면 책임은 모두 의사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의사는 고민한다. 응급한 환자를 모르는 척 해야할까?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60대 남성이 얼굴의 상처를 봉합하는 수술을 한 의사가 술을 마신 것 같다고 112에 신고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이 해당 의사에게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주 상태였으나 의료진의 음주 진료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같은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며 지난 2019년 발의됐던 의료인의 음주 진료를 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다시 거론되며, 음주 진료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해당 의료법 일부개정안 발의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의 윤리적 책무까지 모두 법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미 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에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라는 의료인의 윤리와 관련된 조항을 두고 위반 시 자격정지를 부과해 의료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됨으로써 음주 후 진료행위를 포함한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윤리적 의무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미 영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자정노력, 즉 의사면허관리제도를 선행하고 있다. 현재 의협이 추진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과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통해 스스로 정화하고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는 해당 문제가 실제로 법으로 통과 될 경우 더 많은 ‘응급실 뺑뺑이’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동맥류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봐야 한다. 그 큰 병원에 신경외과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단 2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해외 출장, 한 명은 학회로 자리에 없었다"라며 "의사 두 명이 24시간 당직을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병원 인근에서 술 한잔을 하고 있었는데 응급실에서 응급환자 수술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아산병원과 같은 큰 병원에서도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하는데, 웬만한 중소 도시 혹은 광역시에서는 이런 필수의료 의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해당 사건의 의사는 진료를 거부하고 환자를 뺑뺑이 시키는 게 맞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의사 숫자를 늘리면 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 수가 늘어도 밤중이나 야간에 갑자기 불려 나와 수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낮 시간에 예약을 잡아 진료할 수 있는 미용, 성형 의사만 늘어나게 될 뿐이다"라며 "의사의 음주 진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