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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SGR 해명, 의료 질을 외면한 수가 통제방식 인정한 꼴…검증 없이 미국에서 폐기한 정책 들여와 의료 죽이기에 앞장"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미국 17.2% vs 한국 7.6%, 지출 억제 제도 도입 타당한가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05.27 06:45 | 최종 업데이트 19.05.27 09: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0년도 수가협상 논의가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이미 미국에서 문제가 있어 ‘사용불가 판정’을 받아 폐기된 ‘지속가능성장률(SGR) 방식’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 방식을 옹호하며 앞으로 2~3년 더 적용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 배경과 진의에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는 지난 22일자 칼럼을 통해 "일명 ‘SGR’은 미국 의회에서 17회에 걸쳐 법안이 발의된 이래 단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하다가 지난 2015년에 오바마 대통령의 발의로 영구 폐기된 단 한 번의 빛을 보지 못한 처참하게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사연 측은 이를 의식한 탓인지, 공식 브리핑을 통해 SGR 방식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며 이 방식이 반드시 공급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아마도 자신들의 연산방식을 이용해 2020년도 수가 인상 폭을 미리 정해 놓은 마지노선을 갖고 있다는 뉘앙스를 알 수 있다. 용도 폐기된 미국의 고물 방식의 국내 수가방식 적용에 대한 어설픈 정당성을 피력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미국 17.2% vs 한국 7.6%, 미국의 지출 억제 제도 도입 타당한가 

    SGR방식 수가협상의 문제는 우리와 미국의 실정은 판이하게 다른 마당에 미국에서 의료비 지출 억제를 위한 방법을 도입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 정책의 국내 적용에 대한 타당성 검증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7.2%(2017년 기준)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행위별 수가에 대한 노동가치가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나라다. 그리고 2020년대를 넘어가면 결국 의료비 지출은 GDP의 20%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GDP 대비 7.6%(2017년 기준)의 얇은 의료비 지출라인에 올라섰을 뿐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행위별 수가 자체가 원가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자료와 증거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미국의 방법을 도입한다는 것에 정당성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출이 늘어나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펴면서 적절한 재원 투자의 정책보다는 반대로 지출 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정책일관성의 결여로 보인다.

    오늘날 미국은 매일 1만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나 노인에 대한 의료비 지출은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미국의 SGR에서 고령현상에 대한 고려와 이들에 대한 고비용 의료비 지출이 고려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고령자는 다수의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다. 건강한 장수는 대게 아주 소수이고 반면에 질병이 증가하며 고령화되는 현상이 보편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수요의 증가를 억제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2015년 3월 미 의회조사국(Congress Research Service)은 말썽 많았던 SGR과 메디케어(Medicare) 의사보상에 관한 주요 내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SGR의 폐기까지의 과정, 의회조사국이 분석한 관련 문제점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80~1990년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의료비 지출을 경험한 미국의 메디케어는 1997년 미국 균형예산법(P.L. 105-33)의 일부로 제정된 법안을 도입해 메디케어 의사보상수가(Medicare Physician Fee Schedule)의 연간 지출규모(액)를 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방법은 실제 지출액이 지속 가능한 목표 지출액 범위 이내일 경우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가가 결정되는 반면, 실제지출액이 목표 지출액을 초과하면 향후 목표 지출액 범위를 맞추기 위해 수가를 줄이게 되는 구조다.

    SGR 시스템 적용 이후 첫 몇 년 동안의 실제 지출액은 목표치를 초과하지 않았고, 의사 보상 즉 의사수가는 메디케어 경제지수(MEI)에 근접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실제로 소요된 지출액이 허용된 목표치를 초과했고 매년 그 차이가 커졌다. 그러나 실제로 4.8%의 축소를 적용한 2002년을 제외하고는 의회는 이를 무효화하는 법을 통해 축소를 방어해 왔다.

    즉, 2003년부터 2014년 4월까지 SGR로 인해 메디케어 의사보상수가(MPFS)가 축소되는 것을 무효화시키는 17개의 법률이 통과됐다(이 기간 의사보상수가가 매년 약 0.2%∼2.2%로 유지됐고 매년 약 평균 6% 정도로 의사에게 지출된 비용의 증가를 가져왔다.) 

    SGR 체제에서 메디케어 의사보상수가(MPFS) 지불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실제 지출액이 목표 지출액을 초과할 경우, 현행법에서는 초과 지출액을 회수해 목표 지출에 맞춤으로써 실제 지출액을 상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SGR 체제에서 이 추가 지출액은 차기년도에 지급 비율을 줄임으로써 상쇄되는 개념이다.

    의회예산국(Congress Budgets Office)의 설명에 따르면 SGR이 당초 계획된 대로 작동된다면, "장기적으로 SGR 공식이 구현됨에 따라 SGR을 무효화한 기간 동안 발생한 추가 지출액이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누적 비용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는 메디케어 의사에 대한 지출 규모는 목표 수준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SGR, 의료 지출 증가 억제 실패에 양질 진료의 인센티브 제공 못해 

    SGR이 문제해결 보다는 그 자체로 문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첫째는 SGR을 대체하기 위한 다수의 방안이 제안되긴 했지만, 최근까지 어떠한 장기 대안에 대한 정치적 합의나 폭넓은 지원이 없었다는 것과 둘째는 SGR 지급 공식의 변경은 메디케어 수혜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즉, Part B(외래보장) 프로그램 비용의 약 25%를 수혜자가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지출액의 증가는 곧 수혜자의 보험료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SGR이 메디케어 의료비 지출(Medicare volume performance standard, MVPS)의 증가율을 억제하지 못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성공적으로 업데이트할 방법론이 지금까지 검증되지 못했다.

    SGR 방법론은 의사지불보상금액의 변화를 매년 결정하지만 이런 지급의 기반(basis)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즉, 현재의 MPFS가 행위별수가제(FFS)(제공하는 각 서비스에 대해 의사가 지급)에 기반하고 있는 반면, 'SGR 유형' 방법론은 사실상 포괄수가제, 인두제, 성과 혹은 인센티브 기반 지불제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서비스의 질과 관계없이 제공된 서비스의 양에 대해 보상하는 행위별수가제의 단점을 감안할 때, SGR 시스템을 폐지하기 위한 대부분의 노력들은 의사지불보상 개혁과 밀접하게 연관돼 왔다. 그러나 의료 지출의 증가율을 억제하는 동시에 양질의 진료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입증된 포괄적 대체 지급 모델은 거의 없었다.

    SGR은 의료 제공량을 줄이기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2015년 4월 16일 오바마가 MACRA(Medicare Access and CHIP Reauthorization Act)에 서명함에 따라 SGR이 폐지됐다. 의회 산하에 설치되어 있는 메디케어 지불 자문위원회인 MedPAC(Medicare Payment Advisory Commission)은 SGR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선 SGR은 그 공식에 의해 의사서비스를 생산하는 비용에서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불율이 결정될 수 있어 지불율이 감소하면 재정 통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환자 즉 수급자의 접근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SGR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목표이므로 개별 의사들의 제공량(volume) 통제 기전이 미흡하여 서비스 제공량과 지출 수준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SGR은 모든 의사와 모든 의료서비스를 같은 것으로 가정하고 있으나, 제공량 증가는 의사에 따라 차이가 있고, 서비스 종류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 상황은 또 존재한다. SGR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GDP 성장률에 관한 것이다. 역성장의 시대로 진입한 우리와 달리 미국의 경우 실질 GDP 성장률 뿐 아니라 물가수준의 안정으로 MEI(메디케어 경제지수)도 안정적이므로 의료비 지출 통제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됐으나, 우리의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으며, 보장성 확대라는 명목의 문케어의 상황은 보건의료환경의 역사적인 변화로 의료수요를 억제하지 못하는 SGR의 효과와는 정반대적인 정부 정책으로 불안정성만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지출 억제 앞서 행위별 수가제에서 의료행위의 생존가치적 판단과 올바른 산정을

    필자는 2011년 대만에서 최근에 회자되는 가치기반제도(Value Based System)를 주창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강의를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이 지불하는 비싼 의료비만큼 이에 합당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위한 엄격한 성과측정을 이야기 했다. 옳은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당시 느낀 소감은 행위별 수가나 환자 1인당  진료비가 우리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비용을 지불하는 나라에 적합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Labor Value First!'로 우선 행위별 노동 가치에 대한 ‘생존 가치적 판단’과 이로 인한 올바른 산정이 우선으로 느껴졌다.

    즉 적정액 지불 후 질적 논의를 해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원가파괴 노동세일에 대한 의료노동 가치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의료노동에 대한 원가이하의 부분 보상형 의료제도에서 원가와 격차로 벌어지는 손실부분의 의료노동 임금은 노동제공자 본인 부담으로 돼있는 것이 우리의 행위별 수가제도로 보인다. 

    가치기반 의료제도는 우리와 매우 다른 의료 환경에서 나온 보편적 진리임에는 틀림없다. 의료에서 가성비 주장의 그럴듯한 학술적 포장이 바로 가치기반 제도인데,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또 어떻게 둔갑할지 궁급하다. 세계 최고의 의료 기술집단이 벌이는 비도덕적 저질 의료라고 돌팔매 질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주장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 해봐야 소용없어 보이기도 한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재정소위는 가짜 민주주의 정책의 부산물로 보이는 애국 집단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정심 구조에서 과연 민주적인 협상이 가능한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SGR로 하면 공급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신의 한수로 기대해 볼 수 있는가? 실상은 민주적인 협상과정에서 볼 수 없는 협상 정보의 폐쇄성, 비대칭성과 투명성 제로의 현상에서 나온 것이다. 

    공단과 보사연이 SGR의 대안이 없어 현실적 고려가 힘들고 향후 수년 유지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배 째'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대안은 우리와 맞지 않는 또 다른 미국 이론의 즉흥적 수입 보다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의료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6개월 내 돌입한다는 새로운 대안의 연구가 다시 검증 안 된 미국의 최신 기법 따라 하기나 실패한 정책을 잽싸게  들여오는 ‘정책 수입상’ 역할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며, 관변 연구기관의 한계를 극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최선의 대안적 방법을 모색해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나 공단이 의료계와 함께 처음부터 열린 마음으로 대안을 논의할 때이다. 

    100만 근로자가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선심성 의료정책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직장이 필요한 이 시점에 신의 한수인 소득주도 성장을 의료는 어떻게 할지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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