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18 06:12최종 업데이트 18.1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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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 의료자문 연 10만건, 특정 대학병원 교수에 몰려 공정성 미흡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모대학병원 정형외과, 상반기에만 교수 10명이 885건 자문…제3의 단체나 의협에 맡겨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민간보험 가입자 3300만명 시대, 연간 10만건에 가깝게 이뤄지는 의료자문은 특정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몰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일본인에 의해 생명보험이 도입됐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정설이다. 이후 1921년 최초의 생명보험회사인 ‘조선생명주식회사’를 설립했지만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1946년에 이르러 국내에도 많은 보험사들이 생겼고 1960년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80년대에 생명보험사들이 성장하고, 1990~2000년 사이에는 보험시장의 개방, 금융자율화 등으로 국내보험업계의 경쟁체제가 성립됐다. IMF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다양한 보험상품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현재의 보험산업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생명보험은 외국계보험사의 진출로 단순한 건강, 상해, 교육보험 중심에서 종신보험시장으로 전환이 이뤄졌다. 특정질병을 보완하는 CI보험, 또 평균여명기간의 증가로 다양한 질병을 강화하는 GI보험과 헬스케어서비스 보험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의료비를 보장하기 위해 실손의료보험도 등장했다. 실손의료보험은 1963년 손해보험회사가 실손보상 상해보험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1977년 단체건강보험, 1978년 특약형태의 질병보험이 판매됐고, 1999년 상해 및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중 본인부담액을 보상하는 의료비 보상보험이 판매됐다. 실손의료보험 2018년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약 3300만 명(단체 보험과 유사보험 포함 시 약 3000만명 추산)으로 매년 신규가입자가 늘고 있다.
 
이렇게 보험이 늘어가고 있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는 소비자(보험가입자, 피보험자)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8월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은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운용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보험상품에서 의학적 판단과 관련해 소비자와 보험사간 의료자문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의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 경계가 애매한 것도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별로 문제되지 않던 질병이 현재는 악성 질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면서 보험사와 피보험자와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의료현장에 있지 않으면 의료행위의 잘잘못을 판단하기 힘든 부분도 매우 많다. 이런 것을 판단하는 과정에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자문을 맡는 의사들이 보험사와 의사의 역할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생명보험이든 손해보험이든 실손보험이든 분쟁 중간에 '의료자문'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자문을 하더라도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또 그러면서도 내막을 잘 모르면서 돌아가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자문의 혹은 자문의사라는 것이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과 치료과정 등에 대해 해당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의료자문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모든 민간보험회사의 의료자문은 대학병원에 몰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2014년 5만4399건, 2015년 6만6373건, 2016년 8만358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자문을 의뢰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약 60% 수준이다. 
 
생명보험사 의료 자문은 주로 대학병원에서 이뤄지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서울 소재 모대학병원 근골격계 진료과는 올해 상반기에만 800여건의 의료자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대학병원 진료과에는 올해 10월 현재 10명의 대학교수가 있다. 그런데 상반기에만 800여건의 심의를 했다면, 교수 한사람 당 연간 160여건의 민간보험과 관련된 의료자문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이세라 총무이사 취합 
이처럼 현재 민간 보험회사의 의료자문제도의 문제는 특정 분야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의료자문을 하는 절차나 의료자문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미흡하다. 이밖에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자문을 하는 빈도가 높다는 점, 환자(피보험자)에게 설명없이 진행되는 의료자문 동의절차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료과별로 판단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민간에서 판매한 실손보험을 병원에서 청구를 대행하라는 요구가 늘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법률적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제도도 소비자들에게는 문제지만, 의사들은 병원에서 청구를 대행하는 것 역시 바라고 있지 않다. 필자는 민간보험회사가 요구하는 의료자문과 청구문제를 판단하는 과정들이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이뤄지거나 별도의 공정한 자문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보험상품이 늘어가고 있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는 소비자(보험가입자, 피보험자)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손보험만의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병의원에서 청구대행을 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실손보험 외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민간보험의 보상이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공식적이고 공정한 단체를 설립하고, 이런 단체 혹은 조직을 이용해 의료자문을 하거나 판정을 하는 것이 정부, 민간보험사, 의사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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