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되,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해 하위 법령 등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열린 '문신사법 시행, 현실과 법안 사이의 균형을 묻다' 토론회에서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문신사법이 단순한 합법화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과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문신사법은 노동자법"이라며 "이름 없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일해온 노동을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이 어렵게 통과됐지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합법화라는 명분만 남을 수 있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현장을 제대로 담아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은 제도 무력화…멸균 기준 명확화·설비 기준 공포 선행돼야"
이날 발표에 나선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은 문신사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멸균 기준의 명확화 ▲염료 기준 현실화 ▲문신기기 관리 기준 마련 ▲사후 연대 책임제 도입 ▲임시 등록 및 설비 기준의 조속한 공포 ▲준법 납세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김 지회장은 "해외 대부분의 국가도 법적으로는 '멸균'을 규정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독'을 기준으로 운영된다"며 "30만명으로 추산되는 문신사 중 멸균 교육과 훈련을 받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은 녹색병원 그린랩 교육을 이수한 600여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염료 기준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은 일부 항목에서 EU보다 10~40배 엄격해 현실적으로 제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시행착오와 충분한 연구 결과를 축적한 EU와 동일한 기준에서 출발하고, 작업 이후 실제 인체에 주입된 염료에 대해 전수 추적 조사를 실시해 부작용 사례를 체계적으로 점검한 뒤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준을 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환경부 관리 시기, 법을 지키며 인증을 받은 업체들이 오히려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준법이 이익이 되는 스마트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신기기 관리와 관련해서는 별도 관리 규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의료기기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문신기기는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한 문신사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신 관련 법률을 이미 갖춘 국가의 위생 기준은 한국의 의료기기 2등급 기준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적용하지 않아 기준 자체는 높지만, 의료기기 2등급 인증에 요구되는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며 "문신사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하지 않도록 별도의 입법을 추진하거나 별도의 규칙을 제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보편적인 국제 기준을 검토한 뒤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이를 공식적으로 통지해 용품업자들이 불필요하고 과도한 비용을 소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격제도와 관련해서는 "예술성을 그림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방식은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자격을 부여한 주체가 시술 결과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책임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자격을 취득한 문신사의 시술 결과에 대해 자격증을 발급한 단체나 국가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후 연대 책임제는 보편적인 국제 기준이다. 영구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는 산업 특성상 문제 발생 이후 대응을 논의하기 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2027년 말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임시 등록이 먼저 이뤄지는 만큼 설비 기준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멸균 범위에 따라 공간 구성과 동선이 달라질 수 있어 기준이 늦어질 경우 추가 공사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회장은 "문신사법은 지난 33년간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며 "법제화 이후 정상적인 납세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적용되는 사업자등록 코드는 미용업 하위의 '기타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문신 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별도의 사업자등록 코드(문신사)를 신설하고, 일부 업종에 적용되는 것처럼 생애 최초 개인사업자 등록 시 5년간 50~100%의 세제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면, 자발적 납세를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신사법이 보건복지부 소관인 만큼, 국세청과 협의 과정에서 복지부가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해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문신사법의 핵심 목적이 안전 확보에 있다고 강조하며,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하위법령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임은정 과장은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전한 문신 시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전문가들이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신 분야뿐 아니라 의료계와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균형점을 찾아가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임 과장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의료계 등이 요구하는 수준의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이 격차를 줄여 균형점을 찾으려한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져야 의료계를 설득하고 보건학회, 감염학회, 피부학회 등을 설득할 수 있다. 하위 법령과 지침은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해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과장은 국가자격 설계에 대해 "문신 행위는 여전히 의료적 침습 행위의 성격을 갖는다"며 "다만 의료인이 아닌 경우에도 문신을 허용하는 만큼, 일정한 교육과 면허 체계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 시행 이전이라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경찰·법원에 공문을 보내 법 취지를 공유했다"며 "향후 행정 과정에서도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염료 및 기기 관리 기준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위생용품정책과 한연경 과장은 "현재 염료 기준은 과거 환경부 기준을 준용한 것으로, 지금의 국제 기준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업계가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명확화하려 한다. 하지만 직국 제품은 원칙적으로 영업에 사용하거나 판매할 목적이 아닌 자기 소비용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제정된 문신사법에 따라 문신사는 인증된 염료만을 문신 행위에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인증받은 제품은 위생요품 관리법에 따라 국내 수입 신고가 되거나 국내 제조 제품만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규정이 명확해지고 나면 정식으로 수입하는 업체가 손해보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수입 제품, 유통 제품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독일에서도 법이 개정돼 수입되는 위생용품 검사 결과를 공개한다"며 "위생용품 검사 결과를 공개해 현장에서 적합한 제품과 부적합한 제품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정재용 사무관은 "문신사법의 목적은 국민 안전과 산업 질서 확립"이라며 "문신 행위를 의료행위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안전 확보를 위한 관리 체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와 협의해 문신사법 취지에 맞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