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23 06:52최종 업데이트 20.11.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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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방역을 덮었다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투자 사기 사건인 라임 펀드 수사를 맡아온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퇴 이유를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들었다. 법에 의해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수사가 정치적인 외압과 정권의 탄압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됐다. 

비단 검찰만의 일일까? 정치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회 전 분야의 중요한 이슈들과 객관적인 논리들을 덮어버리고 국민들에게 아전인수 식의 정보들을 제공한지 오래다. 

결혼하고 소박한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평범한 부부의 꿈은 권력자들은 좋은 위치에 신축 아파트에 살지만 '국민들은 임대주택에 살아도 된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말에, 그리고 '나는 강남에 살지만 모두가 강남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산산히 부서지고 먼지가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역시 마찬가지로 정치 논리가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압도하고 있다. 정부는 며칠간 확진자수 300명을 넘어서자 24일 0시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상향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진작부터 단계 상향을 강조해왔다. 정부는 '진짜'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친위 전문가들의 의견만 체리피킹하고 있다.  

1. 우한발 코로나의 침공과 정부의 빗나간 장담들

올해 초 1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침공했다. 

정부는 중국 우한시장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한, 중국이라 칭하는 것조차 지역 혐오라며 못하게 막았다. 같은 논리라면 일본 뇌염, 홍콩 독감, 스페인 독감은 왜 그대로 부르나? 우리나라에 있는 한탄 바이러스도 한탄강 혐오이니 이제 부르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또한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 초기인 지난 1월에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로 해외 입국자 제한과 철저한 방역대책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정치적인 공세로 매도하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며 지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무증상 감염 전파 가능성 등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엄정한 대응을 강조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경제활동이나 소비활동을 평소대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 후에 정부의 장담대로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됐나? 오히려 대구 경북의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하였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 환자들로 생지옥이 된 현장을 지역 의료계와 의료진들이 자원과 헌신의 피땀으로 전국적인 감염 전파를 막아냈다. 문제가 해결되는 듯하자 방역과 치료에 헌신한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수당 문제는 지자체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해외 국가들에게 K 방역, 방역 한류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 인정받는 방역 선진국이 됐다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2. 헛발질의 대가들과 그때 그때 달라요

정부는 방역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조언보다는 경제를 살리자며 소비 쿠폰, 할인 쿠폰 등을 뿌리고 국민들에게 전국적인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며 코로나19 확산에 일조했다.  

또한 정부는 언제든 코로나 확산이 전국 단위로 퍼질 수 있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 거점 병원이 코로나19 대응 병상을 유지하겠다고 하자 줄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다시 늘리라고 우왕좌왕하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 정부에 쓴 소리를 하는 사람과 주장에 대해 가짜 뉴스로 낙인찍기와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들이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두고도 기준을 만족함에도 방역단계를 상향 시키지 않기 위해 단계 쪼개기를 통해서 5단계로 늘렸다. 그러면서 방역보다 민심과 국민들의 지지율 눈치 보기로 적절한 방역을 강력히 시행하지 않아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폭발 직전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진보 집회에서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이 적다하고 보수 집회에서 생긴 코로나19의 잔존 감염은 몇 달간 지속된다 하니,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코로나19 잔존 감염의 원인은 중국의 우한 시장이 아닌가? 왜 바이러스에 정치의 표 딱지를 붙여서 방역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필요한 정책, 그리고 지지자들의 표에 눈이 멀어 미래를 내다보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등한시하는 현실은 정말 토악질이 난다. 

3. 정치 논리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정부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부흥을 노래하면서 방역을 주저하지만, 사람이 살아야 경제가 있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어차피 자동으로 경제가 주저앉는다. 경제와 코로나19를 둘 다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 마라. 코로나19를 잡지 않고 경제는 없다. 

코로나19 방역의 엄정 대응을 주장한 과학 전문 기자의 이야기대로 코로나의 시간은 코로나가 결정한다. 방역 대응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치논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다면 그 이후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새만금 신공항, 남원 공공의대 이런 것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도 있는 저출산의 위기 극복과 무너져버린 필수 의료의 복원이다. 

정부가 K 바이오, K 방역,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아무리 지껄여도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멸되어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생명을 구할 필수의료가 붕괴돼 버린 미래에 과연 무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발전이 있을까 싶다. 

4. 정치는 의료와 방역을 덮었다.  

의사들이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키고자하는 필수 의료의 가치는 정부가 강아지 치료비보다 못한 가격으로 후려쳐서 책정했다. 이로 인해 필수 의료를 지탱하는 의료진들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 또한 문재인 케어를 한다며 퍼준 보건 의료 재정으로 인해 향후 건강보험 지속성은 의심받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공 의대와 공공 의료가 중요했다면 정부는 지난 집권 3년 동안 공공 의료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자했는지 객관적으로 공개해보라.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며 코로나 확산에 몸으로 맞섰던 공공 의료기관들이 현재 왜 적자와 의료진 유출 등에 시달리고 있는지 정부는 무슨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보라.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케어로 퍼준 돈으로 감염병 예방 대책을 세웠다면 코로나19를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하고 국민들이 덜 사망하지 않았겠는가? 

코로나19가 번창하고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때 왜 정부와 권력자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은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권력집단 늘리기에 연연하면서 국민들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본다. 48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 때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를 비난했던 현 집권세력은 현재 500명이 넘게 희생된 국민의 생명에 대해서 코로나19를 잘 대응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의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이가 없다.

5. 변하지 않은 진실과 인과응보 

나는 수만 년 인간의 역사에서 변하지 않은 두 가지 진실을 꺼내본다. 

첫째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권력의 끝은 늘 온다.
둘째 천망회회소이불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진실을 호도하는 권력자분들에게 존경하는 한 교수께서 SNS에 쓰신 글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당신들에게는 하루 몇 명씩 올라가는 숫자인지 모르겠지만 존엄한 사람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다. 부모나 형제를 잃어야 하는 가족과 환자를 잃어야 하는 의료진의 마음을 아는가. 이 위기를 초래한 당국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권력자들이 정치적 욕심과 이해관계로 인해 제대로 하지 않고 덮어버린 느슨한 방역으로 인해 희생된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들이 과연 어떤 칼날로 당신들에게 돌아올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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