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27 05:13최종 업데이트 15.04.3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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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가 바라본 북한 의료의 모습

통일보건의료학회에서 소개한 북한

24일 열렸던 통일보건의료학회 2015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북한을 직접 방문하거나 탈북자를 접한 국내 의사들이 전하는 북한 의료의 생생한 현실을 접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 중 몇 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1. 장마당


북한 장마당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흔히 암거래가 오가는 시장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원래 뜻은 일반적인 '농민시장'이다. 실제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농민시장의 동의어로 장마당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오해는 일반 상점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국가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장마당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배급망의 붕괴로 장마당 300~400여 개가 현재 북한 경제를 움직이고 있고, 80~90%의 주민이 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뉴스 : "북한 배급망 작동 안 해 … 장마당 400개가 체제 지탱"

 

김석주 서울대학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위독한 중병 외에는 모든 증상에서 병원보다 장마당을 먼저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고, 한 발표자는 최근 장마당에서 중국산 약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2. 북한 의사의 실력은?

신희영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북한 의료인을 교육한 경험을 살려 "능력 자체는 굉장히 높다"고 북한 의사를 평가했다

신 소장은 "책 한 권을 던져 주고 30일 후에 가보면 이미 그 내용을 토대로 진료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며, 단지 진단 장비나 기구가 부족해 문진이나 진찰에 특화되어 있다고 전했다.

 

신 소장에 따르면 북한에서 평양의대를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재수, 삼수해서 입학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틀간 치르는 대학 입시 동안 학부모는 수험장 밖에서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고, 시험 전에 엿 대신 달걀(잘 굴러가라는 의미)을 자식에게 먹인다고 한다.

이념이 달라도 한국 부모의 교육열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신 소장은 평양의대 수준을 높게 평가했고, 평양의대 졸업생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3. 남한에서 의사고시를 치른 탈북 의사(혹은 학생)

신 교수는 탈북한 의사에 관한 소식을 전했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탈북한 북한 의사가 의대 학력인정을 신청한 사례는 총 42건으로 정부는 그중 29명만 인정해 줬다고 한다.

그 중 한국의사고시(KMA) 합격자는 총 18명으로 이 중 절반이 청진의과대학 출신이었는데, 신 소장은 탈북하기 좋은 지리적 요건을 하나의 원인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그중 한 탈북자는 57세에 국가고시에 합격 후 지방 모 병원에서 인턴 수련과정을 시작했으나 중도 포기 후 봉직의를 했다고 하니, 녹록지 않은 국내 인턴 과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그의 딸과 조카 역시 현재 국내 의대 재학 중으로 딸은 청진의대 주간반 출신, 조카는 야간반 출신이라고 하며 딸은 의대 본과 첫해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신 소장은 새터민 의사가 국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가장 큰 장애물로 언어를 뽑았고, 북한 출신 의사 대다수는 영어로 된 국내 의학 용어를 가장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4. 가장 부족한 것은 X-ray 필름

다른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북한 병원은 항상 엑스레이 필름이 부족해 인화과정을 생략한다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는 결과물을 보고 직접 스케치를 하고, 임상의 역시 필름이 아닌 그림을 보며 진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북한 의사(왼쪽)와 남한에서 북한 병원에 기증한 CT(오른쪽) <출처 : 시사저널>

이런 작업 대부분을 차폐물 없이 해서 영상의학과 의사는 지속해서 방사능에 노출되어 평균수명이 짧고, 일반인조차 '뢴트겐 의사'는 빨리 사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담당 장비를 스스로 유지, 보수하며 불만 없이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고 하니 좀 짠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북한 의사들은 '디지털 엑스레이'를 의미하는 '떼레비 뢴트겐'을 강력히 원한다고 전했다.

 

5. 의사의 권위, 죽음에 대한 공포, 대화 주제, 장애인

남북한 의사 평가에서 탈북자 대부분은 남한의 의료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유독 '권위'라는 항목은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한 의사를 향한 권위의 의미는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북한의사의 권위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라면 남한에선 '만나기가 힘들다'는 의미였다.

 

북한 주민들은 눈앞에 놓인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도 잘 먹고 잘살고 싶다", "오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표현을 자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북한 주민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비교적 적었다고 한다.

 

모 교수는 북한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북한에서 행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헸는데, 그 이유는 밥 먹으면서 딱히 할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이미 배웠거나 말할 기회가 있었던 이념적인 주제에 관해서는 막힘없이 대화를 이끌었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주제만 나오면 아무 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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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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