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4.29 07:16최종 업데이트 17.04.30 07:53

제보

안아키 한의사, 사이비 의사도 키웠다

'맘닥터' 등급 부여해 의료상담 권한 부여

모 한의사가 운영하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기 키우기) 카페'가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카페 회원들에게 불법 의료행위 상담을 하도록 사주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안아키 카페 운영자 K씨는 병원이 병을 만들고, 의료시장이 환자를 양산한다고 주장하면서 모두 건강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과 제약회사 등이 의도적으로 마치 아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부모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고 사실을 호도해 왔다. 

그러면서 아이가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지기 전까지 무작정 앓도록 가만히 두고, 필수예방접종을 피하며, 수두에 걸린 아이와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유도하는 '수두파티'를 하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간장으로 비강세척을 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다. 

메디게이트뉴스가 28일자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자 K씨가 무면허자에게 의료상담도 시키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안아키 카페 '의료 상담 게시판'은 한의사 K씨 계정인 '살림닥터'와 '맘닥터' 등급을 받아야 답변 및 댓글을 달 수 있다. 이들은 회원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보고 어떤 상태인지 진단을 내리고 조언을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게시판 공지(좌)와 상담 양식 ⓒ메디게이트뉴스

문제는 맘닥터의 정체다.

맘닥터가 되기 위해서는 K씨의 강의를 듣고 K씨가 낸 과제를 제출한 후 시험을 치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K씨는 수료식과 함께 일반인에게 '맘닥터' 등급을 준다.

실제로 한 카페 회원은 29개월 자녀가 모세기관지염에 결막염까지 걸려 4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다 항생제를 비롯 모든 약을 끊었더니 콧물과 눈곱이 심하다는 글을 카페에 올렸다.

그러자 맘닥터 A씨가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답글로 남겼다.

A씨는 "콧물을 막기 위해 약을 먹이면 콧물은 줄겠지만 다음은 인후가 아프고, 그로 인해 목감기, 기침감기 약을 먹이면 바이러스가 더 깊이 침투해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된다"며 "약을 너무 장기간 먹어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담 과정에서 안아키 맘닥터들은 '능소화'라는 약을 권한다. 다른 약을 먹으면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약이 있는데 그게 바로 한의사 K씨가 직접 조제한 '능소화'라는 소화제라는 것이다.   

A씨 역시 '능소화'를 복용하라고 조언했다. 

콧물 색이 노랗고 결막염까지 생긴걸 보니 가래도 많을 것 같은데 가래는 소화기 문제이니 '능소화'가 있다면 먹이고, 결막염도 안약을 넣는다고 나아질 증상은 아니고, 소화기가 편해야 좋아질 수 있다고 의료상담을 해 나갔다. 

A씨는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유익균들이 사멸돼 장내 환경이 불균형해지고 소화기가 더 안좋아진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자녀의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일명 '해독'하는 과정을 이들은 '몸공부'라고 부른다. 

한 카페 회원은 병원에서 아이 귀가 부어 열이 난다며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처방 받은 약을 먹인 후 다시 내원하라고 했지만 꼭 약을 먹여야 하냐는 글을 상담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대해 또다른 맘닥터는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열을 식히도록 돕고, 열을 내 감기와 싸우게 되면 소화기에 쓸 에너지까지 모두 사용하니 '능소화'나 매실액을 먹이라"고 처방을 내렸다.  

가루제제인 '능소화'는 이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효과 좋은 소화제로 소문이 자자하며, 스탭 등급의 회원은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독성이 없어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은, 몸에서 음식처럼 받아들이는 약"이라고 소개했다. 
 

어떤 맘닥터는 "능소화는 모든 약재를 발효시켜서 만든 것이라 임산부부터 어린 아기까지 먹어도 된다"고 권했다.  

아이가 평소 소화가 잘 안돼 '능소화'를 수시로 먹였다는 한 카페 회원은 컨디션 저하, 호흡곤란 등이 발생했고, 소화가 더 안돼 응급실을 찾았더니 간수치가 2000이 넘었다며 이유를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K씨는 답글을 통해 "소화가 안 될 때 간수치가 올라간다. 체끼가 풀린 다음 병원에 가서 검사하면 거짓말처럼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의사들은 체끼가 있으면 간수치가 올라간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K씨는 지난해 '능소화'를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 판매하다 적발돼 벌금 300만원 처벌을 받았다. 현재는 내원하는 환자들에게만 판매하고, 구하기 어려운 회원들은 나눔 형태로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씨는 과거 또 다른 불법행위로 적발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2009년 식용 숯이나 활성탄을 식용으로 승인된 것처럼 판매하거나 설사나 소화불량 등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판매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

그 중 하나가 K씨가 대표로 있던 '(주)살림기획'이다. 혐의는 식용으로 소화성 궤양, 염증, 위산과다증, 설사, 식중독, 식이성 알레르기 증상, 간의 해독기능 보완제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등의 허위·과대 광고를 한 것이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제품이지만 현재도 카페 회원들은 애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안아키랜드'라는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며, 회원들에 따르면 숯가루를 주문할 수 있는 날은 월요일과 화요일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제품은 식품의 제조 또는 가공상 여과보조제(여과, 탈취, 탈색, 정제)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복용해선 안 된다.

K씨는 한 회원이 먹어도 되는지 문의하자 "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숯가루는 복용 권장이 가능하고, 식품첨가물로 허가받은 제품은 복용을 권하면 안 되지만 둘 사이에 원료나 제조방법이 대동소이하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K씨의 근거 없는 치료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K씨의 저서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를 4월 대만에서 출판할 예정인데, 대만 출판사 측에서 K씨의 화상 치료법 부분을 책에서 빼자고 건의했다. K씨를 제외하면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K씨가 주장하는 화상 처치법은 일반적인 응급처치법과는 완전히 반대다. 보통 화상을 입으면 가장 먼저 상처 부위를 찬물로 깨끗이 씻도록 권한다면 K씨는 40도 가량의 뜨거운 물에 노출시키라고 한다.

근거는 본인의 경험이다. 자신의 자녀들도 그렇게 키웠고, 해보니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씨는 "아주 많이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 "알기만 하면 되는 일, 뒤가 너무 달라지는 응급치료라 모두가 알았으면 싶은데 혼자의 주장이고 혼자의 이론이라는 것이 이렇게 넘사벽"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 한방대책특위는  보건복지부에 이같은 K씨의 의료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게 아닌지 질의하고,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안아키 # 불법의료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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