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8 05:53최종 업데이트 23.08.11 11:35

제보

교원 유망주에서 식품영양학으로…다시 서울대병원 교수직 내려놓고 이경실 원장이 또 한눈파는 이유

[인터뷰] 최고 환자만족도에 메디컬푸드, 유튜브 등 끊임없는 도전 “전공의 이후 진로는 무관, 결정을 옳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사면허를 막 딴 새내기 의사들은 인턴 과정을 시작하고, 인턴을 마친 2년차 의사들은 각자 지원한 전공에 맞춰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는 시기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 좌충우돌을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심지어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전공의 중도포기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선배 의사들로부터 새내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를 마련했다.

①새내기 인턴, 교과서 아닌 효율성과 사회성이 최대 무기
②새내기 레지던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 
③예비 전공의, 성적 부족해도 원하는 전공과 갈 수 있는 꿀팁은?
④MZ세대를 위한 필독서 '인턴노트' 출간한 박성우 원장
교원 유망주에서 식품영양학으로…교수직 내려놓고 끊임없는 도전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경실 원장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시절을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소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경실 원장은 이력이 독특하다. 학부 시절, 선생님을 꿈꾸다가 식품영양학으로 눈을 돌렸고 이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1세대로 의사가 됐다. 

이경실 원장은 환자 커뮤니케이션의 대가로 통한다. 초창기 서울대병원 진료교수 시절엔 '15분 진료'로 환자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교수였다. 80점 정도가 평균이었던 서울대병원 환자 만족도 평가에서 홀로 95.8점을 받아 최상위권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 원장은 "다른 비결이 있다기보단 환자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고 항상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70대 할아버지와 30대 여성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교수직을 내려놓고 또 다른 길을 개척 중이다. 현재 이 원장은 에스더포뮬러 메디컬푸드 R&D 연구소장, KS 헬스링크연구소장, 라이프의원 원장, 유튜버 등 다양한 일에 도전 중이다. 

"당장은 '잘못 선택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결국 그 과정도 하나의 인사이트가 된다. 길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다."

전공 과목과 전공의 이후 진로 선택에 고민이 많은 후배 의사들에게도 이경실 원장은 선택은 신중하되, 결정 이후엔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개원 혹은 전임의, 이외 다른 활동 등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내 결정이 결국 옳았다는 스토리를 본인이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경실 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이력이 특이하다. 식품영양학으로 석사과정까지 마친 것으로 안다. 처음 영양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다면?

학부는 과학교육을 전공했고 원래는 선생님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도중 2005년 건강기능식품 붐이 불면서 식품과 영양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잘 살기 위해선 건강이 중요하고 건강하기 위해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서울대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하게 됐고 건강과 삶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Q. 영양학을 배우다 어떤 계기로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건강에 관심은 생겼지만 식품과 영양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 보였다. 영양이 건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비중이 많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마침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겨 입학하게 됐다.  

Q. 의전원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의전원 본과 1학년 때 벌써 나이가 29살이었다.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들어가다 보니 초중고 때 공부만 하다 들어온 젊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무작정 외우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만약 뭐든지 늦게 시작하는 것이 고민인 후배들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또래에 비해 생애주기별로 하게 되는 경험이 좀 늦어질 수 있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Q. 늦은 나이에 진로를 튼다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하고 본다. 특히 남에게 큰 관심이 없고 비교를 하지 않는다. 만약 비교하는 성향이 있었다면 서른이 다 돼서 새로운 도전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나는 강원 태백에서 태어나 농부의 딸로 자랐다. 어렸을 적, 공부를 하라거나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압박, 남들과의 비교 등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란 영향도 있다고 본다. 

Q. 전공과목으로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가정의학은 뭐든 할 수 있는 진료과다. 개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 다른 과 교수님들에게도 무한 질문이 가능하다. 즉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고 추후 자신의 경력과 가능성 면에서도 잠재력이 많은 과라고 생각한다. 전공의 시절, 일주일에 꼭 하나 이상은 교수님께 질문을 하려고 노력했다. 퀄리티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선 스스로도 많은 공부가 필요했고 당시 많이 질문했던 짧은 의료경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다만 미용을 하고 싶은데 피부과를 가지 못해 왔다거나 하는 식이라면 전공의 생활이 힘들게만 느껴질 수 있다.  

Q. 전공의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재밌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환자를 마주하는 순간들이 소중하고 즐거웠다. 특히 다양한 환자 질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어 내분비내과라고 하면 오는 환자 질환군이 비슷하다. 그러나 가정의학과는 어떤 증상의 환자가 올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처음엔 이런 부분 때문에 두려움도 있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 처음엔 죽음의 소굴로 들어가는 것처럼 두려울 때도 있지만 내 인생에 이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참 소중한 시간들이다. 

Q.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환자들도 내가 새내기 인턴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부담을 내려놓고 학생 때처럼 모르는 건 물어봐도 된다. 처음 들어간 인턴 시절엔 오히려 현장 간호사들이 더 많이 안다. 간혹 내가 의사라는 자존심 때문에 일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병원 내 다른 직군들과 함께 소통하고 잘 지내는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Q. 전공 선택에 있어 팁이 있다면?

주변에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언 대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과장급 이상 교수님들에게 물어보면 전공의들을 많이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과의 전망을 대부분 좋게 말씀하신다. 전공의 선배들이나 펠로우들은 지금 당장이 힘들고 생존이 바쁘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말해준다. 인턴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편향된 정보는 소거, 객관적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턴 첫 주는 열심히 적응하고 2~3주부터는 반드시 여러 세대의 고민을 듣고 세부 정보들, 과의 미래들을 열심히 물어보길 바란다. 

Q.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 재직 시절 환자 만족도가 항상 최상위였다고 들었는데, 비결이 있나?

서울대병원 평균 환자 만족도가 81.2점이었던 2021년 95.8점을 받아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다른 비결이 있다기보단, 환자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고 항상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70대 할아버지와 30대 여성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단순히 “운동을 하라”는 말도 환자 입장에서 납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환자 입장에서 환자 의견 청취, 의학적 소견 전달, 생활습관 조율 등을 하다보면 평균적으로 15분 진료를 원칙으로 했다. 

Q.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15분 진료가 어렵지 않나?

서울대병원에서 암 생존자들을 주로 진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들의 생활습관과 영양 등을 상담하는데 15분씩 배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 지표가 최상위인데 유독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부분에선 하위권이다. 만성질환은 병원 몇 번 다녀간다고 해서 나아지는 병이 아니다. 충분히 환자들과 교류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데, 한국은 그런 일을 하기 힘들다.

해외는 별도의 상담료가 책정돼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 않고 의사 입장에선 고민이 들 수 밖에 없다. 설명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Q. 서울대병원을 나와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영양 상담 진료를 의료 현장에서 많이 했다.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병원 밖에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영양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고 맛있는 메디컬푸드를 만들고 싶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병원 밖에서 어떻게 환자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 

Q.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더 많은 환자들과 소통하고 제대로 된 건강한 정보만 전달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는 실험적인 측면도 많다. 유튜브엔 자극적인 내용,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자극적이지 않은 진짜배기 정보만 가지고 어느 정도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도 실험해보고 싶었다. 다른 의사 동료들에게도 유튜브는 꼭 권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일목요연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을 연습하면서 또 자기 PR도 가능한 공간이다. 

Q. KS 헬스링크연구소장, 메디컬푸드연구소장, 메디스턴 헬스케어 전략기획이사, 유튜버, 라이프의원 원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진로 선택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공의 수련 과정까지 갔다면 하고 싶은 것이 한 개씩은 생긴다. 간혹 진로 관련 조언을 할 일이 생기면 바로 지금 하고 싶은 그 일을 하라고 한다. 개원 혹은 전임의, 이외 다른 활동 등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내 결정이 결국 옳았다는 스토리를 본인이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잘못 선택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결국 그 과정도 하나의 인사이트가 된다. 길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처음에 서울대병원에서 암 생존자 진료 분야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하다 보니 이런 환자들에게 좀 더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암 생존자 라이프스타일 전문가가 돼 있었다. 어떤 일이라도 상관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그 일이 정답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