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19 05:00최종 업데이트 18.12.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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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궐련형담배 판매 '껑충', 1년만에 세계 판매액의 24% 차지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담배 정의를 니코틴 기준으로 다시 정해야"

 
사진: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궐련형 전자담배는 급격한 증가 추세로 담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가열담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가열담배 판매액 비율은 일본에 이어 2위다. 이러한 추세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제도와 정책에서 별도로 규정되지 않았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금연 정책의 패러다임을 담배가 아닌 니코틴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담배규제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념을 설명하고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을 예측하는 발표가 진행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확산, 담배에 대한 새로운 정의 필요

기존 전자담배와 동일한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정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담배회사의 홍보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궐련 담배와 다를 바가 없다며 담배에 대한 정의를 새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안전한 담배가 아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금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담배 제품을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기 보다 완전한 금연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신종담배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는 배터리의 열로 담배를 가열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신종 담배다. 대중들은 이 제품을 궐련형 전자담배, 가열담배, 찌는 담배 등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은 HTP(Heated Tobacco Products·가열식 담배)로 통칭하고 있다.

백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 모리스의 '아이코스(IQOS)'가 지난 2014년 11월 일본에서 처음 판매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시판됐다. 현재 한국에 유통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 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의 '글로', KT&G의 '릴' 등 세 제품이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담배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타르가 없어 안전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안전한 담배라고 홍보해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소비는 시판 7개월 만에 국내 담배 소비량의 약 10%까지 늘었다"며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자가 늘면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담배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디바이스를 아이폰과 비슷한 마케팅으로 구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젊은층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식을 새롭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게 한다"며 "금연센터에서는 담배를 끊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디바이스가 아까워 버리지 않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은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기존 궐련 담배보다 안전한 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궐련 담배보다 니코틴 함유량은 큰 차이가 없고 미세먼지는 많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본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시판된 지 6개월 만에 2.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의 반응은 더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8년 1월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9.1%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기조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9년까지 매년 42%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는 미국에서 2025년에 궐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흡연자들은 잘못된 정보로 금연 목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한다. 또 기존담배보다 덜 해로운 담배라는 홍보 문구를 믿고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탄다.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간접흡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식약처 분석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궐련 담배와 유사한 것으로 나왔다. 금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 미지의 유해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 궐련 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현재 가열담배에 관한 우리나라의 쟁점은 분류명 실패에 있다. 우리나라는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 내 담배 정의에 따라 전자장치(기기)를 사용할 경우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의 전자담배와 다르다. 전자담배 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고체형 전자담배 등 분류가 있는데 가열담배를 위한 분류가 추가 되어야 한다. 가열담배를 '궐련형 전자담배'로 정의해 기존 전자담배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열담배에 대한 다른 국가의 정의를 살펴보면, 독일과 일본은 '파이프 담배'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기타 담배'로 분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월 필립 모리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덜 위험한 담배로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FDA의 자문위원회는 당시에 궐련형 전자담배 첫 진입 품목인 '아이코스가 흡연 관련 질병 발생의 위험을 줄인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며 "그래서 '아이코스'는 미국 시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담배회사가 승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FDA 위원회가 승인하지 못한다고해서 수년 째 팔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담배는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급증… 향후 전체 담배 시장의 70% 차지

우리나라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커져 향후 전체 담배 시장의 70%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의 금연 정책은 기존 궐련 담배를 기준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은 이제 '담배와의 싸움'이 아닌 '니코틴과의 싸움'으로 금연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 제품에 대한 정의가 매우 중요하다. 담배 시장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그에 맞춘 대응은 부족하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담배와의 싸움이 아니다. 니코틴과의 싸움이다"며 "담배 규제정책과 더불어 니코틴에 대한 규제 정책을 해야 한다. 시대에 맞춰 제품에 대한 분류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2012년에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내 담배회사 활동 분석을 통한 국내 담배시장 변화 예측'이라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연기 안나는 담배인 무연담배 시장이 급속도로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2003년에 알트라(Altra)라는 회사가 생겼는데 여기에는 필립모리스USA 등 여러 담배회사가 들어가 있다. 명칭만 보면 알겠지만 담배회사라는 것을 알기 어렵다. 미국 시민단체는 담배회사의 모습 숨기려고 하는 미국 담배회사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흡연률 조사 방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모든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뽑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수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담배 제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세계 담배시장을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전자담배 사용이 늘고 있다.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가열담배의 비중은 굉장히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가열담배 판매액이 세계 가열담배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7년에 4.21%에 불과하지만 2018년에 24.25%, 2019년에 26.47%까지 늘어난다는 예측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현재 세계 가열담배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가열담배 판매액 비율이 차지하는 순위는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다"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늦게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판된 것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데 이러한 추세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전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향후 국내 전체 담배시장의 70%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필립 모리스가 국내에서 '아이코스'를 팔기 시작했다. 두 달 뒤인 8월, BAT가 '글로'와 '네오스틱'을 출시했다. 이어 같은해 11월에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했다"며 "불과 1년만에 누적 판매량이 2억6300만갑이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며 "가격 인상 등 금연 정책으로 인해 기존 궐련 담배는 감소 추세지만 반대로 궐련형 전자담배는 증가 추세다. 이러한 추이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궐련에 대한 사용량이 줄고 있지만 가열담배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흡연율 조사할 때 이제 이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실제 흡연자 주는 것 아닌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다양한 담배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논의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궐련 담배만 보다가는 이러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했던 수고들이 새로운 제품에 의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국내 시장은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젊은층의 흡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값싼 디바이스(전자기기)가 시중에 나와 10대 흡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센터장은 "디바이스(전자기기)라는 점과 다양한 디자인 요소의 활용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젊은층을 유인할 우려가 크다. 면세점에 가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디자인 케이스를 엄청 많이 판다. 이런 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작년에 나온 모델은 1세대고 제조사는 이미 2세대를 판매하고 있다. 신제품들은 외형부터 케이스 꺼내는 방식도 바뀌었다. 이러한 점은 새로운 기술에 반응하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저렴한 디바이스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비싼 디바이스를 사기 어려운 10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향후 기존 궐련 담배와 동일한 만족도를 추구하기 위해 점점 고도화 할 가능성이 있다. 타격감이란 담배를 피울 때 느낌을 말하는데 타격감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가향 제품이 늘어날 것이다. KT&G는 이미 맛을 집어 넣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훨씬 다양한 맛이 궐련형 전자담배에 포함돼 기존 흡연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부상은 굉장히 짧은 시간 일어난 변화다. 산업 추세로 보아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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