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료법과 환자 안전 분야에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온 피오나 맥도널드(Fiona McDonald) 박사는 지난 2008년에 ‘The Criminalisation of Medical Mistakes in Canada: A Review’라는 제목의 논문을 ‘Health Law Journal’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2018년경 우리나라 의료계에 잠시 소개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전에는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주제로 다룬 논문은 소개되지 않았으며,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은 논제였다.
이런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에서부터 자료 획득의 한계 등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논문을 완성하려면 의료 형사 범죄화와 관련된 모든 판례를 찾아 검토해야 하는데, 관련 자료 중에서도 의사나 사건 유형별로 분류하고 정리한 것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구 결과는 정확한 수치가 아닌 ‘추정치’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지닌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20~40명 정도의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여기서도 ‘추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피오나 맥도널드도 2008년 자신의 논문에서 초기 자료 획득에 대한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시작했다. 자료 검색을 위한 캐나다 전국 일간지인'Globe and Mail'의 역사적 보도는 온타리오와 퀘벡에 치우쳤고, 다른 지역 신문과 미보고 판례의 데이터베이스 수록은 1980년대 이후에야 개선됐음을 각주로 알렸다.
일부 사건은 신문에서만 확인돼 구체적인 판결 이유나 결과에 대해서도 배경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따라서 약 107년 동안 캐나다에서 형사 기소된 15명의 의사 수는 완전한 행정 통계가 아니라, ‘검색’ 기능으로 확인된 최소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의 사례가 중요한 것은 201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과도한 형사 기소 문제를 추적하고 다른 나라와 국제적 비교를 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의협신문 2018년 11월 3일자에는 ‘캐나다 100년 동안 의사 형사처벌 단 1건’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여기서 연구 대상 기간은 1900~2007년으로 100년이 아닌 107년이 정확한 기간이다. 또한 ‘사건이 1건뿐’이 아니라, 15명이 기소됐으며, 이 중 최종 유죄판결이 단 1건이다. 이는 의사의 모든 범죄가 아니라, 진료상 과실로 인한 과실치사, 중대한 신체 손상 사건에 한정된다.
맥도널드의 연구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저지른 과실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경우, 캐나다 형사법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적용됐으며, 그러한 법 적용이 정당한지를 분석하고 검토한 논문이다. 연구 대상은 일반 범죄나 낙태, 조력자살, 안락사, 환자를 의도적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을 제외하고, 오직 전문직 수행 중에 발생한 과실 행위 또는 부작위가 형사 기소로 이어진 경우만을 다뤘다.
캐나다, 107년간 의료과실 형사처벌 ‘안전 관행 의도적 이탈 행위’ 단 1건 유죄 확정
이 논문의 출발점은 의료사고를 형사법에 적용할 때 생기는 ‘긴장’이다. 형사법은 개인의 선택과 도덕적 비난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만, 현대 의료는 여러 직종, 기술, 조직, 인력과 시간 제약 등이 서로 뒤섞여 상호 작용하는 복잡계다. 따라서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한 개인의 행위를 범죄로 동일시하거나 환원하면 시스템적인 요인을 가리고, 사고 보고와 학습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연구 방법을 보면, 지난 1900년부터 2007년까지 약 107년의 기간 동안 연구 대상으로 일간지와 학술지 등 관련된 각종 문헌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주요 검색어는 ‘physician’, ‘surgeon’, ‘anaesthetist’, ‘criminal negligence’, ‘manslaughter’의 조합 등을 활용했다.
영국에서 이미 실시한 장기 추적연구와 가능한 범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유사한 설계를 사용했다. 사건의 성격은 제임스 리즌(James Reason)의 인간 오류 유형에 따라 첫째, 계획단계의 판단 착오(mistake), 둘째, 실행단계의 실수와 누락(slip/lapse), 셋째, 계획과 방법은 적절했으나 수행 과정에서 실패한 기술적인 오류(technical error), 넷째, 안전한 관행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난 위반(violation) 등으로 분류했다. 이는 결과의 심각성이 아니라, 행위자의 통제 가능성과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중심으로 형사책임의 경계를 평가하는 장치였다.
캐나다에서 107년 동안 확인된 총 15명 가운데 1명만이 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를 받았고, 나머지는 형사상 과실로 인한 사망 또는 신체 손상 혐의로 종결했다. 사건의 유형은 진단 및 적절한 치료 실패 5명, 오염된 혈액 관리 4명, 약물 처방 및 투여 오류 2명, 메타돈 진료 2명, 분만 관리 1명, 마취 1명이었다. 이들 15명 중 최종 유죄로 확정된 의사는 107년 동안 ‘단 1명’으로 확인된 것이다.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889~1980년 3건의 유죄판결은 모두 항소에서 뒤집혔고, 1980~2007년에는 9명 중 1명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유일하게 유죄로 유지된 사건은 지난 1995년 정형외과 수술 중 마취 장비가 분리돼 환자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뇌 손상을 입은 사례였다. 이 사건에서 마취과 의사는 네 가지 안전장치 중 두 가지를 사용하지 않았고, 간호사의 권고도 따르지 않은 채 전화 통화를 위한 개인의 용무차 수술실을 떠난 것이 유죄판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해당 의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수술 현장에 있었다며 허위로 진술한 것도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결국 유죄를 인정했고, 징역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를 단순한 불운이나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관행에서 의도적으로 이탈한 행위로 판단했다.
이와는 다르게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가 메탄올 중독을 인지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1992년 사건에서는 진료가 합리적 의사의 수준에 미달했더라도, 당시 의사가 파악한 정보와 혼잡한 응급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진 ‘판단 착오’를 고려해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당시 의사가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모한 무시’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메타돈 처방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도 사망 원인과 당시 처방 기준이 불확실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최종 무죄로 판결했다.
캐나다의 형사상 과실은 단순 민사적 과실보다 훨씬 높은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과 문턱을 적용한다. 행위가 합리적인 사람이 지켰을 ‘주의 기준’에서 ‘현저하게 이탈했음’을 확인해야 하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무모하게 무시하여 국가가 처벌할 정도의 도덕적 비난의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환자가 사망했다는 결과와 의료인의 행위가 얼마나 비난 가능한지는 서로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 결과가 참혹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의 기준을 낮추는 것은 오히려 ‘결과 편향’에 해당한다.
복잡한 다층적 의료체계 ‘개인 행위’에 국한 처벌 강화 시 시스템 더 큰 오류에 빠져
저자는 리즌의 분류 중 위반, 즉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판단 착오, 순간적 실수, 기술적 오류에는 시스템적인 요인과 인간의 한계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형사법 적용에 있어서 훨씬 더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러한 사건에는 민사 배상, 전문직 징계, 역량 평가, 병원 심사와 같은 수단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맥도널드가 발표한 논문의 핵심은 면책이 아니라, 책임 수단의 ‘적합성’이다. 중대한 의식적 위반은 형사법으로 다루되, 일반적 의료 오류는 사고 보고와 원인 분석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인을 기소하면 조직은 ‘문제의 인물’을 제거한 것으로 사건 종결이 쉬워질 수 있지만, 업무설계, 인력, 장비, 의사소통 같은 구조적인 원인이 객관적으로 조사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비슷한 사고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동시에 훨씬 더 끔찍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논문의 저자는 특히 투약 오류에 대해 즉각적으로 자진해서 보고한 간호사 사건을 중요한 예로 들었다. 법원은 ‘자진 보고’가 환자 대응과 병원의 정책 개선을 가능케 했으며, 이런 행위를 형사 처벌하면 오히려 향후 오류 보고를 억제하여 공익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오늘날의 정당한 문화인 ‘Just Culture’ 형성을 비롯해 학습 체계와 심리적 안전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논리의 핵심 사안이다.
논문에서 영국의 연구 결과와 비교한 내용을 보면, 캐나다가 기소와 유죄 건수 모두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연구 결과에서 캐나다와 비슷한 연도인 1900~2005년 약 105년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54명의 의사가 기소됐고, 이 중에서 약 30%가 유죄로 판결받았음이 보고됐다. 영국은 1990년대 이후 기소가 증가했다. 다만 영국의 자료는 사망에 따른 과실치사 건이 중심이고, 캐나다 자료는 중대한 신체 손상까지 모두 포함해 양국 간 단순 수치 비교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논문의 저자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법규 자체보다 사회적 신뢰와 언론과 여론의 책임 추궁과 압박,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문화 등에서 찾는다.
‘캐나다의 연구 결과’는 한국의 의료사고를 다루는 형사정책에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민사 과실과 형사 과실 사이에 실제로 높은 문턱이 작동하는가? 둘째, 환자 결과의 중대성이 행위자의 비난 가능성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수사와 재판이 개인의 행위뿐 아니라 인력·장비·절차·조직문화 등 시스템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고 검토하는가? 등 이 세 가지가 핵심 요지다. 정책적으로는 고의적인 안전 규칙 위반과 선의의 오류를 구분하고, 후자에는 독립적 사고 조사, 비 처벌적 보고, 전문직 규제와 민사 보상을 중심으로 한 다층적 책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비고의적 오류는 범죄가 아닌 인간과 시스템의 피할 수 없는 한 속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McDonald F. The Criminalisation of Medical Mistakes in Canada: A Review. Health Law Journal. 2008;16:1–25.
PubMed record: https://pubmed.ncbi.nlm.nih.gov/19536976/
원문 공개본(QUT repository mirror): https://1library.net/document/zl9e7w2z-criminalisation-medical-mistakes-canada-review.html
‘캐나다 100년 동안 의사 형사처벌 단 1건’ 의협신문. 2018년11월0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