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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밀로이드를 타겟으로 한 알츠하이머증 임상시험 또 실패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기사입력시간 20.02.18 07:25 | 최종 업데이트 20.02.18 07:2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실패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300회이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임상시험은 엄청난 자금과 노력이 필요한데 300회가 넘게 실패한 분야에 임상시험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을 만큼 알츠하이머병은 치료약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이번에 실패한 임상시험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간주되고 기대를 모으고 있던 예방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이었다. 이 소식을 전하는 2월 10일자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신문에 '우리에게 이제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We don’t have anything now)'는 뉴스 부제목이 사용됐다.

    이번에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지만 300회가 넘는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실패한 시험들을 분석하고 보완해 설계했으며,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우성적으로 유전되는 알츠하이머 질환 네트워크(Dominantly Inherited AD network Trial, DIAN-TU)’라 명명한 이번 임상시험은 무엇이 특별했을까? 

    가장 특별했던 점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를 선별하는 방법에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아니라 반드시 환자가 될 예비 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동안 알츠하이머증 치료제를 개발하려던 노력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의 신경조직이 약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추정했다. 말기 암환자보다 초기 암환자를 완치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알츠하이머증 환자도 발병 초기에 발견하여야 진행경과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은 타당하게 보였다.

    이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미래 환자들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선별해 임상시험에 참가 시켰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예비환자들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이 발현돼 뇌세포에 플라그로 쌓이도록 하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70~80대가 아니라 40대에 반드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다. 과학자들이 바라고 있던 대로 완벽한 생물학적인 지표인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알츠하이머가 걸릴 사실이 결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혹은 뇌조직에 손상이 일어나기 전에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제는 임상시험에 실패했을 때 더 이상 '뇌신경이나 뇌조직이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변화됐다'거나 '치료를 하기에 병이 너무 많이 진행됐을 것이다'라는 변명을 할 요소가 없어졌다. 

    두번째로 이미 임상시험에 사용했던 약들 중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약을 사용했다. 몇 년 전 임상시험 3상을 실시했으며,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을 했을 때 부분적으로 성공한 조짐을 보였던 약물후보들을 사용했다.

    후보약물들 중 하나는 로슈(Roche)에 병합된 제넨택(Genentech)에서 생산한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이라는 항체였다. 이 항체의 임상시험 3상 결과는 2014년 발표됐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때까지 실시한 임상시험들 중 통계학적으로 가장 큰 효능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양이 감소했으며, 약물의 양을 많이 사용하면 적게 사용하는 것보다 효능이 높고 척수액에서 타우-단백질과 인산화된 타우-단백질의 양이 줄어드는 등 불완전하지만 치료효과를 보여줬다. 

    다른 후보약물은 일라이릴리(Eli Lilly)에서 생산한 솔라네주맙(Solanezumab)이라는 항체였다. 이 후보 물질을 이용해 임상시험 3상을 2회에 걸쳐 실시했는데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들이 임상시험에 포함되어 있었다.

    2016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통계적인 유효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경증환자들만 모아 분석하면 인지기능 저하속도가 34% 감소했다. 이 결과가 우연히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치료 효능을 정확히 반영했다면 경증환자들만 참여시킨다면 임상시험이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경증환자들 대신 아직 증상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밀로이드를 생기는 단계부터 공격하도록 계획한 이번 임상시험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게 보였다. 

    발표된 임상시험에는 총 194명이 참가했는데 거의 모든 참여자들이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소수만 경미한 증상을 보였다. 간테네루맙을 받은 사람 52명, 솔라주네맙을 받은 사람 52명 위약을 받은 사람 50여명과 가족들 중에서 변이가 없는 사람들 40명이 약을 받지 않는 대조군으로 분류됐다.

    임상시험은 일반적인 프로토콜을 따랐으며 1차 평가지수는 인지기능에 미치는 DIAN-TU 종합적인 인지기능점수였다. 2차 평가지수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에서 흔히 검사하는 척수액에 1-42 베타-아밀로이드의 양, 임상치매지수 및 다양한 기능검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임상시험은 2012년 12월에 시작돼 2020년 12월까지 계속하기로 계획돼 있었는데 올해 2월 결과가 발표됐다. 참여자들은 형균 5년간 매월 약을 투여 받았으며, 매년 혈액검사, 뇌조직촬영, 척수액 추출 및 철저한 인지능력 검사를 받았다. 이번에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인지능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멈추기는 커녕 늦어지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올해 4월과 6월에 열리는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참여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통보되려면 아직도 병원의 허가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참여자들은 임상시험 실패소식을 우리처럼 신문기사나 사회소식망을 통해 들었거나 듣게 될 것이다. 40대에 치매에 걸릴 것이 확실한 환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희망이 무너져 내려 망연자실할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끝없는 실패속에서 그나마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과학자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임상시험이 성공했다면 조만간 알츠하이머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믿을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다면 뇌조직이 손상되기 전부터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약을 사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예방 혹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완벽한 바이오마커를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효가 어느정도 인정된 후보물질을 충분히 일찍 사용한 시험이 실패했으므로 최소한 아밀로이와 관련된 치료에 대한 이런 희망이 사라졌다. '우리에게 이제 남은 옵션이 없다'는 기사 부제목이 개발자들의 절망감을 일부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밀로이드를 공격하는 대신 다른 타겟을 찾아야 할까?'라고 십 수년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연구자들이 있다. 백 번이 넘게 시험하고 실패한 아밀로이드를 아직도 껴안고 있는 과학자들과 개발자들의 우직함이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이상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지금도 '실패한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나이가 좀 더 어렸을 때 시행했거나 약의 투여양을 늘렸었다면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미국정부에서는 이미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연구자금을 지급했다. 한번 잘못 들어간 길에서 돌아 나오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보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중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들은 모두 아밀로이드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1상과 2상에서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단백질들을 타겟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30가지 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뇌질환들과 뇌조직에 나타나는 염증의 관계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이 분야와 관련된 임상시험들도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염증과 관련된 타겟을 공략하는 임상결과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매치료제는 인간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절실히 필요하며 성공했을 때 과학적인 승리는 간과하더라도 큰 경제적 보상이 따를 것이다. 어느 부분을 강조할 것인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구와 치료약 개발을 위한 노력 및 자금을 학계, 연구소, 투자업계, 정부에서 꾸준히 하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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