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5.07 22:27최종 업데이트 18.05.08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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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도 문재인 케어 비판 "비급여 진료하면 부도덕한 병원?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수익방안 필요"

적정수가 보상하고 5년 단위 아닌 장기적인 건강보험 개혁방안 마련해야

정부, 정책소비자인 병의원과 충분한 논의거치고 예측가능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으로 인한 병원 경영의 미래는 어떨까. 병원계는 비급여가 가져온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 질 향상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비급여를 무조건적인 사회악(惡)으로 규정한 것을 반대했다. 일부 비급여는 남겨지는데, 비급여 진료를 하는 병원을 부도덕한 병원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급여화를 할 때 적정수가를 보전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고 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산업화를 허용하고 병원의 수익방안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건의됐다.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해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환자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제도 개혁은 5년 단위가 아니라 체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70%로 높이기 위해(2015년 63.4%)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3800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을 말한다. [관련기사="문재인 케어, 수술료·입원료 인상으로 의료기관 기능분화와 필수의료 인건비 지원"]

4일 한국병원경영학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영향에 대한 통찰과 대응’ 발제와 토론의 개별 발표자에 따른 병원계의 주장을 담아봤다. △장기적인 건강보험 개혁 방안 빠져 △병원이 자율적으로 수익 낼 방안 고민해야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단기간 안에 불가능 △국민은 의료전달체계를 원하지 않을 것 △정책 방향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가능해야 등이다. 

①장기적인 건강보험 개혁 방안 빠져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문재인 케어는 이전 정부에서도 계속 진행해온 통상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의 가장 큰 비판점은 건강보험의 체계적 개혁 방안이 빠진 데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케어와 병원경영의 미래에 대한 통찰’ 발제에서 문재인 케어는 장기 계획이 아닌 2022년까지 5년간 단기 계획에 그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2015년 건강보험 부담액이 44조원이며 환자 부담은 본인부담 14조원과 비급여 11조5000억원, 간병비 2조원 등을 합쳐 비보험 13조5000억원에 이른다“라며 ”즉 급여와 본인부담금, 비급여의 비율이 6대2대2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취약계층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체계의 다양한 개념과 함께 정립을 해야 한다. 비급여 정리만 해서는 건강보험 개혁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면 의료비가 저렴해지는 대신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했을 때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효과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통일, 소비자 기호변화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장성 강화는 적정보험료, 적정급여, 적정수가 등의 방법으로 마련되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있다. 병원들은 의료외수입에서 돈이 남고 의료수입에서는 거의 원가 수준이다. 만약 저보험료, 저급여, 저수가 등을 유지한다면 의료계는 그야말로 쪼그라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만약 적정수가가 보상되지 않은 상태로 급여화가 진행되면 수가 통제에 기준 통제까지 이뤄질 수 있다. 예비급여(본인부담률 50~90%의 급여)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급여 손실분을 급여 수가 총액에 맞췄다고 가정하더라도 분포는 일률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라며 "총액을 맞출 수는 있는데 (손실분만큼) 총액의 분포를 맞추는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적정한 분포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비급여가 많았던 병원이 손해보는 경우가 생긴다. 환자 변화나 보상 변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합리적인 급여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비급여를 악(惡)으로 규정하더라도 기여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직장암 5년 생존율 1등, 대장암 1~2등, 뇌졸중 5등 이내 등 비급여 진료를 통해 20~30년간 의료의 질을 높였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등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통일 시기와 형태 예측이 어렵지만 우리가 져야 할 부담이 있다”라며 “만성질환이 많아질텐데 만성질환자 전부를 지원할 수는 없다. 눈앞의 닥친 것이 산적한데 비급여만 없애자는 문재인 케어는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②병원이 자율적으로 수익 낼 방안 고민해야 

법무법인 율촌 최희주 고문은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병원에 비급여를 없앤다면 자율적으로 수익을 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실장을 역임했던 최 고문은 “복지부를 나오고 보니 정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뀌었다"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재정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할까는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 고문은 “통상적으로 이런 중요한 계획을 세울 때는 복지부가 1~2년동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대통령이 취임한지) 3개월 만에 문재인 케어를 빨리 발표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다.  

우선 그는 급여화하는 비급여의 기술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고문은 “3800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하려면 기술평가가 불가피하다"라며 "하지만 누가 이것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에서 지적한대로 적정수가를 보장해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최 고문은 “의료계도 문재인 케어 추진을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어느 정도 적정수가를 보장해줘야 의료계가 믿고 따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케어는 의료이용량을 늘릴 수 있다"라며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 고문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간 입장 조율과 의료기관 종별 갈등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병원과 의원은 (진료비가 저렴해져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없어지면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사(公私)보험의 역할 정립도 과제로 지적됐다. 그는 “보험가격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형태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면 과잉 의료가 우려된다”라며 “공사보험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기존의 심사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를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비급여 차단으로 보건산업의 발전이나 신의료기술을 저해한다면 곤란하다”라며 “의료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산업 발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 병원이 갖고 있는 산업적인 영역에 대한 복지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건의했다.  

최 고문은 “병원을 지원하고 살리고 싶다면 국가가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병원이 비급여 외에도 자율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③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단기간 안에 불가능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단기간에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위원장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 정부의 큰 보건의료 방향의 틀은 난무하는 민간보험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라며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정작 민간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축소하고 급여 보장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급여기준 확대를 반대하지 않고 병협 차원에서도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면 급여화라는 프레임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며 "과거 의약분업 때처럼 의협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비급여가 절대악(惡)은 아니다. 비급여 진료를 해왔던 의료공급자들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의학적 비급여의 완전한 해소라고 말을 하는데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어떤 행위인지에 따라 비급여와 급여가 결합된 형태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MRI 초음파 등의 큰 덩어리 급여화는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마구잡이로 가는 비급여 신설을 막기 위해  (신의료기술 시장 진입을 평가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강화하고 조정 심사로 단속하는 방식 등으로 얼마든지 보장성 강화의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심평원의 유연한 심사가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본다”라며 "심평원 조직 자체의 구조를 큰 틀로 흔들지 않고 변화를 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고 하지만 여기에 대한 재정이 없다”라며 “병원이 경쟁력 있는 부분에 의료산업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곧바로 의료민영화와 연결되는 측면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서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기능적으로  60~70개 정도에 이른다.(현재 42개 지정) 나머지 병원을 탈락시켜서 계속 상급종병에 진입을 시도하게 만든다”라며 “현재 지정된 상급종병도 언제 탈락할지 모른다. 상급종병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은 탈락시키고 밑에서는 올라가서 섞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는 바람직하다”라고 주문했다.  

④국민은 의료전달체계를 원하지 않을 것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은 문재인 케어가 정상적으로 안착되더라도 국민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지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정책 소비자들인 병의원은 문재인 케어를 두려워 한다. 비급여의 급여화만으로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회장은 “병원의 병상가동률이나 수가를 보면 박리다매 구조를 갖고 환자를 많이 봐서 운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 많이 보면 원가 절감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의료외수익은 비의료적인 비급여를 올리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예비급여(본인부담률 50~90%의 급여)는 타격이 있다. 비급여가 소멸된다는 것이 아니라 비급여를 없앤다면서 비급여를 하는 병원을 부도덕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라며 “인식의 변화가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보다) 더 큰 변화를 이뤄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국민 입장에서도 문재인 케어가 정상적으로 안착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라며 "문재인 케어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이 문케어를 지지하는 만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지지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욕구는 단순하다.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부담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하더라도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아닐 수 있다”라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의료기관에 그만큼 다시 보상하게 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더라도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대한 두려움과 시각 있어야 한다”라며 “의료공급자가 대형병원 위주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게 될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결국 국민 입장에서는 과다 지출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병협이나 중소병협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기회를 통해 정부와 국민까지 상생의 구도를 만들기를 원하고, 이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⑤정책 방향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가능해야 

이용균 전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할 때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문제가 됐다”라며 “정부는 정책 소비자인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없다. 이는 의료계 단체의 정책 저항이 일어나는 현상을 초래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전 실장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보면 정부는 7월부터 상급병실료 급여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2,3인실의 건강보험의 가격을 여러 번 알아봤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라며 “정부는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려면 수많은 논의를 통해 가격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한달 내에 어느 정도 결정하게 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정부에서 의료계로) 톱다운(top-down) 방식의 딜레마이고, 정책의 신뢰 관계를 만들 수가 없다”라며 “정책을 신뢰하려면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제3세계의 정책은 사랑방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정책 논의 과정을 제대로 기록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 여기서 대부분의 정책 실패가 일어난다”라고 했다.  

이 전 실장은 “우리나라는 이제 아프리카가 아니다. 의료계 문제는 예측가능하고 의료계의 이해관계자가 참여를 하면서 정책의 결정을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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