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20 09:28최종 업데이트 22.09.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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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남구, 공모 절차 없이 내부 승진으로 보건소장 임명...'의사 배제' 논란

비의사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 소지자 임용 어려울 때 한정, 현행법 위반...의사 이외 보건소장 41%에 달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명이 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의사 대상 공개 공모 절차 없이 공무원 출신 보건소장이 임명되는 사례까지 드러났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남구는 지난 16일 신임 보건소장으로 비의료인을 임명했다. 해당 보건소장은 보건직 공무원인 의약행정과장이 의사 출신 보건소장 후임으로 발탁됐다.

앞서 남구청은 지난 8월 조례 개정을 통해 보건소장을 개방형 직위에서 해제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부 행정력을 모아 빈틈없이 방역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즉 보건소장을 개방형 직위에서 해제한 뒤 한달여 만에 내부 인사 승진을 통해 속전속결로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개방형 직위란 공개모집이나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도록 지정된 직위를 말한다. 원래 보건소장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개방형 직위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보건소장 임용에 따른 공모 절차가 따로 없었다는 점이다. 남구청 측은 코로나19 유행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공모를 통해 보건소장을 임명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 보건소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공무원이 후임 보건소장으로 임용됐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구를 제외한 광주 4개 구청 보건소는 의사 면허가 있는 의료인이 보건소장을 맡고 있다.

의사 보건소장 후임으로 의사 배제, 공무원 내부 승진…의료체계 혼란 우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시정명령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20년 순천시는 보건소장에 행정직 공무원을 임용한 것에 대해 도 정기종합감사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광주 남구청 관계자는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보건소장을 임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 행정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보건소장 직무대리를 했던 보건직 공무원이 임용됐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광주에 있는 많은 의사들이 지역을 위해 현신할 준비가 돼 있음에도 구청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른 지자체는 방역을 위해 의료 전문가들의 참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남구는 비의료인의 내부 승진을 통해 보건소장을 임명해 감염병 대응 등 의료체계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건직 공무원의 보건소장 임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의사 면허 소지자의 임용이 어려울 때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되, 예외적으로 의사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보건 등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광주 남구청 보건소에서 근무했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신정환 회장은 "지원자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의사를 우선적으로 임용해야 함에도 그런 절차가 없었다. 행정편의를 위해 법률을 위반한 사례"라고 질타했다.   

의사 이외 보건소장 '41%'…의사 외 직역 임용 법개정 시도까지

최근 보건소장 임용 현황을 보면 오히려 의사면허 소지자가 아닌 일명 '예외 상황'이 더 많은 실정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 비율은 2017년 42.5%, 2018년 39%, 2021년 41% 가량이다다. 

특히 최근 4년 기준으로 충북은 14개 보건소 중 의사 보건소장이 1명도 없었고 강원은 18개 보건소 중 의사 보건소장이 2019년까지 1명에 그쳤지만 2020년 이마저도 0명으로 줄었다.   

의사 이외 직역의 보건소장 임용도 늘고 있다. 2021년 보건소장 직역별 임용 현황을 보면 전국 보건소장 258명중 의사 보건소장은 106명으로 41%에 그쳤고, 약사 5명(1.9%), 간호사 45명(17.4%),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가 61명(23.6%)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법제처는 2018년 보건소장에 대한 의사 우선 채용을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규정하고 개선과제로 선정했다. 사진=법제처

의사 이외 직역에 보건소장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 시도도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약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사와 더불어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과 약사 등 보건 관련 전문인을 보건소장 임용 기준에 추가하도록 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내놨다.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조항이라는 게 서 의원의 견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지난해 의료인이 모두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비슷한 취지로 발의했다. 

이같은 법률적 움직임은 법제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으로 법제처는 2018년 보건소장에 대한 의사 우선 채용을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규정하고 개선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에 보건소장 임용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것은 차별행위로 판단했다. 

일본은 비의사 출신 임용에 제한기간둬…보건소장 처우개선 필요

의료계는 오히려 의사 임용 우선조항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염병 상황에서 의료전문성을 바탕으로 질병예방사업과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보건소장은 기본적으로 의사이면서 규정된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 한해 임용될 수 있다. 또한 비의사 출신의 보건소장 임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의사출신의 보건소장 임용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2년이라는 제한기간을 두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도 의사 이외 관련분야 직렬의 공무원이 보건소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선 더욱이 의료전문가인 의사가 효과적으로 방역과 질병예방 등 보건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보건소장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확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건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몇몇 보건소는 보건소장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의사들이 보건소장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격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때문이다. 급여 인상, 인센티브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은 "의사의 보건소장 임명은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공중보건 서비스를 위함"이라며 "법률상 진입장벽이 문제가 아니라 현장 보건소장들이 공공의사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해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공협 신정환 회장은 "지역의 공중보건의사들의 민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의사가 아닌 보건소장과 함께 일했던 공보의들이 더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며 "트러블도 더 잦았다. 미흡한 의료지식으로 인해 대처가 아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공공의료를 살리겠다고 사람만 늘려서 되는 게 아니다. 현재 공공의료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공공의료의 최우선에서 지역 보건의료를 위해 헌신하는 보건소장에 대한 대우가 좋아진다면 의사출신 보건소장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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