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19 16:15최종 업데이트 19.03.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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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19건에 환자·국민은 없다... 환자단체 진료실 안전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발표

반의사불벌죄 폐지·벌금형 삭제·정신병원 보안검색장비 설치 등·진료거부권 개정안 반대

사진: 왼쪽부터 한국GIST환우회 양현정 대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진료실 안전과 관련해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19건이나 발의됐지만 정작 환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진료실 폭력 근절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법안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한 법안 19건이 국회의원 14명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환자단체는 이 중 반의사불벌죄 폐지, 벌금형 삭제·징역형만 규정,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정신병원보안검색장비 설치 등, 진료거부권 도입 등  6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비상벨 설치 및 경비 지원 등 법안에 대해서는 국고가 투입될 경우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9일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진료실과 수술실의 안전한 치료환경을 위한 환자단체 공동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한 국회 의료법 개정안 현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한 법안이 많이 나왔다"며 "지난해 7월에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 취한 환자 보호자가 의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 되자 보건의료인을 포함한 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고(故) 임세원 교수님이 환자에게 피살되는 일까지 발생해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에 관한 방안이 논의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환자단체는 진료실 또는 수술실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한 국회 입법과 보건복지부 대책에 환자·국민의 관점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의 어떤 점이 문제가 있는지 짚고 환자단체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진료실 안전과 관련해 국회에 대표발의된 의료법 개정안 19건 중 논점별로 정리한 14건.

처벌만 강화한 법안으로는 안전한 진료실 만들 수 없어

최 대표는 "박인숙, 이명수, 신상진, 김명연, 김승희, 기동민, 윤일규, 정태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개정안'과 박인숙, 김명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벌금형 삭제 및 징역형만 규정하는 개정안'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만 강화해 의사와 환자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 의료인과 환자가 이후 화해를 해도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떄문에 의료인과 환자 모두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 전과자가 될 우려가 있다"며 "현행법은 적어도 의료인과 환자가 의료법상 화해를 하며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전과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진료실에서 폭행·협박하는 환자를 처벌할 수 있다"며 "만약 의료인이 환자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를 하면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의료인과 환자가 화해를 해도 환자는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 전과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에 대한 처벌만 강화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형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당사자가 불화만 강조할 뿐이다. 진료실 폭행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징역형만 규명한 개정안도 반의사불벌죄 폐기 개정안과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만약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고 벌금형이 삭제 되면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폭행 문제는 곧바로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징역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문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진료실에서 발생한 폭행이 경미해 징역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과도하다고 판단했을 때 검사는 기소유예를, 판사는 선고유예 또는 무죄판결을 내리는 모순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실 안전을 위한다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고 환자와 의료인간 불신을 가중시키는 처벌 강화 법안으로는  실질적으로 안전한 진료실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주취자 등 폭력성이 강한 환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그 외 일반 환자 등이다. 환자단체는 진료실 안전을 위해서 환자 유형과 폭력 상황을 구분해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주취자 및 정신질환자 등으로 인한 폭력 발생을 전제로 강력한 형벌제재를 부과하는 법안이 타당한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정신병원 보안검색장비 설치 등은 사회적 논의 거쳐야

환자단체는 김승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가 투입되는 일인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환자단체는 무엇보다 의료기관 안전기금에 환자의 안전을 위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려면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의료기관이 의료인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건강보험 수가나 국고를 통해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폭행을 겪은 의료인에 대해 기금을 마련해 치료비 지원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환자의 안전을 위한 안전기금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비용을 부담해 의료기관 안전기금을 신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물론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해 의료기관에 비상벨·비상문·비상공간 설치 의무, 보안장비 설치의무, 보안요원 배치의무 등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그 비용을 건강보험 수가나 국고를 통해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의 주체인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병원 보안검색장비 설치·보안검색요원 배치 의무·경비 지원 등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 정실질환자의 치료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최 대표는 "우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에 찾아오기를 꺼려해 치료를 제때 못받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정신병원에 보안검색 장비를 설치하고 보안검색 요원을 두면 정신질환자들이 더욱 병원에 오기를 꺼려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환자단체는 장비 설치 등 지원에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를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진료선택권으로 변질될 우려 있는 진료거부권 도입 개정안 반대

환자단체는 김명연 의원의 대표발의한 진료거부권 도입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진료거부 금지의무 규정을 진료거부권 허용 규정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대한의사협회가 진료거부권의 정당한 사유를 법에 규정하자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하지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항을 법에 규정해버리면 그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의 경우에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거부해 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에 김명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진료거부권은 환자를 선별해 진료할 수 있는 진료거부권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환자단체는 이에 대해 조만간 강력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앞서 15일 '의료인 진료거부권'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명연 의원을 규탄하고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환자단체는 진료거부가 정당한 사유를 한정하는 것에 대해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진료거부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법의 법적 성격이 진료거부권 허용으로 변질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또 진료거부 정당 사유를 8개 유형으로 한정하면 그 외 유형에 대해 진료거부가 불가피해도 진료거부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법적 모순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발의된 개정안에 담긴 진료거부 가능한 정당한 사유 8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둘째, 의료기관의 인력·시설·장비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셋째,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넷째,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에 필요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다섯째,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투약·시술·수술 등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여섯째,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일곱째,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여덟째,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계속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1차 의료기관·요양시설 등을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환자단체 제안 "환자·국민 관점에서 원인 분석하고 대안책 마련해야"

환자단체는 발의된 수많은 의료법 개정안에 환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진료실 안전과 폭력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최 대표는 "첫째,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료인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진료실 이용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 등 안전한 진료환경과 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상호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섭섭한 마음이 크다. 의료기관에 장비 시설 등을 지원하는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환자에게 투자하면 환자와 환바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료실 특성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내용은 의료법 개정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둘째, 보건복지부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료실에서 폭력·폭언 등이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의료기관은 생명을 다루는 곳이고 나쁜 결과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다. 지금은 대다수 사람들이 병원에서 사망한다. 의료기관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보면 가족, 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순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문을 가지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으면 사소한 불만들이 쌓여 나쁜 결과를 만났을 때 폭력 발생으로 이어진다"며 "응급실 폭행의 대부분은 환자들이  응급실의 진료 순서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다.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다. 이를 설명해주는 코디네이터나 직원이 있어야 하고 환자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셋째, 보건복지부는 보건소나 전문적인 공공기관을 통해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각종 의료민원이나 불만을 청취하고 해소해 주는 상담 및 민원 해결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실질적으로 진료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왜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폭력을 일으키는지 범죄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정부가 실시하는 실태조사에서는 폭행 여부만 묻고 원인 분석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와 더불어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가지는 불만 등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환자들이 유일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은 보건소 뿐이다. 하지만 보건소는 접수만 받고 실제로 환자들에게 해결책, 조언 등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넷째, 국회는 의료법 제 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를 포함해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적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의료법상에는 수술 또는 전신마취를 할 때만 설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사고 발생하는 침습적 행위가 많은데 설명 의무를 강화해 환자와 의료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폭력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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