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8.29 06:09최종 업데이트 18.08.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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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 "낙태수술 허용 주장 아냐…여성단체·정부 간 사회적 합의 거쳐야"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비도덕적 규정하는 낙태수술 전면 거부' 주장에 네티즌 의견 분분

여성단체와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 헌법재판소에서 빠른 합헌 여부 결정 필요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하는 내용의 포스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도덕적으로 몰아가는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날 여성들로부터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민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또한 상당수 네티즌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단체와 종교단체, 정부 등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급히 낙태죄와 관련한 제도 개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는 낙태수술 합헌 여부를 판결하고 현실적인 입법화로 정리되면 의사는 낙태수술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불법이지만 불법이 아닌 낙태수술 

그동안 낙태 수술은 불법이면서도 불법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매년 낙태수술은 10만~30만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형법은 태아의 발달단계와 무관하게 낙태 행위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 및 처벌하되(제269조, 제270조), 모자보건법에 위법성조각사유를 두고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띠르면 본인·배우자가 일정한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배우자가 일정한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에서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은 때 등에 한해 의사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한다. 

이런 가운데, 이달 17일 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통해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하면 자격 정지 1개월 등에 처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270조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낙태죄 폐지를 끊임없이 주장해왔고 사회적인 논란이 되풀이됐다. 이번도 복지부의 행정처분 개정안 발표로 낙태수술 중단이 나오자 아예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에 대한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이 4대 4로 팽팽한 대립 끝에 현행 낙태죄규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부터 5년 이상이 지난 지난해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다시 청구됐다.

당초 이달 중으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날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복지부 역시 이를 기다리다가 행정처분 개정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입법조사처, 낙태 처벌에 대한 법령 재정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도규엽 입법조사관은 올해 5월 '이슈와 논점'에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낙태 처벌에 대한 법령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도 조사관은 "성적으로 많은 인공임신중절이 행해지고 있지만, 낙태죄로 기소돼 처벌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라며 "낙태에 대한 현행의 형법 규정이 사문화돼 낙태 근절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행 규정은 태아생명을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이 실효성에 대한 고민과 태아생명의 실질적 보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는 임신 12주 이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임신부는 의사에게 낙태를 요청할 수 있다. 독일은 시술 3일 이전에 의사 상담으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12주 미만의 낙태가 허용된다. 영국 역시 적절한 사유라고 인정되면 등록된 의사에 의해 이뤄진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는 “외국이 상당히 완화된 규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낙태 관련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임신, 출산을 직접 체험하고 생명과 스스로의 처지 사이에서 고민할 여성의 입장에서 낙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며 “헌법적 담론으로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 규제를 완화한다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 여성단체·정부 합의 거쳐 입법화해야  

산부인과 의사들 주장 역시 현실에 맞는 낙태수술 관련 입법화다. 특히 현재처럼 태아 생명권 존중 외에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낙태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법이 사문화된 측면이 있다. 국민들도 낙태수술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낙태수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산아제한을 위해 보건소에서 낙태 수술을 권장할 때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법 개정과 헌법재판소의 빠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회장은 “일본 등을 보면 개별 의사들은 낙태 수술을 했더라도, 의사회 공식 입장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나서면서 자칫 그동안 낙태수술의 불법을 인정하면서도 시행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의사는 의료행위로 판단해야 하며, 낙태수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다면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다”라며 “사회적인 합의는 시민단체와 여성단체, 정부 등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결에 따라 행정처분은 유예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복지부는 여성의 건강과 의료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산부인과의사회가 진정으로 한국의 보건의료와 여성의 건강을 위한다면 낙태죄 폐지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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