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11 12:14최종 업데이트 21.01.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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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10명 중 9명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불만족

저수가 문제 84.1%, 복잡한 청구 58.4%...한의협 "수가 문제 복지부와 협의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실시한 첩약 급여화 설문조사에서 저수가와 복잡한 청구 문제로 90%에 가까운 회원들이 불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의협에 따르면 한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의원회 요구로 지난 4일~6일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에 답변한 한의사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9023개소 한의원 중 1950개소(21.6%), 2만5518명 한의협 회원 중 2979명(11.7%)이었다.
 
설문 결과, 첩약급여화 시범시업에 '매우불만족'한다는 답변이 72.4%에 달했고 '다소불만족' 답변도 16%가 나왔다. 90%에 가까운 답변자들이 시범사업에 불만족을 나타낸 것이다. 반면 '매우만족'은 0.8%,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은 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에 대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1만1953명(86.99%)에 달했고 반면 그대로 시행하자는 인원은 1788명(13.01%)이었다.
 
시범사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 이유는 급여수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의계 내부에서도 수가 문제로 인해 시범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범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기존 2000억원 규모에서 500억원 규모로 대폭 축소되고 수가도 20만원까지 얘기가 오가다가 14만~16만원선으로 5만원 이상 깎이며 한의사들 입장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시범사업의 급여수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84.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관행수가보다는 적지만 환자 수요 확대로 괜찮다는 답변은 13.4%, 적절하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가장 현실에 동떨어진 저수가로 지목된 부분은 첩약심층변증방제기술료였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2.5%가 첩약심층변증방제기술료를 문제로 지적했고 응답자의 13.2%는 (자체)조제탕전료, 4.3%는 (공동이용)조제탕전료를 문제로 지적했다.
 
대상질환별로는 뇌혈관질환후유증에 대한 약재비 상한금액이 낮다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고 그 이후 월경통(38.3%), 안면신경마비(10.4%) 순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청구프로그램도 첩약 급여화 불만족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번 설문에 앞서 한의협은 지난해 12월 전회원 대상 시범사업의 불편사항을 점검하는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시범기관 중 한의원 응답자 2128명 중 청구프로그램이 어렵고 복잡해 처방을 포기했다는 응답이 58.4%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어렵지만 곧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은 35.9%, 숙달돼 괜찮다는 응답은 5.8%였다.
 
특히 향후 시범사업이 재논의를 거쳐 개선되더라도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원들도 과반수였다. '향후 개선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는 질의에 58.7%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수정된다면 좋을 제도'라는 답변은 39.6%, '현재 그대로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이에 한의협은 가장 큰 불만으로 지목된 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6개월 주기로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13년에도 수가 문제에 따른 내부 분열로 사업 시행 자체가 거부된 전례가 있어 개선책의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투표에 앞서 대회원 담화문을 통해 "새로 시행된 첩약건강보험의 불편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수가, 시행절차 등으로 인해 회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회원투표가 사업 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재협상이란 투표상의 단서를 달아놨더라도 외부에는 반대가 폐기처럼 비춰질까 두렵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반대에 부대조건으로 달려 있는 '재협상'이라는 과정 역시 개선의 실익을 보려면 조용히 협상을 통해 가야지, 떠들썩한 이슈로 부각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며 "찬성과 반대가 모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투표에 불참해 기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막상 (시범사업을) 시작해보니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있다. 심평원이 열심히 도와줘야 되는데 약제, 서류 모두 우리보고 입력하라고 하니 회원들이 절차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온갖 규제는 다 해놓고 이제와서 문제가 생기니 회원들로부터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회원들의 불만과 관련해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가 문제는 6개월에 한번씩 모니터링해서 개선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며 "조만간 수가 관련 개선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원래 시범사업이라는 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고치는 단계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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