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03 10:22최종 업데이트 24.03.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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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 시술, 간호사∙간호조무사에도 허용될까...면허 침탈에 비의료인 시술 부작용 우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독소조항]⑤ 의료계 "필수의료 붕괴 원인은 피부∙미용 아냐...제대로 된 필수의료 환경 조성부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지원 기자] 정부가 피부∙미용 시술을 의사가 아닌 타 직종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피부∙미용 분야는 비급여 진료를 위주로 하면서 의료계 내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수입이 높았다. 하지만 간호사∙간호조무사가 유입되면 의사 수입이나 급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비전문가의 시술로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의료계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이 피부∙미용 분야에 있는 것이 아니며, 급여 진료로 생존이 가능한 의료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미용 의료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캐나다 등은 일부 미용 의료 시술에 대해 별도의 자격제도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해 간호사 등 타 직종으로 시술 자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영국은 간호사가 추가 자격을 취득하면 보톡스∙필러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의사 외에 간호사, 의사 보조인력이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허용하는 주도 있다”며 “호주도 간호사 미용 시술이 가능하게 일부 주에서 자격을 주고, 일본도 간호사가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부∙미용 시술 자격에 간호사간호조무사 허용하나…비의료인 시술 부작용 우려
 
비급여 비중이 높은 피부∙미용 분야는 그간 다른 전문과들에 비해 높은 수익을 자랑해 왔다. 이에 젊은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지 않고, 피부∙미용 분야로 뛰어드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일반의가 개원한 일반 의원 979곳 중 843곳(86%)이 피부과였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피부∙미용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수입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대거 시장에 유입되고 의사 대신 이들을 채용하면서 시술단가가 낮아지고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시술 자격을 확대하면 주로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만큼 보건의료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종사자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필러 등은 주사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주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직종으로 미용 시술 허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와 관련해 일선 피부∙미용 전문의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 근간의 흔들림과 의사 독점권 박탈, 비의료인의 시술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최근 피부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A씨는 "필수의료 수가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낮다. 이런 가운데 의료소송에까지 휘말리면서 의사면허를 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필수의료를 살리자고 피부 미용 의사를 죽인다는 것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정부 발표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비의료인의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다"라며 "의대 6년제 졸업 후 의료현장에 나선 이들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비의료인이 피부 미용 시술을 하면 문제는 더 많아질 것이다. 현재도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가끔 있는데, 성형 부작용으로 '선풍기 아줌마'와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피부∙미용 분야에 종사해온 일반의 B씨 역시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시술 자격을 개방하면 공급이 늘어나니 당연히 의사 급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미용 분야를 잡으려는 것 같은데,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붕괴 원인이 피부·미용 종사하는 의사 탓 아냐  

특히 의료계가 더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원인을 피부·미용에 종사하는 의사들 때문으로 보고 있다는 데 있다. 필수의료가 버티지 못하는 문제는 따로 있는데, 문제의 원인을 피부∙미용과 비급여에서 찾고 해당 분야 의사들을 모두 '악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조항래 회장은 "피부과도 아토피, 건선 등 전문 분야가 있는 필수의료다. 시술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시술을 허용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라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까지 시술 범위가 넓어진다면 이른바 '필수 간호사' 역시 병원을 나올 수 있다. 그때 다시 시술 자격조건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회장은 "피부과 전문의들은 학회에서 부작용에 대한 발표를 많이 한다. 부작용을 조심하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조심하지만, 그런 대응책이 없다"라며 "필수의료 정책은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붕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필수의료의 붕괴가 마치 비급여나 피부미용 때문으로 몰아갔다"라며 "일선 개원가는 원가 이하 수가 때문에 생존을 위해 비급여 진료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정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다면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피부 미용에 유입되는 인력을 제재하면 필수의료로 돌아올 거라는 발상으로 비의료인에게 피부 미용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의료의 근본을 해치는 일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며 "의사의 경우 끊임없이 공부하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지만, 비의료인이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황지환 기획이사(의협 비의료인의 문신 합법화 법안 대응 TF 의무자문위원)는 “나라별로 어떤 직역에 어떤 행위까지 허용하는지, 난이도가 낮은 행위라도 왜 의사가 하도록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어떤 나라는 이렇게 한다더라는 식의 카더라로 단순히 시술 주체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황 이사는 "차라리 쉽게 지우거나 수정 가능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반복해서 여러 번 가능한 스티커형 바디 페인팅형 문신에 한해 정부 차원에서 미용패션 산업으로 육성해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정부는 올해 안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세세한 건 전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넘긴다고 했다. 특위를 만들고 각 분과위원회가 심의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라며 "여기서 끝이 아니라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도 있는데 현재 특례법 통과의 칼자루는 야당이 쥐고 있다. 올해 안에 정부 계획을 구체화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정부가 논란이 될 화두를 성급하게 꺼냈다"라고 비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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