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실태조사서 수도권 대비 뒷걸음질… “학생들 전문의로 키울 지역 수련현장부터 바로세워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창용 정책이사, 한성존 회장. 사진=KTV 중계영상 갈무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이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지역의사제 학생들이 전문의로 성장할 비수도권 수련현장부터 바로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작 전공의들이 수련받을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근무부담이 크고 수련환경 만족도도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창용 정책이사는 19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경상국립대병원에서 열린 지역의사제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의사제는 미래를 위한 제도이고, 지역에서 선발된 학생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지역에 남아 환자를 지키게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그 학생들이 전문의로 자라기 위해 거쳐야 할 수련현장은 어떤 모습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다”며 10여년 뒤에나 졸업생을 배출할 지역의사제 논의에 앞서 비수도권 수련현장의 현실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전협이 실시한 2026년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공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과 수련환경 만족도가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예외”라며 “같은 기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근무환경 만족도가 39.9%에서 50.4%로 크게 올랐지만,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48.1%에서 46.9%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6년 기준 주당 근무시간이 가장 긴 곳도, 주 80시간 초과 근무 경험률이 가장 높은 곳도 모두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라며 “정작 지역 핵심수련을 담당할 병원에 가장 무거운 부담이 쏠려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필수진료과의 비수도권 기피 현상이 확연하다”며 “비수도권에서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은 8%, 흉부외과는 4.9%, 외과는 24.4%에 그쳤다”고 했다.
이어 “이는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라며 “여건이 좋은 지역과 병원으로 전공의 선택이 쏠리는 동안 정작 지역 필수의료 수련체계는 비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이 같은 현실이 지역의사제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봤다.
그는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이 전문의가 되려면 비수도권 수련병원에서 배우고 자라야 한다. 그런데 그 현장은 지금 가장 길게 일하고, 가장 만족도가 정체돼 있으며, 전공의를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양질의 지역수련은 만들어질 수 없다. 순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사제가 약속한 미래가 실현되려면 그 토대가 될 현재의 수련현장부터 바로세워야 한다”며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근무부담을 낮추고 양질의 수련체계를 갖춰 전공의를 길러낼 여건을 먼저 만드는 것이 제도 성패를 가르는 선행조건”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복무형 지역의사제보다 지역 청년의사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전협 한성존 회장은 와인의 사례를 들며 “와인은 품종도 중요하지만 산지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품종의 포도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와인이 될 수 없다”며 “이곳 진주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이 과연 젊은의사들이 꿈과 열정만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좋은 토양인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인재를 뽑는 것에 앞서 인재들이 자라고 뿌리내릴 수 있는 올바른 토양을 가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자갈을 치우고 잡초를 뽑고 밭을 가는 일은 당장 열매가 수확되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우선돼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 회장은 “정부가 진정 지역의 미래 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복무형 지역의사제에 앞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역의 미래 의료를 책임질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지역 젊은의사들이 원하는 커리어를 개발하는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