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9.14 05:14최종 업데이트 17.09.14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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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지정제 예외 의료기관 허용 필요

의협 주장에 복지부 "어리둥절"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과 관련해 비급여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당연지정제를 제한적으로 예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하는 '당연지정제'를 시행하고 있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에 따라 급여 진료를 봐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반발해 지난 2002년과 2014년, 이미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의사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편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비급여라는 영역이 존재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평등권, 의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최근 의협은 다시 당연지정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는 제한적으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은 지난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정당성을 부정하게 되는 소지가 있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비급여 진료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제한적 예외 허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성형외과 등 비급여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사실상 당연지정제 예외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발제를 통해 "이전에는 무조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각 의료기관과 개별계약제를 실시하거나 의협의 단체계약제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현 시점에서는 국공립 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로 가고, 미용 성형 등 일체의 보험진료를 하지 안는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형수 실장은 "또한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하는 특정 의료기관에 한해 한시적(1년)으로 당연지정제에서 예외하는 것을 고려해 의사와 국민의 자유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법무법인(유한) 여명 유화진 변호사는 "무엇보다 현재 당연지정제 예외와 관련해 어떤 형식을 취할 것인지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서 일반 회원들에게 돌아갈 불이익도 있을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을지대 예방의학교실 장석용 교수는 "당연지정제를 일부 제한해 폐지하는 것이 나중에는 모든 과에 적용돼 걷잡을 수 없이 번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미 건강보험을 공부하는 학자들이나 시민단체에서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장석용 교수는 "비급여 진료만 한다고 해서 과연 정부의 간섭이 없어질까 하는 별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당연지정제가 아닌 지정계약제가 시행되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계약이 취소되는 등 냉정한 평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도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을 선택해 계약하기 때문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계약하지 않을 것이고, 해당 의료기관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료계가 이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으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다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비급여 영역은 사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형성을 갉아먹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자꾸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추진단 비급여관리팀 손영래 팀장 또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손영래 팀장은 "당연지정제가 아닌 계약지정제로 전환하게 되면 의료는 공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사적시장이 열리게 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소득계층에 따라 의료이용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또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는 단일보험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계약지정제는 오히려 단일보험자의 힘이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사적의료시장이 팽창하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기관을 솎아내기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손영래 팀장은 "역으로 의료계 스스로가 당연지정제 개정이 의료계에 유리한 것인가 질문을 해봐야한다"면서 "계약제는 이상적인 진료를 따르지 않으면 해지로 인해 진료를 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계가 먼저 당연지정제 폐지를 제기하는 것이 어리둥절한 상황"이라고 환기시켰다.
 
손영래 팀장은 "의료계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의 대안으로 당연지정제 예외를 논의하는 것이라면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보장성강화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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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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