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21 06:16최종 업데이트 18.11.2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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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복지와 최고의 진료…"환자들도 의료비 부담 고민하고 인내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누구나 건강 문제가 생기면 최고의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욕구에 대해 아무도 비판을 할 수가 없다. 

최고의 진료란 무엇인가. 내가 원할 때 기다리지 않고 즉시 의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의료자원을 언제나 바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오진도 없어야 하고 의료사고도 없이 최선의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감기같이 가벼운 질병에 걸려도 언제든지 의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라도 나면 응급실에서 언제나 모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가 응급처치와 수술을 적시에 해줘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의료 인력과 의료자원이 평소에는 멀쩡한 나를 위해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경우엔 지체 없이 가장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줘야한다. 거기에 덧붙여서 의료비가 비싸져도 안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면 배상을 해 줘야한다. 이것이 나를 위한 최고의 진료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의료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다.  불가능한 것을 바라다보니 병원엔 항상 불만족한 환자들로 넘쳐나고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응급실에서는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최근에는 의료소송도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진료를 원하는 욕구는 어느 나라든 존재해 왔기에 다양한 해법이 발생해왔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인구는 많고 의료자원은 부족한 국가들을 보면 의사들에게 급행료를 지불하면서 '새치기' 진료를 해 왔다. 미국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보면 1996년에 미국 시애틀에 설립된 MD스퀘어드(MD²)는 연회비로 개인 1만 5000달러, 가족 2만 5000달러를 내면 ‘무조건적이고 무한하게, 그리고 독점적으로 개인 전담의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약속하며 고객을 모았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연간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다. 물론 수술비나 고가의 검사비 등은 별도다.

이 비용은 대기시간 없이 언제든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대한 연회비이다. 이를 위해 각 의사는 50개 가정에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산층을 위한 조금 더 저렴한 전담 의료기관으로는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리 전담 의료기관인 MDVIP가 있는데 연회비가 1500~1800달러에 이르며 당일 예약과 신속한 진료를 약속한다. 이를 위해 각 의사는 전담 환자 수를 600명으로 제한한다.

이는 대기시간 없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받고 싶어하는 의료서비스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그 정도의 의료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 그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의 숫자는 몇 명이나 될까.

MD스퀘이드 수준으로 제공하려면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많아야 하고, MDVIP 수준으로 제공하려고 해도 2배 이상 많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몇몇 부자가 아닌 모든 국민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내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의료 복지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를 위해서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의료제도가 필수적이다. 국민들도 자신만 급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의료자원 배분에 협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첫째로 3차병원과 응급실은 그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도 그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다. 3차병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는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의사, 다시 말해서 주치의가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진료 원칙이 확고하게 정해져야 한다. 응급실은 도착 순서대로 진료하는 곳이 아니라 응급순서대로 진료하는 곳이다. 응급인지 아닌지는 응급 의료진이 결정한다. 

가벼운 질병으로 오면 10시간씩 기다릴 수도 있고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가벼운 질병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 진료비가 외래 이용 시보다 수십배 비싸게 나와야 한다. 

응급순서를 무시하고 소란을 피우거나 폭행을 행사하는 환자는 다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체포해야 한다. 음주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외래 진료 시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골의사제도(주치의)와 예약제가 정착돼야 한다.  

한 환자 당 10분, 20분씩 진료하려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아무 때나 불쑥 불쑥 의원에 가다가는 대기환자가 서너명만 있어도 한시간씩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치과 진료를 예약하고 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셋째로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의료행위나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의료비로 질 높은 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수준 높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도 필요하다.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의료수가의 문제이지만 환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가능하다.

넷째로 명백한 범죄행위가 아닌 의료과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의사 구속 사태는 여러 가지로 우려스러운 면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방어 진료를 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수술을 하거나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다루는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히 배상에 대한 비용도 의료수가에 반영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든 국민이 적절한 의료를 제공받는 의료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부담하고 인내해야 가능해진다. 나만 최고의 진료를 받겠다고 억지를 부리거나 모든 국민이 최고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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