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04 06:46최종 업데이트 22.10.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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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5000명 요양급여 부당청구 확인서에 자필 서명한 의사, 기사회생한 이유

법원 “현지조사 자필 확인서, 본인 의사 반하고 내용 미비해 증거 불충분…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 취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기관 현지조사 과정에서 법 위반을 하지 않았더라도 위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확인서를 작성했더라도 그 확인서의 신뢰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7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행정처분의 근거인 현지 조사 자필서명 확인서의 내용이 처분 근거로 삼기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는 등 내용이 미비해 신뢰도가 낮다"며 "처분 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 결과, 해당 확인서에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년 전 환자 5000명에 대한 요양급여 부당청구 사실이 적시돼 있어 A씨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자필 서명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15년 12월과 2016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후 공단은 A씨가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 ▲내원일수 거짓청구 등을 통해 약 6699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2018년 7월 13일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72일간의 업무 정지를 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건보공단이 제기한 처분사유 중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본인부담금 과다징수는 A씨가 요양급여대상 주사제를 투여했음에도 수진자로부터 비급여로 그 비용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이었고, 비급여 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는 비급여대상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는 건강검진을 받은 수진자에 대해 공단에 검진비용을 청구했음에도 검진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이중 청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복지부는 해당 처분이 공단이 현지조사를 통해 받은 확인서를 근거로 내려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의 주장대로 A씨는 현지조사에서 공단이 적발한 위반 사실을 자인하는 자필 서명 확인서를 작성했다.
 
대법원의 2018년 10월 12일 판례에 따르면 이런 위반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는 그 확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해 작성된 것이 아니며, 그 내용의 미비 등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를 삼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씨가 해당 확인서를 작성할 당시 확인서의 내용을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는 확인서이면서 내용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처분사유에 해당되는 수진자 수가 5000명에 이르며, 처분사유의 행위도 조사가 이뤄진 때로부터 최소 2개월에서 최대 3년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가 각 수진자별로 각 처분사유를 정확히 기억하고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확인서에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하기 앞서 5000여명에 이르는 각 수진자별로 이 사건 각 처분사유를 면밀히 검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부여됐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며 “통상 현지조사는 일주일 이내의 단기간에 이뤄지는데, 이 사건조사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해당 확인서에는 각 수진자별로 사실과 다른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확인서가 각 수진자별로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정확히 작성돼 신뢰도를 갖춘 근거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확인서만으로는 각 처분사유가 모두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 처분사유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확인서가 유일한데 그 내용의 미비로 인해 확인서를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인정하는 처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수진자별 개별 검토나 조사 없이 일부 인정된 부당청구 관련 키워드를 입력해 산출된 명단을 부당청구로 간주한 이 사건 조사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부당청구금액을 누정하기 어렵다.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각 위반사유의 위법한 일부 범위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업무정지처분을 전부 취소하라고 결론 내렸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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