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0.02 06:54최종 업데이트 25.10.0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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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공공의대...의무복무 중 사직 의사가 "헌법·법령 위반" 소송 제기

의사에게 3억6000만원 상환 요청에 학교·지자체 상대 소송…국내 추진 공공의대∙지역의사제도 시사점

사진=일본 자치의대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지역의사제의 롤모델로 꼽히는 일본 ‘자치의대’(自治医大)가 의무 복무를 둘러싼 위헌 논란 속에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일본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자치의대 졸업 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 중 사직한 한 의사가 학교로부터 지원금과 이자 약 3776만 엔(한화 약 3억6000만 원)을 일시에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자 헌법과 법령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사건은 2차 변론까지 진행됐으며, 오는 20일 3차 변론 기일이 예정돼 있다.
 
자치의대는 1972년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이 농어촌 등 지역 의료 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공동 설립한 대학이다. 입학생은 6년간의 재학 기간 동안 학비 전액을 지원받으며, 졸업 후 9년 동안 지자체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 만약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계약을 파기하면, 지원받은 학비와 이자를 일시불로 상환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한 의사 A씨는 2022년 자치의대를 졸업하고 아이치현의 한 공립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2024년 3월 가족 간병과 경제적 이유로 사직했다. 실직한 아버지, 자폐를 앓는 동생, 임신한 아내와 자녀 부양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낮은 공립병원 임금, 매년 변동 가능성이 있는 근무지 등에 따른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에 사직 직후 학교 측은 원칙에 따라 학비 지원금 2660만 엔에 연 10%의 이자를 더한 총 3776만 엔의 일괄 상환을 요구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학교와 아이치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근무 병원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이며, ▲5년을 초과한 의사와의 유기 계약 및 퇴직 시 위약금 조항은 노동법 위반 ▲연 10%에 달하는 과도 이자는 소비자계약법 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입학 전부터 졸업 후 지역 의무 복무 등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졸업 후 임금이나 근무처 지정 등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무지한 수험생을 가둬 놓고 졸업 후 퇴직의 자유를 뺏은 채 부당한 노동 조건하에 혹사시키는 악마 같은 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학교 측은 거주·이전 자유 문제와 관련해 '사립대학으로서 헌법을 적용 받지 않으며 설사 헌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지역 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건학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근무처 지정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사안으로 대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 노동법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A씨의 사용자는 대학이 아니라 병원이나 아이치현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일본의 자치의대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제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법안 역시 학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10년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의사면허도 박탈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의무 복무 제도에 대해 “10년간의 의무 복무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입학 단계에서부터 지원과 그에 따른 의무를 충분히 인지하고 들어온 것이라면 위헌 소지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법률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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