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8.31 06:05최종 업데이트 18.08.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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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DTC 유전자 검사…"협의안 왜 만들었나" 허탈한 산업계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제도개선 상정안 폐기 결정…"민관협의체 의사소통한 건 뭐가 되나"

사진: 2018년 제1차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우)과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제도개선안이 폐기되고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산업계에서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밟아온 개선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면 앞으로 무슨 논의가 진행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소속 제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9일 제1차 회의를 열고 ▲유전자치료연구 제도개선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잔여배아 이용 연구 제도개선 등 3개 안건을 심의했다.

회의 결과 유전자치료연구 제도개선과 잔여배아 이용연구 제도개선 안건에 대한 심의는 유보하고, DTC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안건에 대해서는 상정안을 폐기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검사기관 질관리를 강화하는 인증제 도입방안과 검사 대상자에 대한 이익과 위험이 고려된 항목 확대방안으로 안건을 분할해 검토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의료계와 과학계, 윤리·법학계, 산업계, 전문기관, 정부로 구성된 'DTC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올해 4월에는 협의체에서 협의된 개선안을 바탕으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개선안에는 현재처럼 열거식으로 한정된 검사 항목만 허용하는 것과 달리, 각 검사기간의 책임을 강화한 뒤 검사실 책임 하게 검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허가하는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하반기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인증제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최근 연구용역에 대한 첫 번째 회의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명윤리위에서 개선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DTC 유전자 검사는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검사를 의뢰받아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뒤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금지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허용된 항목은 ▲피부 노화 ▲피부 탄력 ▲비타민C 대사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카페인 ▲탈모 ▲모발 굵기 등 총 12가지다.

그러나 협의체에서 마련한 개선안에 따르면 기존 12개 항목 46개 유전가 검사에 추가로 웰니스, 개인의 특성 관련 유전자 검사와 질병예방 관련 유전자 검사까지 항목을 대폭 확대하게 된다. 단 신규 허용 항목에 대해서는 검사실별 인증제를 도입해 검사실과 검사 내용의 질적 수준 최소 보증 기준을 의무화하고 개별 검사실의 책임을 강화한다.

미국의 경우 보건복지부(HHS) 산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센터(CMC),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험실표준인증(CLIA)법에 따라 의료기관과 비의료기관 검사실을 관리 감독한다. 모든 유전자 검사기관은 CLIA 법에 따라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을 갖추고 현장 실사 등을 통해 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각 기관은 자체 개발한 DTC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와 안정성, 유효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 검증 자료를 FDA에 제줄하면 각 검사항목별로 승인을 받은 뒤 검사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를들어 올해 초 FDA는 처음으로 BRCA 유전자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BRCA 검사를 허가한 것이 아니라 BRCA1, BRCA2 유전자 변이 중 일부 대한 23앤드미(23andMe)의 질병 위험도 유전자 검사(GHR)만 허용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국제 표준인 ISO 15189을 기준으로 검사실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ISO 15189와 일본임상검사표준협의회(JCCLS)를 바탕으로 인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비의료기관 유전자 검사기관이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복지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복지부가 고시한 검사 항목에 대해 신고된 곳에서는 관리 감독 없이 누구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 분야에 대한 무학력자가 신고한 뒤 시행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사실 인증제는 정부가 허가취소 권한을 갖는 것으로 오히려 현행보다 더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며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고, 우후죽순으로 DTC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요건을 갖춘 업체들만 할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해가며 큰 틀에서 협의한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생명윤리위에서 상정안은 폐기하고,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그 근거가 없다"며 "그렇다면 전문위원회는 왜 만들었고, 이해당사자가 다 포함된 민관협의체에서 왜 협의안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노력했던 것, 의사결정한 것은 무엇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개선안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윤리위원회에서 안건이 폐기되면서 허탈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들이 조만간 DTC 규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비즈니스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비즈니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나서서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 전면 개편을 이야기했는데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지놈박스스튜디오 윤영식 대표는 "정밀의료 구현과 국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DTC 분야에서도 혁신적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각종 규제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과 서비스를 막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국처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진행 상황에 맞는 규제 가이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DTC # 유전자검사 #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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