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13 08:27최종 업데이트 23.12.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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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이 살아야 한다.

[칼럼]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4년도 전공의 (레지던트) 수련 지원 현황을 보면 올해도 소아청소년과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3명보다 20명 늘어난 53명이 지원했지만, 전체 60개의 모집 병원 중 17개 병원만이 지원자가 있었고 나머지 병원은 전무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그 중 소아청소년과와 관련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고 하지만 최소한 가시적으로 변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으로 선택함에 있어 눈앞에 보이는 문제들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 난국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의사 - 의원, 병원 , 환자 영역에서 나눠봤다. 

1. 환자 - 진료시간 확대를 원한다.

맞벌이 및 조부모 돌봄 혹은 데이케어센터(어린이집, 유치원등)의 육아형태가 보편화 되면서 요구되는 진료시간이 한정적으로 변화했다. 즉, 과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의 외래 정규 진료시간에도 충분한 진료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평일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4시 이후,  그리고 야간과 휴일의 진료 요구도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니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진료보기 어렵다라는 불만이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단지 전공의 지원만 없을 뿐인데 개원가에서 소청과의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침에 별을 찾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에 맞춰 의료공급자인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에서 새벽시간 과 야간, 그리고 휴일에 진료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평일 주간에 정상적으로 진료를 시행해야 야간 및 휴일 가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주 100시간이 넘는 영업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개원 의사는 사업주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혼자서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것은 아니니 그에 따른 인원이 고용돼야 한다. 

현재의 수가 수준에서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는 병의원에서 그런 시간대에 근무하려는 직원의 급여의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가능했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중 몇몇이라도 새벽진료와 야간진료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진료 도중 발생하는 민원들은 의료의 영역인지 돌봄의 영역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료 도중 아이가 의료진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저지하거나 불쾌한 내색이 비쳤다는 이유로 오히려 의료진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누적되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진료영역은 단순히 소아라는 특수성 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이라는 부담에 기피 현상이 가중되기도 한다.

2. 의사 - 의원

외래 위주의 진료를 보는 의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에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비급여 검사나 치료가 거의 없고 1인당 진료비가 진찰료에만 의존하게 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특성 상 출산율 저하로 인해 줄어드는 소아 인구는 절대적 기피요소이다.

소비자가 줄어드는데 공급자를 하겠다고 뛰어들 수는 없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고용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대부분 개원의 일 수밖에 없는데, 이미 개원가는 포화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신도시나 아파트 단지에 최소 1-2개 이상의 소아진료를 보는 의원들이 상가마다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오픈런? 그건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4시 이후의 풍경일 뿐 사실 그 외의 시간에는 그다지 대기가 길지 않다. 기존의 전문의들도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데 새로운 신규 전문의가 유입이 될 것인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3. 의사 - 병원

아무리 출산율이 줄어들고 소아인구가 줄어든다 할지라도, 중증질환과 희귀질환 환자는 있을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고난이도 의료는 필요하다.
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원이 아닌 병원과 그 이상의 의료기관의 기능이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병원급 의료기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고용 현실은 처참하다.  종합병원들은 대부분 종합병원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용하고 있고, 어떤 곳은 아예 편법으로 격년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소아청소년과로는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하고 그 운영을 확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원 진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곳은 2명 이상 고용을 하지만, 입원이 적거나 외래만 운영하는 곳은 단 1명만 두는 곳도 많다.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 봉직의를 할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고 결국 전문의가 되고나면 대학에 남아 교수 아니면 개원의가 되어야 하는데, 앞서 지적한대로 의료소비자인 소아인구는 줄어들고 의료공급자인 전문의는 계속 누적되고 있으니 아무리 소아를 보는 의업이 좋다고 해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진료에서 급박한 문제는 의원급 오픈런이 아닌 영유아 환자와 중증환자의 입원치료가 어려워진 것이다.

수련병원의 전공의가 없어짐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등의 입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그 여파로 소아 전체 입원가능 병상이 줄어들었다.
최근 늘어난 아동병원의 역할로 어느 정도 완충이 되고는 있으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소아응급의료를 중심으로 그간 전공의에게 의존해 왔던 영역들을 전임교수가 아닌 진료교수 또는 촉탁의 형태로 전문의를 고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아응급이라는 배경으로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고용을 하기 시작한 것인데, 불과 1-2년 전의 터무니 없는 근무조건과 급여가 상당히 많이 개선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의대생 후배에게 공개질의를 한 적이 있었다. “소아청소년과도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 처럼 전문의 취득 후 개업을 하지 않더라도 갈 수 있는 봉직의 자리가 많다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답은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미래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라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이 늘고 소아청소년과가 살기 위해서는 병원의 고용이 늘어야 한다.  개원가의 생존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순환이 가능한  중간 영역 즉, 봉직의 고용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어야 후배 의사들이 미래를 보고 선택할 수 있다.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고용이 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병원이 수행하고 있는 소아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이는 재정중립원칙과 별개로 재정확대의 요인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한 국가적 인구 관리 대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아관련 의료에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 또한 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함이고, 이를 위해 의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 비용은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즉, 의료기관이 수행하는 소아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지불이 늘어난다면 의료기관 측에서도 그에 대한 공급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바로 공급자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전공의에 의존해온 수련병원의 진료기능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과에 해당되는 아젠다이지만, 현재 전공의가 거의 전무하고 가장 시급한 소아청소년과에서 가장 먼저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를 교육이라는 이름을 빙자하여 과도하게 많은 의료행위를 맡겨왔다. 지속적으로 전공의가 유입돼 왔기 때문에 그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소아청소년과에서 몇 년간 전공의가 없으면서 그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상급종합병원에 교수이외에 전문의가 없고, 전공의가 없으면 의사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이었다. 

교수는 진료와 연구, 교육을 병행해야 하기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담전문의의 고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공의가 없는 소아청소년과는 지금이 전담전문의체제를 도입할 가장 적기이다.

학위와 연구 교육을 해야하는 교수가 아니더라도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담전문의로 병원에 남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글이 어쩌면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은 선순환이돼야 전체에게 유익할 수 있다.

의사 인력이 순환이 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전문의를 취득하면 단방향으로 개원의로 흘러갔다. 지금 단순히 개원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는 다면, 잠시 지원율은 오를지 모르지만 금새 개원가는 과포화상태가 되고 또다시 이 악순환은 반복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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