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1.13 11:25최종 업데이트 16.01.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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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의원 의사라면 겪었을 법한 일

"큰병원으로 안옮기고 뭐해!" 머쓱한 한마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경기가 안 좋을 때에나 유지된다."
 
오산한국병원 조한호 원장

오산한국병원 조한호 원장은 최근 대한병원협회지에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소고'라는 칼럼에서 이런 표현을 했다.
 
그는 "20년 동안 의원에서 시작해 현재 400병상의 종합병원을 경영하기까지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5년 전 준종합병원을 운영할 때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가벼운 교통사고 환자를 응급실에서 진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호자 몇 명이 들어오자마자 "여기서 뭐하는 거냐?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까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라"며 악을 쓰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당시 보호자가 막무가내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해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환자를 이송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진료중이던 의사와 환자 모두 참으로 머쓱해진 적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런데 사실 큰 소리를 질러대던 환자 보호자가 친인척이 아니라 그냥 동네 아저씨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정부도, 의사도 아닌 동네 아저씨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조한호 원장은 현 의료전달체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지방의 군 단위 특히 인구 10만 미만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국민과 그곳의 병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저수가체제로는 꼭 필요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수술실 등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면서 "원가의 60~70% 밖에 되지 않는 수가를 계속 받으면서까지 운영하는 것도 무리"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늘날 의료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2차 병원들이 점점 고사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 하겠는가"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인구 10만~15만 정도의 도시부터 지역거점병원을 만들고, 점차 20만~25만 도시로 확대 지정해 의료전달체계의 허리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소한 응급상황은 지역거점병원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그래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편안하게 지역거점병원을 이용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소위 빅5라고 지칭하는 대형병원조차도 의원에서 진료 가능한 경증환자가 거의 70%를 차지하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상황에서 더 이상의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한호 원장은 어느 병원의 원장 이야기도 전했다.
 

모 원장 "경기가 안 좋을 땐 그나마 의료전달체계가 유지되는 것 같아요."
 
조 원장 "왜요?"
 
모 원장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부모, 형제가 아파도 웬만하면 지역 병원에서 해결하니까요."

#의료전달체계 #오산한국병원 #조한호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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