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10 07:45최종 업데이트 18.02.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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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핵심문제는 노인환자…질환별로 더 쪼개지면 인력 운영 불가"

복지부·김윤 교수 응급의료 발전방안에 현장 비판 쏟아져…현재 센터 역량 강화부터

ⓒ메디게이트뉴스 
김윤 교수 "공동 연구진과 추가 세부계획 마련, 우선 시행하면서 보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 5개년 계획에 대해 응급실을 질환별로 세분화하면 칸막이가 쳐지고 해당 센터 운영 예산이 부족하거나 인력 문제에 허덕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소아응급센터 등도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고 환자수가 줄어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응급센터와 지역의 연계를 강화하려면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 지역에 응급의료 관련 권한이 없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9일  '응급의료 중장기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해당 내을 공개했다. 이는 병원 전 이송단계와 병원 단계의 연계를 강화하고 외상, 심뇌혈관, 소아, 정신질환 등 개별 질환 센터를 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윤 교수는 “세부 계획은 영역별로 담당하고 있는 연구진을 중심으로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일단 먼저 시행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환경 달라져...노인 환자 문제 집중해야

대한응급의학회 신상도 공보이사(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소아 환자의 야간 진료체계는 중요하지만 역학적으로 응급환자의 특징이 노인 환자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라며 “노인 환자의 응급체계의 핵심 자원은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명절 연휴 기간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하루에 20명 이상의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온 일도 있었다. 신 이사는 “응급의료의 흐름을 보면 응급환자의 변화와 요양병원의 응급환자 전원 수준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한외상학회 조현민 이사장(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소아응급센터를 별도로 둘 것이 아니라 권역외상센터가 소아외상센터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소아응급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센터의 양적 팽창은 그만하고 질적 수준을 강화해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뇌혈관, 심혈관 부분에서 중복이 될 수 있고 센터 선정 과정에서 기준 잣대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며 “질적 향상을 위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허윤정 교수는 “소아응급이 필요하지만 노인응급도 필요하다”라며 “그에 앞서 응급의료 정책 방향이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평가 체계나 실제적으로 도입했을 때 필요한 자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응급분만, 소아응급 등 모든 의료가 다 응급으로 들어온 상황”이라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는데 응급에서도 구체적인 것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아나 정신질환이 응급센터에 오는 등 공급을 늘려놓으면 응급 안에서 다 해결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라며 “전체적인 고민과 범주는 공감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성화 나눠지면 응급센터 내 칸막이만 쳐질 뿐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소아, 정신질환 등이 응급실 내 별도 센터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되면 병원의 인력 자원이 잘게잘게 쪼개진다”라며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소아응급센터 등으로 24시간 돌아간다면 다른 센터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한 센터에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여럿 등장하면 인력 구분의 의미가 없어진다. 윤 센터장은 “세부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특정 질료과만 하고 응급센터에만 머무르기가 어렵다”며 “칸막이가 만들어진 상태로 인력은 늘어나지 않으면 자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진영주 응급의료과장은 “정부도 응급의료를 어디까지 포괄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며 “예산이나 재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복지부 내부에서 기존에 있던 심뇌혈관센터와 응급을 연계할 수 있을지 등이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진 과장은 “센터가 많아지면 의료전달체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환자 흐름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해진다“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자원이나 인력에 맞게 세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윤 교수는 “응급의료 발전방안은 센터별로 나눠진다기 보다는 기존의 응급실의 기능 분화 쪽에 가깝다”라며 “칸막이가 생기고 자원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세부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 이송 책임은 소방에...지역 역량 강화해야

공동연구에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뇌혈관센터의 한 교수는 “병원에서 주로 뇌졸중을 보는데 응급실에 2명까지 오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3명째 환자가 온다면 치료를 포기를 해야 한다”라며 “이런 환자는 이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환자가 병원에 왔다가 다시 이동한다면 3시간 이내의 골든타임이 지나버린다. 그는 “권역응급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119구급대원이 적절한 지역응급센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지역 실정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심혈관내과 배장환 교수는 “심근경색에 대해서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이송이 매우 중요한데,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권역센터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국가와 지자체장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허요 교수는 “지역이 외상시스템을 관할하고 권역과 지자체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병원의 센터와 지자체 간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에 따른 특성화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도 이사는 “응급의료 중장기 계획은 예전에도 있었다”라며 “다만 올해 나온 계획은 이해당사자가 많아서 분야별 지방자치 분야나 재난 분야에 영역별이나 단계별이나 제대로 수준이 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민 이사장은 “평가는 선진국처럼 지역 내 사망률이 얼마인지에 대한 지표로 이뤄질 수 있다”라며 “외상의 경우 지역외상위원회를 활용해서 환자 이송이나 진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진영주 과장은 “지역에 맞는 재원이나 역량을 갖춰야 한다”라며 “응급의료와 관련한 정책이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진 과장은 “지자체에서 응급의료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보니 지역 단위의 평가를 하기 어렵다”라며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 부족 문제 심각…현재 운영하는 센터도 허덕여 

현재도 각종 센터에 인력이 모자란 상태지만 인력 부족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상 분야를 보면 올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는 23명이 지원해서 22명이 합격했다. 조현민 이사장은 “일년에 배출되는 전문의 22명으로 10여개 센터에 인력을 배치하기가 어렵다”라며 “많은 의료진이 권역외상센터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포함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조윤미 대표는 “야간에 응급 기능을 하는 기관들은 그 시간에 문을 여는 것 외에도 제대로 응급의료를 담당할 수 있고 인력을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그 다음에 센터의 추가 지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현재 센터로는 기본적인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렵다. 응급실 야간에 환자를 깔아두고 있고, 아직 다른 것을 시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며 “문을 열어놓고 밤새 불을 켜놓으면서 응급 환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현재의 응급실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소아응급센터 관계자는 “소아응급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지원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라며 “인건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전문센터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아를 예를 들면 인구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경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며 “이런 경우에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나중에 어려워지면 보완한다는 식의 정책 마련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배장환 교수는 “권역외상센터가 전국에 17개까지 필요하지 않은데, 이렇게 선정해놓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환자가 응급센터에서 머무르면 45분이 지체되는데 심뇌혈관에서는 적절한 처치를 위해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연구진인 순천향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정부가 소아전문응급센터를 2개만 지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력 기준을 낮추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라며 “센터 운영에는 인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수가 외에 별도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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