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서외국어대 장부승 교수 "일본판 '지역의사제' 별다른 효과 못 내"…"韓 의사 급여 세계 1위는 거짓" 지적도
관서외국어대 장부승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본 정부가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근무 의사에 대한 파격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 이후 의대정원 등 한∙일간 의료정책의 차이를 조명해 왔던 일본 관서외국어대 장부승 교수는 1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은 지역틀(地域枠)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역 편재를 해결하지 못했고, 지난해 연말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역틀은 일본판 ‘지역의사제’로, 지역틀이라는 별도의 전형으로 합격한 의대생들은 재학 중 학비 등을 전액 지원받는 대신 지자체가 지정하는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9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장학금에 더해 이자 등을 일괄 상환해야 한다.
장 교수는 지역틀 전형이 지난 2008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실제로 지역 간 의료인력 격차 문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의대정원 역시 점진적으로 적정화(감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실제 지난해 4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타케미 케이조 당시 후생노동성 장관은 “여러 시행착오에도 의사 지역 편재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는 지역별로 의사 수를 일정 부분 ‘할당’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타케미 장관의 발언은 후생노동성 내에서도 전혀 조율되지 않았던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12월 실제 후생노동성이 내놓은 지역 편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패키지에는 강제 ‘할당’ 등의 대책은 빠졌다. 대신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인구 감소 속도보다 의사 감소 속도가 빠른 지역을 각 도도부현이 의사 편재 대책 지원 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지역에서 신규 개업하거나 병의원을 계승하는 의사에게 ▲부동산 및 설비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 절반 지원 ▲개업 후 일정 기간 운영 경비 3분의 2 지원 ▲면허 등록세∙부동산 취득세∙고정자산세 등 세액 감면 등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의사 다수 지역 병원에서 소수 지역으로 의사 파견(파견의 수당 증액 및 파견 병원 지원 확대) ▲중견∙시니어 의사 중 희망자 재교육 후 의사 부족 지역 의료기관 매칭 주선 및 정착 지원 ▲전문의 재교육 통한 종합진료 전문의 양성 ▲지역 의료기관장 자격 요건에 지방 근무 경력 추가 ▲ 신규 개업시 해당 지역 부족 의료 기능 강화 요청 ▲지역틀 확대 ▲임상 연수(인턴) 기간 중 일부 지역에서 수련 ▲비선호 진료 과목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막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대책에 일본 언론들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낼 정도였다”며 “현재 일본의사회는 지역 편재 문제 해결을 위해 1000억엔(한화 약 1조원)의 특별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부승 교수 발표 자료 중 일부.
장 교수는 이날 한국 의사의 급여가 세계 1위라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관련 통계 자료가 있는 국가 간에 비교해 보면 국내 의사의 급여 수준(근로자 평균 급여 대비 의사 급여)은 고용된 일반의는 18개국 중 12위, 개업 일반의는 13개국 중 7위, 고용된 전문의는 29개국 중 3위, 개업 전문의는 9개국 중 1위다.
그는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게 개업 전문의의 순위다. 하지만 그것만 끄집어내서 한국 의사의 급여가 1위라고 하는 건 통계 왜곡”이라며 “나머지 3개 항목을 보면 한국 의사들의 급여는 1위가 아니다. 특히 일반의의 경우 중간 내지 중간 이하 순위”라고 했다.
이어 “개업 전문의의 경우도 20개 정도 국가는 소득 자료를 내지도 않았다. 미국도 빠져 있다”며 “9개 나라의 자료밖에 없는 상황에서 1위를 했다고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7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World Population Review 2025 자료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의사 연봉 1위는 26만4055달러(한화 약 3억 8700만원)의 스위스 2위는 미국(3억 8500만원)이다. 한국(약 1억 2500만원)은 39위로 일본(24위∙약 2억원), 대만(27위∙약 1억 7800만원)보다도 낮다.
장 교수는 “실제로 미국과 스위스 의사가 가장 소득이 높다는 게 국제적인 인식”이라며 “한국 의사가 가장 많이 번다고 하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