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자료로 FTE 산출하면 오히려 불확실성 확대…아리마 모형은 추계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법
김태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자마자 추계위가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이용량 추계 모형(ARIMA)의 부적절성 ▲2000~2024년 의료 데이터 사용 왜곡 ▲의사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 ▲입원과 외래의 실제 의사업무량(FTE, 전일제 환산) 적용 필요 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추계위는 13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세미나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아리마 모형은 과거부터 축적된 의료환경, 정책 변화, 기술 발전 등이 반영된 시계열 데이터의 통계적 구조(추세, 자기상관 등)를 기반으로 미래 수요를 산출하는 방법으로, 보건의료를 포함해 다양한 추계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추계위에서는 코로나19 및 의정 사태 등 2020~2024년 데이터를 배제하지 않고 전수 활용해 모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최근의 의료이용 변화 양상과 팬데믹 이후의 최신 흐름을 추계 결과에 반영하고자 했다"며 "이런 일시적 충격을 임의로 제외하는 경우, 오히려 최근의 데이터가 과도하게 소거돼 의료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계위는 "아리마 모형은 최근 관측치의 정보가 예측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과거 정보의 영향은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감소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과거 특정 구간의 급증 패턴을 기계적으로 고정해 연장하는 것이 아니며, 전체 시계열의 구조와 최근 변동이 함께 반영되는 방식으로 예측이 수행된다"고 전했다.
데이터 활용 기간에 대한 해명도 제시됐다. 추계위는 "시계열 분석의 표준적인 방법론에 따르면, 예측 기간은 사용된 샘플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질 수 없으며, 통상적으로 예측 구간이 샘플 길이의 50%를 초과할 경우 예측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런 원칙에 비춰 볼 때, 2010년 이전 자료를 제외할 경우 분석에 활용되는 시계열 길이가 크게 축소돼 미래 추정의 통계적 신뢰도가 저하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2010년 이전 자료를 제외해 시계열을 축소할 경우, 코로나19와 의정 사태 등 최근의 특수한 상황이 분석 결과에 과도하게 반영돼 장기적인 의료이용 추세를 왜곡할 우려도 존재함을 고려했다"고 했다.
논란이 된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도 추계위는 "위원회는 AI 생산성 향상과 근무일수 감소를 함께 고려한 복합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는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동일한 강도의 추가 진료량 확대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두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는 그 효과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AI 기술의 효과가 특정한 진단·검사 등 개별 영역에서는 높을 수 있으나 환자 상담·설명·다학제 협의 등 의사의 판단과 소통이 필수적인 영역까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의견,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FTE 사용 여부에 대한 반박 역시 이어졌다. 추계위는 "FTE 방식이 보다 정교한 추계를 위한 지향점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이를 일관된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는 공식 통계나 행정자료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FTE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사의 실제 업무 시간을 표준화해 측정하는 대규모 직접 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FTE를 산출할 경우 오히려 추계 결과의 불확실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추계위는 현 시점에서 가용한 자료 중 비교 가능성과 객관성이 가장 높은 진료비 정보를 의사 업무량의 대리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추계위는 입원과 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에 대해서도 "입원·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에 진료비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추계위 논의를 거쳐 적용된 사항으로, 추계위는 요양기관 종별(급성기, 요양·정신병원, 의원 등) 분석을 통해 각 의료기관 유형에 맞는 개별 조정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가의 검사비·장비비 등을 제외하기 위해 상대가치점수 활용도 검토하였으나, 지난 추계위 11차 회의에서는 자료의 불완전성 등을 고려해 현 시점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진료비 정보를 대리지표로 활용하기로 위원 간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장은 “추계위 추계 결과는 여러 전문가 간 수차례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친 것으로, 현실적인 여러 제약조건 하에서 현재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면서, “추계 방법론 개선은 5년 주기 추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