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국의 위험분담제 확대 검토와 이중약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가격 시장에서 국내만 단일가로 약가를 유지할수록 경제적 손해와 향후 글로벌 신약의 국내 도입 및 해외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15일 '의약품 통상압박 대응과 치료접근성 확보 위한 위험분담계약제 발전방향 국회토론회'에서 '대외환경변화 대응및 치료접근성 확보를 위한 위험분담제 활용방안'을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위험분담계약제도는 선별등제제도 하에서 비용·효과성에 불확실성이 큰 의약품을 제약사의 환급 등을 통해 급여하는 제도로, 일종의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2014년 1월 도입됐으며, 2024년 기준 약 81개 약제가 위험분담계약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위험분담계약 적용 대상은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로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혹은 기타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역량,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부가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등이다.
유형은 크게 ▲조건부 지속 치료와 환급 혼합형 ▲총액제한형 ▲환급형(refund)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 ▲초기치료비용 환급형 ▲성과기반 환급형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국내 위험분담제는 일부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 호주 등 처방약 본인부담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환급액이 보험자의 재정으로 전액 들어간다. 하지만 국내 위험분담제는 보험자(공단)이 환급받은 금액을 비율대로 환자에게 환급한다.
이날 안 교수는 세계적인 약가정책 현황과 변화를 언급하며 이중약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약가는 전세계적으로 정찰가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정찰가처럼 운영됐다"며 "전세계가 함께 정찰가를 운영하면 아무 문제 없지만, 남들은 이중약가를 도입하는데, 우리만 정찰가를 운영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는 정액제기 때문에 환자가 처방정당 정액만 부담하니까 환수되는 금액은 전액 정부에서 흡수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률제기 때문에 환자가 일정 비율을 부담한다. 이후 환급 대상이 되면 비율대로 환급해준다. 단 연간 본인부담금 상한액이 있기 때문에 한도 내에서만 환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선진국 중에서 환자에게까지 위험분담금 환급액을 비율대로 환급하는 나라는 없다. 많은 나라에서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적은 제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특징 생기게된 이유는 초창기 위험분담제 도입 논의 시 실거래가보다 높은 약가 적용으로 환자에게 본인부담액을 받게되면 본인부담액을 과다 징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약가정책의 대외환경 변화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해졌지만,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위치가 많이 올라가있었다"며 "국제참조가격제(IRP)는 세계 많은 나라가 사용중인 약가산정의 기본제도다. 많은 나라가 본국과 유사한 경제수준 혹은 전략적으로 유리한 저약가 국가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약가는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비공식적으로 아시아국가에 의해 참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식적으로 참조국에 포함됐다. 2019년에는 캐나다의 공식 참조로 세계적인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우리나라도 캐나다를 포함한 A8 국가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캐나다를 포함한 A8 국가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약품 관련 정책도 언급하며 "의약품 최혜국 대우 처방약가제도(MFN) 도입으로 국내 생산 약제의 미국 수출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참고로 미국은 이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공적 보험에 대한 미국내 베스트 프라이스(best price) 공급 의무가 있다. 이 명령은 모든 환자에 적용된다"고 언급했다.
안 교수는 "위험분담제를 항암제나 희귀질환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다른 많은 선진국과 비교해 제한적"이라며 "우리나라가 참조하는 국가도 해당국의 실거래가가 아닌 명목가에 가깝다. 국내 약가를 단일가로 유지할수록 다른 나라의 참조대상이 돼 신약의 국내 도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투명성은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중요한 것이지, 의약품 같은 가격차별(이중가격) 시장에서 단일가 구매를 고집하면 경제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라 위험분담제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