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9.30 05:37최종 업데이트 15.10.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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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전동침대, 어디까지 왔니?

병실 침대의 최신 기능들

나를 키운 8할은 '버럭 하는 주치의'와 '느긋한 오더리(orderee) 아저씨'였다.
 
 
의료행위보다 환자 이송 업무에 더 열중하던 신경외과 인턴 때.
 
협소한 병원 복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송 침대를 360도 회전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침대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던 시절이 있었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한장면


속도만을 강조하는 하수와는 달리 환자의 '승차감'까지 고려한 완급조절로 목적지에 도착해 스스로에 대견해 하려던 찰나.
 
문제는 항상 그 뒤에 터졌다.
 
옮기려던 병실 침대의 하체 쪽이 위로 틸팅(굽어진)된 것을 발견한 인턴은 '업무의 야무짐'을 과시하기 위해 잽싸게 조절 레버를 300rpm의 속도로 신나게 돌린다.




 
하지만 내려가야 할 부분은 움직이지 않고 제대로 고정돼 있던 상체 쪽 절반이 올라가는 걸 알아채는 순간, 인턴은 재빠르게 레버를 바꿔 원래 의도대로 교정하고, 실수를 만회하려 환자를 힘차게 들어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다.
 
이번엔 침대 바퀴의 풀려있던 락킹(Locking)이 문제였다. 고정되지 않은 병실 침대가 미끄러지면서 옆 침대와 '더블'을 형성한 것.



이게 항상 말썽이었다.

 
등이 따가워 돌아보니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처방 내던 주치의가 어느새 달려와 인턴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요즘 같은 시대에 디지털 기기 아닌 것을 찾기가 더 힘들지만, 병원에서 흔히 보는 병실 침대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고 환자 이송 역시 원초적이다.
 
이젠 좀 바뀌었을 만도 한데 말이다.


 
병동 침대, 어디까지 발전한 거니?
 
그러나 이젠 틸팅 레버를 땀나도록 돌리지 않아도 된다. 침대에 모터를 적용하면서 전기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전동 침대엔 상체와 하체 두 부분의 틸팅만 가능한 '2모터형' 외에도 높낮이 조절까지 가능한 '3모터형'이 있다.

3모터형의 높이 조절 기능은 의료인에겐 이송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환자에겐 안전성을 높여준다(수술이나 시술 때에 사용하는 체어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침대에 모터를 적용한 건, 전기가 사람의 근육 대신 일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침대가 전기를 필요로 하면서, 움직임을 제어하는 컨트롤 박스가 구성되고, 각종 전자 회로가 들어갈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동 침대는 그 덕분에 다음과 같은 안전 기능을 선별적으로 담을 수 있게 됐다.
 
 
Under Bed Light : 침대 밑 조명 


사진 출처 : www.stiegelmeyer.com


취침 시간이 되면 다인실 병동은 일괄적으로 소등한다.
 
일부 환자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점등을 해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인 환자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점등을 하지 않고 움직여 낙상하기도 한다.
 
낯선 병원에서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수면제를 요구하는 노인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낙상이야 말할 것도 없다.
 




Under bed light 기능은 말 그대로 침대 밑에서 개인화된 불빛을 제공한다.
 
이 불빛은 환자가 야간에 움직일 때 침대 주위만 집중적으로 비춰 다른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Electric Brake Control : 전기 브레이커 제어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전자 락킹 시스템을 사용해 손쉽게 버튼으로 캐스터(바퀴)를 잠그고, 설령 그것을 잊었더라도 일정 시간(약30초) 캐스터가 구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잠긴다.



 
더는 발로 일일이 4바퀴의 락킹 장치를 밟지 않아도 되며, 락킹하는 것을 깜빡 잊어 침대가 밀릴 위험도 줄어든다.
 
의료인의 편의성과 환자의 안전 모두를 높이는 기능이다.
 
 
Out of bed detection : 환자의 침대 이탈 감지
 
치매 환자나 섬망 환자는 야간에 침대를 벗어나는 경우가 잦는데, 이 환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Out of bed detection 기능은 센서를 이용해 환자가 침대를 벗어날 경우 간호사에게 알려 즉각적으로 조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능은 멘탈 상태가 명확하지 않은 환자들을 뜻하지 않은 사고로부터 막아줄 것이다.
 
 
로드셀(Load Cell) : 침대 위의 체중계
 
체중량 변화는 몇몇 환자에겐 의미 있는 의학적 지표이다.
 
하지만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 측정할 수 없는 경우 의사들은 해당 지표를 건너뛰거나 체액량의 변화(I/O)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무게 감지 모듈인 로드셀(Load Cell)을 침대에 장착하면 환자가 누르는 부하를 여러 곳의 센서가 분산하여 감지해 체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약 100g 정도의 오차를 만든다고 하며, 거동이 불편한 투석 환자나 중환자실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단, 이 기능은 원가가 상당해 침대 가격을 두 배로 뛰게 한다.
 
 

사진 출처 : www.ishida.com
 
 
그 외에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멀티콘덴서라든지 환자들이 패널을 맘대로 제어하지 못하도록 간호사들이 패널에 락(Lock)을 걸어놓는 기능 등이 있다고 한다.
 
 
'업체'가 말하는 좋은 침대를 써야 하는 이유???
 
병동 침대를 생산 중인 A업체 관계자는 의료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전동침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시한 해외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간호사 4명 중 1명은 허리부상의 이유로 병원을 그만두고 영국 간호사의 12%는 일시적인 허리부상으로 휴직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겪는 질환 중 유독 근골격질환이 흔한데, 이는 환자를 침대로 옮기는 과정 등의 물리적인 업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좋은 침대를 써야 하는 이유
 
야간 당직 중 새벽의 단잠을 깨우는 청천벽력 같은 낙상 소식(notify)은 어떤 의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골다공증을 확신시키는 마른 여성 노인 환자가, 그것도 높게 유지되던 침대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골절은 각오해야 하고, 하필 대퇴골 전자 간(intertrochanter of femur) 같은 부위가 깨지면 폐렴까지 대비해야 한다.
 
의학이란 분야에서 단지 치료 확률 몇 퍼센트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점을 고려하면, 낙상과 같은 사고는 있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나열한 전동 침대의 최신 기능은 그 자체로 환자의 안전을 제고시켜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데이터를 만들어 더 나은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침대가 전자화하면서 환자들의 여러 행동을 축적한 데이터는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환자별로 병원에서 주의해야 하는 상황을 입원 순간부터 정량적으로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항상 비용이 걱정이다.

투자 비용 대비 획득하는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병원 침대가 30만~40만원, 고급형이 60만~70만원인데 반해 전동형의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일반 침대 대비 2~2.5배니, 선뜻 결정하기 힘든 가격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포괄간호서비스 추진에 맞춰 전체 병상의 50%를 전동 침대로 채우면 일정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니, 예비 구매자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병실침대 #전동침대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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