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22 09:07최종 업데이트 18.11.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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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으로 정신질환자 치료하고 인권 지켜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인권존중과 탈수용화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보고서 발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과도한 입원 요건 강화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가로막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재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5일 '인권존중과 탈수용화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16년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재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신보건법의 문제로 비자의입원의 인신구금 수단 악용 가능성, 정신질환자의 적법한 호송 방법,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과 지지부진한 탈수용화, 과도하게 엄격한 입원 요건과 국‧공립정신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2인 이상 진단 요건, 중복된 입원심사절차 등 비효율적인 규제로 인한 정신질환 조기대응 및 집중 치료 실패를 꼽았다.
 
낡은 모델에 기반한 정신건강복지법 근본적 개혁 필요 

보고서는 "1995년 처음 제정된 한국의 정신보건서비스법은 낡은 모델이었던 일본 정신위생법을 참조한 법이다. 이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의입원을 악용해 재산적 이익을 취하거나 부양의무를 면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면 개정법은 낡은 법의 틀은 유지한 채 남용위험이 확인된 입원유형, 특히 근래 보호의무자에 대한 입원유형의 규제를 하나하나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적, 국내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강화된 규제는 제도를 잘 기능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행법은 오늘날 선진국이 채택하는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구현하지 못하면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도 곤란하게 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절차와 비용만을 증가시킨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 요건이 강화되고 퇴원 요건은 완화된 최근 전면 개정법은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개정 전 적법절차의 최소한의 기준 준수와 관련한 것이었다. 정신보건법 제 2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가 선언되고 한국이 국제연합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가입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보호입원의 실체적 및 절차적 요건이 자‧타해 위험 또는 치료의 필요성에서 자‧타해 위험이 있고 동시에 치료도 필요한 경우로 조건이 바뀌었다. 보호의무자의 동의는 1인 동의에서 2인 동의로 확대됐다. 신분을 확인할 서류의 징구 여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강화됐고 보호의무자의 결정방법이 다소 바뀌었다.
 
기존의 6개월의 입원 기간은 2주와 2주를 포함한 3개월로 단축 됐다. 이에 따라 치료 목적의 2주 초과 입원을 위해서 기존의 1인 진단이 아닌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그 중 하나 이상은 국‧공립) 소속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2인 이상의 일치된 진단이 필요하게 됐다. 또 1개월 내에 입원적합성심사를 받는 과정이 신설됐다. 정신질환자의 개념도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에 있는 자로 한정됐다.
 
보고서는 한국 정신보건법의 문제로 비자의입원의 인신구금 수단 악용 가능성, 정신질환자의 적법한 호송 방법,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과 지지부진한 탈수용화, 과도하게 엄격한 입원 요건과 국‧공립정신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2인 이상 진단 요건, 중복된 입원심사절차 등 비효율적인 규제로 인한 정신질환 조기대응 및 집중 치료 실패를 꼽았다.
 
보고서는 "최근 개정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키고 있다. 조만간 재개정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루아침에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관계자들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자의 입원 심사 모델 등 현행법 한계 극복할 대안 제시
 
이에 따라 응급입원과 응급호송을 구분할 필요성이 나왔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비(非) 자의 입원의 심사 모델 마련, 보호의무자제도 폐지 등으로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개선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현행법은 응급입원의 실체적 요건이 엄격하고 절차적으로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요구해 이용이 매우 저조했다. 이로 인한 보호의무자와 병원에 의한 불법이송 등의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비교법적으로 응급입원을 한국처럼 엄격하게 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비자의입원 규정에 의한 입원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3일(공휴일 제외) 이내의 기간 동안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남용위험이 크다고 할 수 없어 널리 인정받는다. 대신 입원 후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통지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게 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보고서는 "응급입원을 응급입원과 응급호송으로 분리해 규정하고 경찰관 또는 119구급대원에게 호송을 요청하는 방법 등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자의 입원과 관련해서는 조기심사 모델과 중기심사 모델이 제시됐다. 조기심사 모델은 응급입원(3일) 후 퇴원시키거나 곧바로 비자의입원 심사를 거치는 형태고 중기심사 모델은 단기간 비자의 입원후 퇴원시키거나 심사를 거쳐 계속 입원시키는 형태다.
 
보고서는 "어느 모델이든 보호의무자 제도의 존폐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보호의무자 제도의 폐지에 관한 부분을 포함하고 이를 전제고 개정안을 마련해야한다"며 "보호의무자 제도의 폐지와 관련해서는 본인부담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거나 대납한 후 부양의무자에게 구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조기심사 모델에 의하는 경우 비자의 입원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에 대한 입원으로 일원화 되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응급입원을 거쳐 비자의입원 요건이 충족되면 3일 내에 심사를 청구하고 심사절차에서 판정해야 한다”며 “비자의 입원의 실체적 요건으로 자‧타해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을 독립적인 조건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기심사 모델을 따르는 국가에서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에 의한 입원과 특별자치시장 등에 의한 입원의 이원적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보편적이다"며 "단기간 내에 청문이 이루어지므로 남용위험은 크지 않다. 2인 이상 진단에 관한 규정은 현실적으로 시행이 매우 어려운 만큼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인권존중과 탈수용화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보고서 제공.

정신질환자 치료율 높이고 인권 보호하는 개선책 마련해야

이밖에 독립적 심사기구에 의한 입원심사와 절차보조인 참여, 자의입원의 보호자 동의 삭제, 외래치료 지원, 정신질환자 개념 재정의, 정신요양시설 개선 등으로 정신질환자의 트라우마를 줄이고 치료의 효율성은 높이며 동시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시됐다.
 
현행법상 입원심사 규정에 관해서는 서류심사, 대면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통제의 개입시점'과 비교해 사법심사와 MHRT(Mental Health Review Tribunal)심사 모델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폐지하고 독립적 심사기구에 의한 심사로 일원화해 본인과 이해관계인(주로 가족)의 절차관여 및 청문과 절차보조인의 조력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적법절차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사법심사형은 독립적 심사를 법원에 맡기는 모델로 법원의 결정에 의한 입원이다. 이에 따라 적법절차의 요청을 만족시키고 독립성이 보장되지만 절차 내 불복 여부 문제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MHRT형은 독립적인 심사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의료인,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법조인 등이 공동으로 심리하는 모델로 사법 절차의 경직성을 피하고 정신질환자에게 트라우마가 적은 방향으로 개입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적법절차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의입원에 관해서 보고서는 "보호의무자 동의 요건을 삭제하고 72시간 내에 비자의입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자의입운에 대하여 2개월 단위 퇴원의사 확인은 지나치므로 기간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외래치료명령제에 대해 보고서는 "비자의 입원의 요건과 절차에 통합해 비자의입원 대신 외래치료명령으로 자‧타해 위험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충족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 심사기구가 직권으로 외래치료명령을 시도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재정적 지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해 비자의입원과 차이를 줄여 외래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또는 보건소의 장으로 하여금 지역사회 내 치료관리에 개입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법 정신질환자 개념은 중증정신질환자로 한정해 알코올 중독 등 경도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용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정신질환자 개념범주를 두지 않고 증상만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적으로 별도의 단행법률을 제정하여 독립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정신질환자의 탈수용화를 위해 치료 기능이 없는 정신요양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폐쇄적인 정신요양시설이 아니라 출입이 자유로운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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