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10 14:28최종 업데이트 21.12.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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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고 쓴 주홍글씨 후드티를 입다…배진건 박사의 재택치료 경험담

[칼럼] 배진건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경기도 여주 지역 보건소에서 동선을 체크하는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차 번호판과 색상 그리고 내가 입었던 옷 색깔을 말했다. “김OO 박사님과 두 분이 마주보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셨네요. 그 식당에서 점심 후에는 서울로 직접 가셨지요?" "네."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었다. ‘1984년’이 다시 생각났다. ‘빅브라더’의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현재를 장악하는 자가 과거를, 과거를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 코로나19는 현재 온 세상을 장악하는 형체 없는 자이다. CCTV는 알고 있다. 확진자의 모든 동선을 말이다.

필자가 어떻게 11월 24일 코로나19 확진이 됐는가? 기억을 되살려보면 11월 23일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외부에서 전 JW중외제약 출신 인사 3분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곧바로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찾아오시는 중요한 분과 미팅이 있었는데,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보건소로 항했다. PCR 검사를 통해 내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웬 일. 다음날 오후에 필자의 ‘PCR 양성’ 판정을 듣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 만 70세가 넘으면 격리 시설로 가야 하지만 증상이 거의 없고 격리해제일이 며칠 남지 않아 자택격리 치료를 택했다.

먼저 ‘밀접접촉자’를 실토하는 것이 첫 의무였다. 보건당국의 기준은 11월 20일 토요일부터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같이 식사를 한 사람을 전부 보고했다. 토요일 점심에 아내와 함께 미국 뉴저지교회에서 같은 사랑방을 통해 오래 가깝게 지낸 두 박사께 사인한 책을 전할 겸 만났다. 다행히도 21일 일요일에는 조용히 예배에만 다녀왔기에 보고자가 없었다. 22일 월요일 점심에 여주에서 같이 밥을 먹은 3명의 박사들이 있고 23일 전 중외제약 출신들과의 점심식사로 이어졌다. 이들에게 전부 ‘PCR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다행히도 다른 분들은 다 ‘음성’이 나왔지만 CCTV가 보여준 대로 ‘김OO’ 박사는 목요일에 양성이 나왔고 사모님도 양성이란다. 같이 식사를 했던 또 다른 김 박사는 23일 수요일에 점심을 같이 먹은 친구가 확진이라 또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알려왔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현실에 외부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사람은 매일 검사를 받는 셈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재택치료 과정은 간단했다. ‘생활치료센터’ 앱을 먼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았고 ‘산소포화도’를 재는 작은 기기(Pulse Oximeter, %SpO2)와 ‘코푸시럽, 모드콜S’ 등 간단한 약이 함께 도착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침 저녁으로 앱을 사용해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호사와 담당의사가 몸 상태를 물어봤다. 격리 해제시간은 12월 5일 일요일 0시가 기준이었고 특별한 증상이 없이 무사히 격리해제됐다.

격리해제 안내서를 보니 재택치료자의 이름, 이메일을 회신하면 입원·격리확인서, 격리해제확인서를 발부해준다는 친절한 메시지가 있었다. 12월 6일 기쁜 마음으로 다시 회사에 출근했는데, 총무 담당자가 멜파스 건물에서 ‘PCR 음성’ 확인서를 원한다고 했다. 직원들이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것 같이 감염자도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보건소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니 ‘격리해제 확인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상기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격리해제 기준을 충족해 격리해제됐음을 확인합니다. 격리해제 기준에 따라 격리해제된 확진자는 추가적인 감염전파의 우려가 없으며, 본 격리해제 확인서는 PCR 음성확인서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Persons who are discharged/released from isolation according to the COVID-19 isolation release criteria no longer pose a risk for transmission to others. This document may be accepted in lieu of proof of negative PCR test result).”

그러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달랐다. 음성 판정이 나와야 끝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귀국한 한 친구는 귀국 전 72시간내 PCR 음성확인서 갖고 들어오다 공항에서 잡혀 PCR 검사를 다시 받고 음성 확인하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그 다음 다시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실시하고 여기서도 음성이 나와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코로나에 걸렸던 너는 왜? PCR 다시 안 받는가?"라고 질문했다.

사실 보건소의 대처가 더 현실적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아무리 무증상이라도 내 몸 안에서 바이러스에 저항해 항체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서 저항력이 높고 가장 당연히 다른 사람을 감염할 위험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PCR 음성확인서만이 믿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자마자 대한민국에서 감염이 시작됐다. 감염 속도가 델타변이보다 3배 정도는 빠른 것 같다. 그러나 30여명의 환자들이 델타변이보다 증상이 약한 상태인 것 같다는 보고가 나오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파우치 박사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 감염은 여전하고 사람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두려울 뿐이다. ‘코로나19’ 라는 주홍글씨로 쓴 검은 후드티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다녀도 사람들은 저 사람은 왜 돌아다니는지 쳐다볼 것이다.

코로나19는 현재 온 세상을 장악하는 형체 없는 자이다. 그는 이제 오미크론으로까지 변이하면서 온 세상 모든 사람들과 공존하고 싶어한다. 코로나19에다 감기 바이러스까지 옷을 입고 사람과 공존하기를 원한다. 다만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은 물론, 아직도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있다면 꼭 맞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부스터 샷도 가능하면 맞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웃을 보호하는 것이다. 필자도 델타변이 감염을 백신으로 무사히 이겨냈다. 

코로나19라고 쓴 주홍글씨 후드티를 입고 나니 “그래, 아무리 조심해도 오미크론에도 또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또 이겨낼 것이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필자가 펴낸 ‘코로나19에서 사람을 살리는 베이직스토리(Basic Story)’ 책에 ‘Bye! 코로나’라고 쓰는 것이 현실이 될 날을 기대해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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