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7.03 06:09최종 업데이트 17.07.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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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위축시키는 설명의무법

소를 물가로 몰고 갈 수는 있지만…

[칼럼] 배산메디칼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설명의무법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2016년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2월 20일에 공포된 후 6개월이 경과한 2017년 6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료 행위로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시술하는 의사의 이름을 명시하고 시술의 필요성과 시술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며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구체적인 진단명으로 설명하여 환자의 서면동의를 받아 2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300만원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있다.
 
환자의 알권리는 중요한 문제로 환자가 의료 시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의사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사전에 설명하라 의무로 규정짓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행위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개인별로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예기치 못했거나 불가항력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시술 전에 모두 설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시술에 따른 설명에 표준 지침을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 의료의 특수성과 가변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의사에게 모든 가능성을 설명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것은 부당한 요구이다.
 
설명의무법은 종합병원보다 동네의원 진료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종합병원은 의사 외에 간호사 등 보조 인력들이 단계별로 환자 상태를 살피며 점검하여 추가 설명하는 것으로 설명의무를 보완할 수 있지만 동네의원은 종합병원 같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으니 동네의원에 설명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동네의원의 수술과 마취 시술을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며 한때 병의원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동네의원이 지금은 병의원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20%에 불과할 정도로 동네의원은 고사되었다.

상급병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종합병원 외래는 경질환자들이 차지하였고 종합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질환자들이 오히려 진료 받기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경질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선호하면서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늘어나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올라가는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국회와 행정부에서 동네의원을 살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설명의무법 시행은 동네의원 진료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 우려된다,
 
환자가 시술 받기 원하는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시술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설명의무법을 일명 유령의사방지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드시 시정되어야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극소수 의료기관에서 극히 부분적인 진료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잡겠다고 전체 의료기관에 설명의무법을 도입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설명의무법으로 인해 동네의원에서 시술을 기피하면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이 생길 것이고 나아가 의사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진료를 한다면 그 피해는 전체 환자들에게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설명의무법은 의료의 특성과 본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의무를 부여하면 환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것이라고 단순하고 편의적인 포퓰리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설명의무법이 실질적으로는 다수 환자들에게 불이익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설명 의무가 지워진 의사들이 열심히 환자에게 설명하려할 것인지 아니면 설명의무에 저축되지 않게 소극적이고 자기 방어적인 진료를 할 것인지 너무나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를 물가로 몰고 갈 순 있지만 결코 물을 강제로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을 저들만 모르는 듯하다. 동네의원의 시술을 고사시킬 설명의무법은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여 의료법 개정은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법 # 김홍식 # 의료법 #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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