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0 16:04최종 업데이트 24.02.20 18:56

제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고발하며...의사도 국민입니다

[칼럼]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대표변호사·전 의협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보건의료정책특보’로 위촉을 받았던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의 과거 ‘보건의료정책특보’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받았던 위촉장을 찢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 고발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주지하다시피 세계 최고이고 특히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전공의'였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최고 수준의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전공의에게 수련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가혹한 착취를 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이 땅의 전공의들은 ‘근로자’와 ‘수련의’(정부는 전공의를 수련의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어의 ‘trainee’라는 표현을 직역한 ‘피수련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저는 ‘수련의’ 한명 한명이 갖는 수련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련의’라는 ‘국어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라는 이중적 신분으로 인해 사실상 다른 모든 근로자들이 마땅히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대부분 포기하고 꿈을 좇아 가혹한 수련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그 혹독한 수련을 버텨서 달성하고자 했던 꿈이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된 현실에 절망해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서 살아가겠다며 수련병원에서 사직하는 것은 전공의에게 주어진 근로자로서의 마지막 남은 온전히 보장 받아야 할 권리입니다. 이러한 근로자의 최후의 인권조차 정부는 아무런 기준 없이 포괄적, 일괄적인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라는 초헌법적 조치를 단행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근거를 만들려고 합니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업무개시명령은 해당 의료기관에 더 이상 소속되지 않은 퇴사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발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조 제1항의 ‘필요한 명령’이라는 이유로 되는대로 임기응변식의 ‘명령’들을 매일 창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그러기에 강제노동을 위한 '아무말 대잔치'일 뿐이고,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말살적 탄압입니다. 심지어는 근로자에게 당연히 인정돼야 하는 (특히 전공의법으로 겨우 상한이라도 제한된 주간 80시간조차 늘상 초과하는 것이 일상인 살인적인 근무를 감내해야 하는 최악의 근로환경에 있는 전공의들의) 마지막 인권인 ‘휴식권’조차 박탈하기 위해 ‘연가 사용 수리 금지 명령’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 보건복지부는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59조 1항의 ‘필요한 명령’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님이 제게 후배 의사들을 도와달라고 눈물로 부탁하셨을 때 저는 “더 이상 수련을 받지 않겠다”고 “그냥 일반의로 살아가겠다”고 각자의 진지한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직을 하는 전공의들을 보고, 과거 영국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설탕 하나씩을 받아 들고, 다리에 족쇄를 차고, 어른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고 낮은 작업장에서 하루 20시간씩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던 어린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가칭 ‘아미쿠스 메디쿠스’라는 이름으로 하루만에 25명의 변호사분들이 도움을 약속하시게 된 것은 제가 가진 의견이 결코 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기 때문이며, 수많은 법조인이 공감하는 의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론 보도 이후에는 제가 당일에 연락드리지 못했던 수많은 동료 변호사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와 순식간에 100여명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사실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소위 ‘대형 로펌’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에 소속돼 계신 변호사님들을 포함해 수많은 변호사님께도 연락을 드렸지만, 어떤 분은 정권과 굳이 나서서 척을 지지 않기 위해 또 어떤 분은 기존 클라이언트인 대형병원과의 이해관계 충돌 사안이기 때문에 등의 다양한 이유로 동참을 고사하셨습니다.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변호사들조차 정부에 맞서기를 두려워하는데 당사자인 의사 선생님들은 얼마나 두려우실까요. 

우리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조 위반으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이 실형을 선고 받은 판례(대법원 2018도2236 판결 및 이 판결 파기 환송 취지에 따른 서울고법 2020노230 판결 참조)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께 묻고 싶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요. 보건복지부는 충분히 개별 수련병원에 “개별적 사직, 연가 사용의 사유를 검토해 집단행동을 위한 사직서나 연가 신청은 수리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고 포괄적, 일괄적으로 모든 사직서와 연가의 수리를 금지했습니다. 근로자 개인의 자유로운 사직권과 휴식권의 행사에 아무런 집단적 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개별적인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와 같은 포괄적, 일괄적인 사직서 및 연가 신청 수리 금지를 명령한 것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행위로 형법 제123조가 금지하는 전형적인 범죄 행위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가 도저히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보건복지부는 국민 여론이 의대 정원 증원에 우호적이라며 의사들을 마치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 나선 집단 이기주의자들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거짓 선동을 한 쪽은 정부입니다. 단적으로 지난 20년간 15세 미만 소아인구가 40% 감소하는 동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84% 증가했습니다.

의대 정원이 모자라서 소아청소년과가 위기라고요? 기존의 수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낮은 의료수가, 악성민원, 사법 리스크 등의 환경이 문제라는 의료계의 수없이 많은 지적을 보건복지부는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장관과 차관은 대통령의 참모입니다. 참모는 지휘관에게 목을 걸고 바른 말을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에게 좋은 정책이란 예산을 안 써도 되고,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없어, 국회를 패싱할 수 있는 묘책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의료배상공제조합 등 배상보험에 ‘의무’ 가입하면 사망이 아닌 경우에 한해 ‘반의사불벌죄’로 봐주겠다고요? 의료현장에서 ‘사망’의 결과는 의사의 과실이 아닌 환자의 상태, 진료과의 특성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에서조차 강제보험을 넘는 대인배상보험 가입자에 대한 처리 원칙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자동적인 ‘공소권의 소멸’입니다.

정부는 의사 집단이 운전자 집단보다 더 범죄 친화적인 조직이고, 의료행위가 운전행위보다 더 범죄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요? 소아청소년과가 중심이 되는 필수의료살리기 정책패키지를 발표하겠다는 ‘민생 토론회’가 있다는 사실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일 아침에 언론 발표를 보고서야 알게 되고, 현장에 가서 한 말씀만 진실을 전달해드려야겠다고 말했다가 경호직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힌 채로 강제로 체포, 분당경찰서에 유치 감금됐습니다.

의사들은 지금 밥그릇이나 지켜보자고 병원을 그만두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복지부 관료들이 펼쳐 놓은 탁상 공론의 미몽에서 제발 지도자가 깨어나라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꿈을 포기하며 조언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의료를 붕괴시킬 위험한 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단행동 교사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정책 비판입니다. 집단 행동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언론, 표현의 자유입니다. 의협 비대위원장과 조직강화위원장에 대해 면허정지처분 사전통지를 발송하며 협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경청하는 것은 위정자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임현택 회장은 "김택우 비대위원장, 박명하 회장이 면허정지면 나는 면허취소"라며 서울청에 자수서를 제출한다고 들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무죄의 근거가 너무도 명확한 자수서일 것인데,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합니다. 입을 틀어막고 들려 나가고, 유치장에 가둬지고, 이제는 구치소에 구속시킵니까? 이 나라에 더 이상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저는 나라의 의료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저히 침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어서 사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제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발 더 이상 ‘가짜’ 정책을 포장하기 위해 국민들을, 환자들을 볼모로 삼아 협박하지 마십시오. 

이 사건에서 협박범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입니다.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은 즉각 경질돼야 할 대상입니다. 지금 발표된 '썩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가 시행되면 의대 정원이 5년이 아니라 하루에 1만명씩 증원돼도 필수 의료는 살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에 이 나라의 의료를 망가뜨린 사람으로 기록될 이름은 의사들이 아니라 복지부입니다. 

정부의 거짓 선동에는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정부는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의사도 국민입니다. 환자도 국민입니다. ‘가짜’ 정책으로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정부는 결코 '국민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