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04 05:53최종 업데이트 19.01.0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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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진료실 만들려면…의사 때리기 그만하고 의사·환자 신뢰 쌓아야"

시민단체도 사회인식 변화 개선에 한목소리, 정신질환자 대책·병원 안전인력 확보 등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사건 이후, 안전한 진료실을 위해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의사 집단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지양하고 폭력에 관용적인 문화를 배격해 국민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4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병원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의료인 폭력에 대해 토로하며 의사 집단의 혐오를 부추기는 선정적인 보도 행태와 폭력에 관용적인 문화를 원인으로 짚었다.

정 위원장은 "전쟁 영화가 전쟁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료인 폭력 장면은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의료 현장을 반영한 것이다"며 "진료실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의사 집단의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사회에는 의료인에 대한 대중적 혐오가 짙게 깔려 있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의사 집단 전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며 "비양심적인 의사의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됐을 때, 언론은 시스템적인 문제나 썩은 사과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전반적인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속칭 '의사 때리기'가 언론 보도에 너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집단에 대한 불신은 사회 전체의 손해로 이어진다. 불신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의사 전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보도 행태를 멈추고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폭력에 관용적인 문화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비교적 안전한 진료 환경에서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응급실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이 아닌 병원 곳곳에서도 의료진을 향한 폭력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폭력에 대한 엄격한 인식이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폭력에 관용적인 문화로 인해 병원 내에서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물론 원인을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는 결국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바쁜 병원 환경에서 비롯된다. 적은 의료 인력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감당하다보니 의사는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환자는 병원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이런 점이 의료 현장에서 분노 표출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 확충, 의료인 직업윤리교육, 의료인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국민의 신뢰 받는 의료인의 상 만들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 위원장은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의사 인력, 간호사 인력 모두 부족하다. 수가로 보상해주든지 인력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환자와 의료인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전 요원이 얼마나 빨리 올 수 있는지 등 연습이 평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의과대학, 간호대학에서는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의료인에 대한 예우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료인을 존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나 학회 등 직능단체들은 존경받을 수 있는 의료인의 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의사의 얼굴은 의사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며 "의료계는 이런 점에서 지난 수십 년간 의료인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해 왔다. 이는 의료계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C&I 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정신질환자 사건의 경우, 다른 환자들의 의료인 폭력 사건과 동일한 선에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정신질환자의 치료 과정에 대해 전문가 협의체가 조직돼 전문가적 관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번 강북삼성병원 사건은 정신질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들이 병원에서 의료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사건인 만큼, 정신과 상담을 할 때 나타나는 환자의 폭력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적 관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운영위원은 진료실 안전을 위해서 병원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안전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운영위원은 "강북삼성병원 사건의 경우에 정신질환자를 진료할 때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병원측이 적극적으로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안전 요원을 고용해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제지할 안전 요원이 없었는지, 안전 요원이 있었다면 충분히 개입할 여지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의료진이 피해를 봤지만 다른 환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이는 결국 환자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병원 경영자나 책임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문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는 수직적인 관계다. 환자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상처받고 화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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